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예약시스템 먹통에 재조명…근본 문제는 ‘발주기관 역량’

[아이티데일리] 중소 소프트웨어(SW)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공공 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놓고 또다시 기업들 간의 기싸움이 시작됐다. 그동안 공공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대기업들은 제도를 더욱 완화하거나 심지어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대국민 서비스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대기업이 해결사로 나서면서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따져보면 문제는 대기업의 참여 여부가 아닌 발주기관의 역량 부족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전체 SW산업 생태계를 대기업 위주가 아닌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키워야 한다는 명분 역시 아직은 탄탄하다. 최근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정리해본다.

과기정통부 회의서 전원 제도폐지 반대 의견

지난 8월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용홍택 1차관 주재로 세종시에서 규제입증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공공SW사업에서의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이날 논의는 “해외 대비 과도한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겠다”며 김부겸 국무총리가 만든 ‘규제챌린지’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나 규제입증위원회 소속 산·학·연 민간위원 10여명 모두가 제도 폐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이날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에는 대기업들 간에도 온도차가 있어, 위원들이 굳이 찬성 의견에 손을 들어 줄 명분도 분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 9월 중 예정된 국무조정실장 주재 규제챌린지 협의회와 국무총리 주재 규제챌린지 회의 등이 남아있지만, 제도 관련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소 SW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유지해야 할 제도라는 데 의견을 모으면서 폐지나 완화 주장은 일단 힘을 잃고 당분간 계속 제도 시행 효과를 지켜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SW진흥법의 취지는 단순히 대기업 위주로 정보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만들자는 것이 아닌, 산업 생태계 전반을 살리자는 것이었다”면서, “이번에 대기업 참여제도 유지에 의견이 모인 것도 중소SW기업들이 자생력을 키우는 데 공공시장이 아직은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부분인정제 도입되며 완화

대기업의 공공SW사업 참여 제한 문제는 이미 지난해 말 ‘부분인정제’가 시행되면서 한 차례 완화된 바 있다. 최초 대기업 참여제한은 지난 2004년 중소SW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활로를 열어주고자 매출액 8천억 원 이상인 대기업이 80억 원 이상의 공공SW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선을 그은 게 시작이다. 이어 2013년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 즉 대기업 계열사가 공공SW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도를 확대 시행하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후 7년여 만에야 부분인정제가 도입되며 비로소 공공SW사업의 대기업 참여가 완화된 것이다. 부분인정제는 총 사업비의 20% 내에서 주사업자인 중소·중견기업의 동의 아래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뿐만 아니라 현재 국방, 외교, 치안, 전력 등 국가안보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대기업의 공공 사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또한 신산업분야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도 운영지침에 따라 빅데이터,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드론, 맞춤형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가상증강현실, 지능형로봇, 지능형반도체, 첨단소재, 신재생에너지 등 혁신성장동력 분야일 경우에도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이 화두가 되면서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참여제한이 이뤄진 십수 년간 이렇다 할 공공사업 실적이 없어 해외 진출 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를 들어 제도의 완화 및 폐지를 주장해왔다. 그리고 정부 역시 이 같은 주장에 일부 공감해 부분인정제를 도입했다. 대기업이 주사업자가 아닌 공동수급자 혹은 긴급참여자로서 중소·중견기업의 선택을 받아 참여하는 형태로 사업의 신뢰성과 성과를 높일 수 있고, 해외 진출에 필요한 사례 확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여기에 대기업과 협력한 중소기업이 함께 해외 진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 입장에서는 겨우 20%의 비율로 참여하면서 사업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맡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표하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불만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부분인정제는 나름대로 획기적인 방안으로 평가받았다.


중견·중소는 “SW산업 성장 기반 흔들린다” 우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완화에 중소SW기업들, 특히 중견IT서비스 기업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공SW시장에서 대기업이 빠지면서 그동안 중소기업을 위주로 SW산업이 보다 폭 넓게 성장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그간 만들어 온 생태계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대기업이 빠진 자리에서 중견IT서비스 기업들이 기존의 하도급 관행을 답습하며 비판받은 것도 사실이다. 비록 한데 모여 큰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일부 중소SW기업들이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를 바라는 이유다. 소위 ‘갑질’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대기업들은 적어도 사업비만큼은 제때 챙겨줬다는 것이다.

