스테이블 코인 USDC 발행사 서클에 출자, 자산도 관리
[아이티데일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 Rock)의 CEO(최고경영자)이자 회장인 래리 핑크가 5년 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돈세탁의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비판했던 일은 유명하다. 그 후, 무려 10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은 디지털 자산 투자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핑크는 지난 3월 말, 연례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대혼란이 디지털 통화 채용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나 금융권 관계자들은 핑크의 발언을 두고 “블랙록이 암호화폐 업계에 본격 진출할 징조”라며 블랙록의 암호화폐에 대한 생각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블랙록이 현재 시가총액 500억 달러인 스테이블코인 ‘USD코인(USDC)’의 발행사 서클(Circle)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주요 자산관리자가 되면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포브스지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달러 가치에 연동시켜 안정성을 대폭 높인 암호화폐를 말한다.
서클은 이와 함께 블랙록 외에도 피델리티(Fidelity), 마샬 웨이스(Marshall Wace), 핀 캐피탈(Fin Capital) 등에서 4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서클은 올해 안에 SPAC(기업인수특수목적법인)와의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
블랙록은 13일 실적발표회에서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자산의 암호화폐화와 블록체인 관련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도 블랙록은 블록체인 사업의 참여 기회를 모색하며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클과의 이번 제휴는 블랙록이 자사 투자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처음으로 편입시켰다는 점에서도 특히 주목된다. 회사는 과거에도 마이크로 스트래티지 주식을 취득하고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통해 암호화폐 투자에 접근했었지만, 당시의 투자는 블랙록의 자회사를 통하거나 블랙록이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서클 CEO인 제레미 알레어는 블랙록과의 파트너십이 “전통적인 자본시장에 스테이블 코인을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블랙록이 관리할 USDC의 준비금 비율 등에 대한 자세한 답변은 피했다.
이번 제휴로 서클과 블랙록이 추가 수입을 올릴 것은 확실시된다. 서클은 지난 2월 공개한 실적보고서에서 USDC 준비금이 2022년 4억 3800만 달러의 운용수익을 낳았으며 이는 2023년 22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이번 제휴는 USDC의 신뢰도를 크게 높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연결된다. USDC 시가총액은 지난해 초 40억 달러에서 현재 500억 달러로 상승했지만, 경쟁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Tether)의 시가총액 825억 달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2014년에 출범한 테더는 준비금의 투명성 결여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투자가들 사이에는 가장 선호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2018년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설립한 USDC도 비슷한 비판을 받지만 지난해 8월 미국 달러화와 국채를 준비함으로써 암호화폐 자산 가치를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사는 또 미국에서 디지털 통화에 대한 내셔널 뱅크가 되겠다고 신청했다.
이번 제휴로 블랙록의 지원을 받는 서클은 USDC를 전통적인 금융기관 및 투자가를 위한 디지털 자산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레어는 “블랙록과의 협력은 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디지털 통화를 전통 금융업계로 확대하기 위한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