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만텍-베리타스, 쓰리콤-티핑포인트 합병

시장 재편 움직임 가속화, 국내업계 판도 변화에 주목

IT시장에서 M&A 사례가 잇따르면서 향후 시장의 재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HP, 썬 마이크로 시스템즈, CA 등 메이저 기업을 비롯해 시스코시스템즈, 주니퍼네트웍스 등 네트웍 장비업체들의 보안업체 인수합병이 잇따라 일어난 가운데, 최근에는 쓰리콤과 시만텍이 각각 티핑포인트와 베리타스 소프트웨어를 인수했다. 특히, 시만텍은 이례적으로 스토리지 업체인 베리타스를 인수해 향후 IT시장에 어떠한 파급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시만텍, 베리타스 소프트웨어 합병
지난 12월 15일 보안업체 시만텍과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업체 베리타스 소프트웨어는 6:4 비율의 전략적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베리타스 주식 보통주 한 주당 시만텍의 보통주 1.1242주의 고정 비율로 시만텍 주식으로 전환되는 방식의 이번 합병 규모는 135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이로써 시만텍은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오라클, SAP에 이은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가 되었다. 합병업체의 2006년 회계년도(2005년 4월~3월)의 예상 총 수익과 현금자산만도 각각 50억 달러에 달할 전망.
2분기 중 합병작업이 완료된 후 합병 법인은 앞으로 시만텍 이름으로 운영되며, 시만텍의 존 W. 톰슨 회장 겸 CEO는 직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베리타스의 개리 L 블룸회장 겸 CEO는 합병업체의 부회장 겸 사장직을 맡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시만텍은 앞으로 데스크톱에서 데이터 센터까지, 그리고 소비자 및 중소기업에서부터 대기업 및 서비스 업체에 이르는 전 플랫폼 상의 보안 및 가용성 솔루션을 제공하는 보안 및 스토리지 업체가 되었다. 그리고 전체 사업의 75% 정도를 기업을 대상으로, 25%는 소비자 부문 사업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만텍의 존 톰슨 회장은 “고객들은 IT 인프라 관리의 복잡성과 비용을 줄이고, 공급업체 수를 줄여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새로워진 시만텍은 고객들이 자사 정보를 보호하면서 가용성을 유지해야 하는 두 가지 필요성을 적절히 조화 및 보장해 줄 것이다. 또한 시스템 장애, 인터넷 위협, 자연 재해 등이 발생할 경우, 시만텍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 유지,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비용효과적이고 신속한 대응방식을 제공할 것이다”고 이번 합병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시만텍과 베리타스의 이번 합병은 국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전세계적인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국내 보안시장뿐 아니라 안티바이러스 시장에서도 고전해온 시만텍은 국내 기업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된 사업을 벌여온 한국베리타스와의 합병을 통해 높은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만텍 코리아는 한국인 지사장이 사임하면서 현재 데이비드 사익스 북아시아 이사가 지사장을 겸임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베리타스는 이달부터 윤문석 전 한국오라클 회장이 지사장 활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는 오히려 베리타스가 시만텍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토리지 및 보안관리 업체로 앞으로 시만텍 합병 법인의 최대 경쟁업체로 꼽히는 CA는 이번 합병에 대해 “보안과 스토리지의 통합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라며, “그러나 시만텍은 스토리지 이외의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아직 보강해야 할 분야가 많이 남아있으며, 핵심 소비자군과 소호 안티바이러스, 방화벽 시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CA는 보안과 스토리지 뿐 아니라 시스템 및 네트웍 관리, DB 관리, 애플리케이션 라이프사이클 관리를 포함하는 통합관리 전략, 즉 EIM(Enterprise Infrastructure Management)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시만텍이 현재의 CA수준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면 1년 반에서 2년은 걸릴 것이다.”고 못박아 향후 시장 판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쓰리콤, 티핑포인트 테크놀로지 인수
한편, 최근 네트웍 장비업체들의 보안업체 인수 붐에 쓰리콤이 가세했다.
쓰리콤은 시만텍과 베리타스 합병 발표와 같은 날 침입방지시스템(IPS) 업체인 티핑포인트 테크놀로지를 공식 인수했다고 밝혔다. 쓰리콤의 티핑포인트 인수 금액은 약 4억 3천만 달러이며, 이는 2004년 12월 10일 주식 종가 대비 13% 높은 가격인 공개주 당 47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핑포인트는 네트웍 기반의 침입방지시스템 업체로, 국내시장의 IPS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서 제품인 ‘유니티원’의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퍼베이시브(Pervasive) 네트웍 보안 전략’ ‘시큐어 컨버지드 네트웍’ 전략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보안 스위치 신제품을 내놓는 등 보안 사업을 강화해온 쓰리콤은, 이번 인수로 보안 솔루션 뿐 아니라 엔터프라이즈에 초점을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되었다. 또한 티핑포인트의 고성능 인라인(In-Line) 기술이 IP기반의 음성 및 데이터 트래픽을 위한 네트웍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성능 보호를 제공해 VoIP 엔터프라이즈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보안 컨버지드 네트웍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쓰리콤측은 밝혔다.
이번 인수로, 앞으로 티핑포인트는 쓰리콤의 한 부서로 운영되며, 현재 티핑포인트 CEO인 킵 맥클라난이 부서 사장으로서 브루스 클래플린 쓰리콤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에서 티핑포인트는 현재 지사 없이 싸이버텍홀딩스와 한매기술 두 업체가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앞으로 자연스럽게 한국쓰리콤에서 티핑포인트 국내 사업을 직접 총괄하게 될 예정이다.
맥 클라난 티핑포인트 CEO는 “네트웍과 보안 기술은 통합되고 있다”며 “시장이 컨버지드 네트웍 인프라의 장점을 수용함에 따라 일반적인 보안 제품에서 회선 속도 및 실시간 성능을 제공하는 통합된 보안 전용 솔루션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yjlee@infotech.co.kr