오늘날 삼성SDS, LG CNS, SK(주)C&C 등 3개 대기업 외에도 많은 중견기업들이 성장하며 SW산업 기반이 넓어진 데에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역할이 지대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안착은 SW산업진흥법(현 SW진흥법)의 입법목적인 ‘중소SW기업의 공공시장 참여 확대’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SW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26,543개에서 2018년 32,977개로 증가했으며, 2013년 이후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23개에 달한다. 공공시장에서 대기업을 배제하는 것이 시장 자유를 침해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을 수 있다고 지적받는 가운데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W산업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이유다.


대기업 참여 두고 ‘엎치락 뒤치락’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교육부의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구축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추진되며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달라고 4차례에 걸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개인정보 활용을 이유로, 그리고 나중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신기술 도입을 이유로 들었으나 모두 해당되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는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판단이었다. 결국 2022년 3월 가동 예정이었던 사업은 교육부의 대기업 선호로 인한 고집이었다는 비판 속에서 2023년 3월로 1년 연기되게 됐다.

올해 7월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발의한 SW진흥법 일부개정안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개정안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정보시스템일 경우 대기업을 참여시켜 품질을 보장하고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중소·중견기업은 개인정보 관련 사업을 할 만한 역량이 없고 믿을 수 없다는 해석이 되기에 업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한국SW·ICT총연합회, 한국데이터산업협회, IT서비스중견기업CEO협의회 등 4개 단체는 7월 13일 공동성명서를 발표, 국회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법안 발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4개 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국세 분야의 유플러스아이티, 행정 분야의 솔리데오, 복지컨설팅 분야의 VTW를 비롯해 고용정보·국민건강보험·국립대학 자원관리 등 재·세정 분야는 메타넷대우정보, 에듀파인·국고보조금·외교부 차세대 등에는 아이티센, 공항철도 차세대에 KCC정보통신, SOC/복지 분야에는 대보정보통신 등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책임 있는 사업 이행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SW진흥법 입법취지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발의안을 철회하고, 중소·중견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코로나가 촉발한 디지털 비대면 시대를 주도하며 미래 SW강국의 밀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정책에 더욱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성명서

SW진흥법의 근간을 흔드는 개정발의안에 대한 우려

민주당 한준호 의원 및 범 민주당의원 10인은 지난 5월28일자로 SW진흥법 대기업참여제한제도를 수정하는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의안에 대해 저희 SW중견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중소·중견기업 보호육성이라는 SW진흥법의 입법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제도 시행 8년 동안의 인고의 세월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그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 이번 발의안은 국가기관의 장이 원한다면 사실상 제한 없이 공공SW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SW진흥법의 입법 취지와 중소기업 육성 기본 취지에 크게 훼손되고 본 제도는 형해화 될 것입니다.

○ 발의안에 따르면 국가기관의 장이 대기업참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전에 과기부장관과 협의만 하면 대기업을 참여시킬 수 있는바, 이는 현행 SW진흥법 제48조 제5항 SW진흥법 제48조 제5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그 사유가 적절한지 평가하고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가기관등의 장에게 시정을 요청하여야 한다’

의 과기부의 대기업참여제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전심의권한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내용입니다.

결국 각 국가기관의 발주처의 공무원들이 원할 경우 ‘개인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어떠한 견제장치도 없이 과기부장관과 ‘협의’만 하면 현행 SW진흥법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 시킬 수 있게 됨을 의미합니다.

둘째, 개인 사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업은 대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사고의 기저에는 ‘중소·중견기업들을 개인정보를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뿌리 깊은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발의 제안 취지에 허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발의안 제안 사유를 보면 ‘민감한 사생활 침해에 영향력이 큰 정보시스템의 경우 소프트웨어사업의 품질보장 및 신뢰성 확보가 매우 중요’ 하다는 점을 근거로 대기업참여를 주장합니다.

