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이 책은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바치는 시집이다.
시인 치고 사랑시를 써보지 않은 시인은 드물 것이다. 그런 만큼 사랑을 노래한 시는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러나 책 한 권을 온통 평생 동반자인 한 여인에게 바치는 연애 시로만 가득 채운 순정 시집을 본 적 있는가. 적어도 대한민국에는 처음이다. 어쩌면 단군 이래 대한민국 반만년 문화사를 흔드는 조용한 기적이다.
한 남자가 여덟 살 때 다섯 살 난 여자아이를 처음 보았고, 커서는 교회오빠였다가 대학 때는 캠퍼스 커플, 그리고 마침내 결혼으로 만나 같이 살면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이르기까지 줄곧 한결같은 사랑을 품고, 그 사랑을 시로 썼다. 젊어서도 썼고, 나이 들어서도 썼다. 이제 9순을 바라보면서도 쓰고 있다.
작가는 서울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 신문기자로 사회 첫 발을 내딛었다. 조선일보 기자로 10년을 국내에서 일한 다음 주미 특파원으로 발령받아 미국으로 갔다. 유신을 앞둔 1972년의 일이었다. 군사정권의 압력이 거기까지 뒤따라 건너와서 그를 특파원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그는 34살 그때부터 아내와 함께 원치 않았던 디아스포라의 삶을 받아들여야 했다.
미주동아의 편집국장, 신한민보의 발행인 겸 사장을 지내는 한편 조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여러 한인 단체들과 연관을 맺고 반독재 투쟁에 몸을 담았다. 그것은 생활인으로서 불안정과 가난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내는 빈틈없는 반려이자 여러 활동에서 갖가지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동지가 되어주었다.
그는 그런 아내의 60회 생일에 ‘제1 시집’을 100권 만들어 헌정하였다. 그리고 10년 후 칠순을 맞은 아내에게 바치는 ‘제2 시집’을 엮었다. 그러나 책으로 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고, 이번 여든 돌을 기념하는 ‘제3 시집’에 함께 묶었다.
아내에게 바치는 세 번째 시집이 되는 이 ‘다뉴브 연가’에는 작가의 장년 시대 이후 작품들이 주로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