티핑포인트는 어떤회사인가?

티핑포인트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네트웍 보안 회사 중 하나다. 시스코, 알카텔, 모토로라 출신의 우수한 인력들에, 연간 수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IPS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2002년부터 시작해 단연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티핑포인트 IPS의 장점은 뛰어난 네트웍 성능과 시스템 업타임을 더 오래 보장한다는 점이다. 침입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빠르게 패치가 적용되고, 네트웍 관리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운영/관리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IPS들이 제공하는, 시그너쳐와 비정상 프로토콜을 차단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노리는 공격이 일어나기 이전에 범용적인 소프트웨어를 분석해 미리미리 방어할 수 있는 기능들도 제공하고 있다. 티핑포인트의 디지털 백신 팀은 취약점 관련 정보를 다루는 관련 기관인 센스 리포트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한국을 찾았던 티모시 위크햄 아태 및 북미지역 영업 담당 부장은 “2008년까지 IPS와 IDS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그 중에서도 인라인 하드웨어 기반의 네트웍 IPS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네트웍 성능과 비즈니스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 툴들이 빠른 네트웍을 충분히 활용해 피해를 주는 만큼 빠른 네트웍이 보장돼야 보안도 잘 될 수 있다는 것이 티핑포인트의 컨셉이다.
위크햄 부장은 “티핑포인트의 유니티원 IPS는 애플리케이션 보호, 인프라스트럭처 보호, 네트웍 성능 보호 측면에서 모두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L4 장비 이전에 들어가서 공격을 미리 막을 수 있고, 코어에 들어가서 네트웍 백본을 보호할 수도 있고, 인터넷에 배치되어 무선 환경으로 들어오는 공격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티핑포인트는 최근 타이페이에 지사를 만들었으며, 올해 초 일본과 싱가포르에도 지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아시아에서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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