○ 바로 개인정보 관련 사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은 믿을 수 없다는 논리는 중소·중견기업들에게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곧 모든 중소·중견SW기업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샛째, 나아가 ‘개인 사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 대기업참여 대상이 될 경우, 지난해 100억 이상 공공SW사업 중 무려 90%가 넘는 사업이 대기업참여제한예외 대상이 될 정도여서 이는 사실상 본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 분석 결과 2020년 100억이상 공공SW사업 총 54개 사업 중 위치정보 및 개인정보등 개인 사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 무려 32개 사업 58%에 달하였고, 여기에 기존 예외적용 대상인 국방·외교·치안·전력 관련 사업을 더하면 모두 50개 사업 90.9% 사업이 대기업참여제한예외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이 제도가 형해화 된다는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 국방·외교·치안·전력 및 기타 국가안보 사안의 예외사유에 이어 2015년 ‘신기술적용 사업 예외사유 지정’ 2020년 ‘민간투자형SW사업’과 ‘수출 등 해외진출 관련 모든 사업’ 그리고 ‘사업지분의 20%까지 참여’가 가능하도록 전면개정을 한 바 있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개인사생활보호 영역까지 예외사유로 인정한다면 사실상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넷째, 본 개정 발의안의 가장 중요한 제안 이유인 “과기부장관이 대기업참여제한 인정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각부 장관의 책임 있는 행정서비스가 어렵다”는 주장은 지난 8년여간 수많은 중소·중견 SW기업들이 증명해 온 SW진흥법의 그 성과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주장입니다.

○ 이 주장을 뒤집어 말하면 과기부장관의 결정에 따라 해당 공공SW사업에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면 각 부 장관은 책임 있는 행정서비스가 어렵다는 말인데 이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책임 있는 SW사업이행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의 노력과 성과를 도외시하는 주장입니다.

○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시행 8년간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만의 힘으로 괄목할 만한 대형 공공SW사업이 차질 없이 마무리되었고 구축된 공공SW시스템은 잘 운영 유지되는 등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나라 공공SW분야에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국세 분야에서는 유플러스아이티, 행정분야는 솔리데오, 복지컨설팅분야에서는 VTW등의 중소기업이 전문적인 기업으로 자리잡았으며, 고용정보/ 국민건강보험/국립대학 자원관린 등 재·세정 분야에서는 메타넷대우정보가, 에듀파인/국고보조금/외교부 차세대 등에는 아이티센이, 공항철도 차세대에는 KCC정보통신 그리고 SOC/ 복지 분야에서는 대보정보통신 등 수 많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공공SW 각 분야에서 책임있는 사업 이행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섯째, 이번 발의안이 통과될 경우 10년 전 대기업 위주의 시장을 극복하고자 탄생했던 본 제도의 본질은 사라지고 대기업 선호 경향이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는 이 발의안이 주장하는 “대기업이 해야 사업의 품질보장과 신뢰성이 확보되고 각 부처가 책임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라는 이 제안 이유를 극복하고자 탄생한 것입니다.

○ 다시 말하면 8년여 전 뿌리 깊었던 소수 대기업만이 할 수 있다는 편견을 과감하게 도려내고 반면에 일부 대기업에 줄 서서 편하게 사업하면서 스스로의 자생력을 상실했던 수 많은 중견·중소기업들에게 자립의 기회와 비전을 갖게 해주기 위해 나온 역사적인 제도입니다.

○ 결국 발의안은 오랫동안 뿌리 박힌 구조적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SW진흥법이 이를 치유하여 보다 더 공정한 SW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나온 기본법임을 망각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여섯째, 지난해 민주당 김경만 의원과 이용빈 의원은 입법의 취지를 더욱 존중하는 입법 발의를 하였음에도 이러한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개정안이 동일 정당에서 발의될 수 있는지와 심지어 이 발의안들에 모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들이 있다는 점 등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지난해 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중소SW기업을 보호, 육성한다는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있는 “국가안보 등과 관련한 사업’을 ‘국가안보와 관련한 사업’으로 개정해 예외 신청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제28조 제3항 제2호 “국가안보 등과”를 “국가안보와”로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 했고,

○ 민주당 이용빈 의원도 위와 동일한 취지로 제48조 제5항 “불가피한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불가피한 사유”로 개정하는 발의를 한바 있습니다.

○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는 소프트웨어진흥법의 입법취지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 제도로서 적어도 한 정당이라면 근본적으로 방향이 다른 개정안 발의를 동일 정당 그것도 국정을 책임진 여당에서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게다가 입법 취지를 두고 완전히 상충 되는 법안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도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따름입니다.

결국 이번 발의안은 중소·중견SW기업의 보호육성이라는 SW진흥법의 입법취지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4차산업혁명의 미래를 보장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의 다양성에서 나오는 창의적 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의안으로써 미래가 아닌 과거로 SW산업 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 놓을 발의안입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을 비롯한 발의 동의 의원들은 이상과 같이 SW진흥법 입법취지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발의안을 철회하고,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코로나가 촉발한 디지털 비대면 시대를 주도하여 미래 SW강국의 밀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정책에 더욱 힘써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우리 소프트웨어 중소·중견기업 및 관련한 협회와 단체들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이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대비하고, 대·중견·중소기업들의 협력을 통해 건강한 소프트웨어산업의 생태계 조성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약속드립니다.

2021. 07.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한국SW·ICT총연합회
한국데이터산업협회
IT서비스중견기업CEO협의회

백신접종예약시스템 먹통사태, 질병관리청 역량부족이 문제

이뿐만 아니라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을 싣는 사건이 발생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19일 발생한 코로나19(COVID-19) 백신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먹통 사태 때문이다. 중소SW기업인 중외정보기술이 구축한 시스템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 사용자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장애가 일어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네이버, 카카오, LG CNS, 베스핀글로벌 등의 기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 먹통은 대기업이 공공사업에 참여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즉 인력과 기술을 갖춘 대기업이 시스템 구축을 주도했다면 이상이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대기업의 참여 여부보다 질병관리청의 사업 발주에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실상 이번에 문제가 된 질병관리청의 백신 사전예약시스템은 기존에 구축돼 있던 예방접종등록관리 시스템을 재활용해 필요한 기능만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총예산이 41억 8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중외정보기술은 14억 6천만 원에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더구나 11개월로 예상한 사업 기간 역시 정부 측의 요구로 4개월 만에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결국 문제는 발주기관에 있었다는 게 다수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발주기관이 애초에 백신 예약 시스템의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예산 역시 터무니없이 저평가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질병관리청은 애초에 대기업 참여 예외인정 신청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참여 여부보다는 공공SW사업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발주기관의 IT관련 역량 부족이 이번 사태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소식]

백신접종예약시스템 먹통, 본인인증 시스템 병목이 원인

정부, 민·관 합동 전담팀 통한 시스템 개선 관련 내용 발표


정부는 지난 8월 9일부터 시작된 18~49세 대상 백신 예약에 앞서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질병관리청,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민간 기업·기관이 협력해 ‘민·관 합동 전담팀(TF)’을 구성하고 예약시스템 개선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전담팀은 현장 점검과 진단 등을 통해 본인인증의 클라우드화, 인증 수단 다양화 등 개선방안을 도출해 시스템을 개선했고, 이후 과기정통부와 질병청을 중심으로 서울·오송에 현장 상황실을 운영하며 시스템 점검·개선·보완에 종합적으로 대응했다.

민·관 합동 전담팀 운영 현황
민·관 합동 전담팀 운영 현황

[ 주요 개선 사항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질병관리청 등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예약시스템 개선은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신속한 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백신접종예약시스템 개선 전과 개선 후 비교
백신접종예약시스템 개선 전과 개선 후 비교

먼저 기존 예약시스템에서 가장 큰 병목 요인으로 지목됐던 본인인증 부분을 민간 클라우드로 이관·개발함으로써 시스템 부하를 줄여 처리속도를 개선, 이용자의 장시간 대기 문제를 해소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도 클라우드의 유연한 확장성을 활용하여 빠른 속도로 대응·처리가 가능했다. 통상 예약 완료 건수보다 본인인증 건수가 약 2.5배(8월 9일부터 20일간 총 2,898만 건, 일일 최대 317만 건, 평균 240만 건) 많았으며, 특히 예약 개시 직후 30분간 전체 예약의 약 40%가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예약시스템 개시 직후, 인증 수단별 트래픽 현황(2021년 8월 9일 오후 8시)
예약시스템 개시 직후, 인증 수단별 트래픽 현황(2021년 8월 9일 오후 8시)

다음으로 개선 전에는 휴대폰, 공동인증, 아이핀 등 3가지 인증 수단을 적용했으나 이용자가 많이 사용하는 네이버, 카카오, 패스(PASS) 등 간편 인증을 새롭게 추가해 본인인증 수단을 다양화했다. 또한 인증 수단별 처리 상황을 △원활 △지연 △혼잡 등의 단계로 알려주는 신호등을 추가함으로써 국민들의 이용 편의성을 제고했다.

인증별 대기상황의 신호등 표기
인증별 대기상황의 신호등 표기

특히, 지난해 6월 전자서명법 개정 이후 대규모 이용자가 이용하는 정부24, 홈택스 등에 이어 이번에 백신 예약 서비스에도 민간의 전자서명이 전격 도입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민간 전자서명 활성화에도 기여했으며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전예약 10부제를 적용해 일일 예약 대상자를 190만 명 이하로 분산하고, 최초 본인인증이 완료된 1건에 대해서만 예약 가능하도록 다수의 경로를 통한 중복접속을 제한해 이용자의 과도한 접속 쏠림을 완화했다.


[ 주요 기업·기관별 역할 ]

정부는 무엇보다 예약시스템 개선을 가능하게 한 것은 시스템 개발부터 운영까지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민간 기업·기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22일부터 시작된 시스템 개발·운영기간 동안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내 약 100여 명의 전문인력이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 인증·클라우드 >

중소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인 베스핀글로벌은 본인인증 기능의 민간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성과 간편접속페이지 개발 등을 전담했으며, 다수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신속한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또한 네이버클라우드는 약 200여 대의 가상머신으로 구성된 간편접속페이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버 인프라 및 서비스 최적화 기술을 제공하는 등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운영을 전담해 수행했다.

네이버·카카오·KCB·통신3사 등은 자사가 보유한 본인인증 서비스의 처리 능력을 최대한 확충하고, 예약 기간 동안 실시간 모니터링 및 장애 대응을 통해 지속적인 성능개선 및 안정성 강화에 기여했다.

중소 솔루션 업체인 제이드크로스는 다양한 본인인증 서비스와 질병청의 예약 사이트간 과부하 해소를 위해 이용자 접속량(트래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인 ‘넷퍼넬(NetFUNNEL)’을 지원했다.


< 예약 처리시스템 개선 >

아울러 LG CNS는 코로나19 예방접종시스템의 과부하 요소인 접종기관 조회 기능을 최적화해 예약가능시간 응답속도를 2.58초에서 0.004초로 단축, 최대 30배의 성능개선 효과를 창출했다.

한국오라클·데이타헤븐·바토스·이글로벌시스템·쌍용정보통신은 질병청 내 예약처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의 진단·증설·최적화·암호화 및 우회차단 등을 지원해 예약처리 성능 및 보안을 강화했다.

그리고 시스템어소시에이츠·와탭랩스·에스티씨랩은 사전예약시스템의 서버 구조를 대규모 접속처리에 적합한 전속형(Dedicated) 방식으로 재배치해, 시간당 30만 건 수준의 처리 속도를 최대 시간당 100만 건 이상으로 개선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 공공기관 >

또한 공공기관에서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클라우드 인증 부문 개발을 총괄 관리해 인증 시스템 전반의 체계적인 개선을 이끌었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보안 취약점 점검을 통한 서비스 안정성 강화를 지원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질병청 내 예약처리시스템 관련 부문을 관리하며 서버 및 DB 최적화, 성능관리 점검은 물론 예약 개시 성황관리를 총괄했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민간 전문 검수팀을 구성, 사전예약 기능 검증을 통해 발생 가능한 오류를 사전에 모두 차단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는 공공 서비스 제공 체계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 디지털 시스템 역량 제고 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으며, 앞으로도 민·관이 협력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달려와 준 민간 기업·기관의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민·관의 적극적인 협업이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우리의 집약적인 ICT 역량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청 청장은 “사전예약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여러 기업과 기관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전 국민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중소기업간 상생과 협력이 전제돼야

이번에 정부의 백신접종예약시스템 개선에 참여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중소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맡아 제 역할을 해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라고 해서 실제로 개선 사업 전체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 결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NIA 등 질병관리청보다는 나은 역량을 갖춘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대·중·소기업에 의견을 구하고,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이뤄낸 결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대기업이 사업을 주도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사업 발주기관은 최대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 업무를 도출해내고, 적절한 금액에 사업을 발주하는 능력과 의지를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맡아 긴밀하게 협력했을 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낸 긴급상황도 견딜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를 구축, 운영할 수 있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대기업 참여제한 폐지 논의는 아직 우리 SW산업이 수십 년간 지적돼온 고질적인 문제들을 여전히 안고 있는 한 시기상조다. 대기업들이 없는 공공SW 시장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10년 전까지 대기업이라는 큰 나무가 독식하던 정원에 이제야 작은 나무들과 꽃들이 조금씩 커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소 SW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과의 상생 협력 방안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무조건적인 공공SW시장 진입 요구만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국가 안보와 혁신성장동력 분야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는 만큼, 구체적인 상생협력 방안과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제안이 함께할 때 중소SW기업들도 제도 완화와 폐지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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