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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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의 썬 인수 ‘IT 업계엔 재앙’





5년 전 어느 컨퍼런스에서 당시 썬 CEO였던 스콧 맥닐리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에게 썬을 인수할 의향이 있느냐고 농담조로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NO'였다. 하지만 5년이 흘러 이 농담은 현실이 됐다.

오라클의 썬 인수는 '환상의 결합'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IT 업계의 강자인 IBM이나 HP에 맞설 만한 '대형 종합 IT 서비스 업체'로 발돋음 하기에 매우 좋은 궁합이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없는 것이 없는 오라클의 포트폴리오에 썬의 서버와 스토리지 등 인프라 솔루션을 더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썬의 핵심 가치인 솔라리스 OS와 통합 개발 환경인 자바, 그리고 오픈소스 DBMS인 MySQL을 한꺼번에 움켜쥐었다는 점에서 IT 산업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M&A로 기록할만하다.

하지만 이번 M&A가 앞으로 IT 산업 전반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보면 무조건 찬사의 박수만을 칠 노릇은 아닌 듯 싶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축복일지는 몰라도 내부 직원이나 협력사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일 수도 있다. 양사 통합 이후 대대적인 감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현재 양사 임직원은 한국오라클이 850명, 한국썬이 250명으로 모두 1,100명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오라클은 그 동안 숱한 M&A로 경쟁사를 '제거'하는 전략을 펼쳤다. 지금까지 오라클이 인수합병한 기업의 솔루션 가운데 아직까지 살아남은 제품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라클은 최근 5년 동안 무려 55개사를 인수합병 했으며, 그것도 해당 분야의 1등 기업만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러한 그간의 전력 때문인지 과연 오라클이 썬 서버 사업을 앞으로 적극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미 IBM의 썬 인수 과정에서 제기됐던 것처럼 서버 사업부문을 썬과 서버 사업의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후지쯔에 매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서버의 CPU 개발에 수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며, 그것도 투자를 회수할만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이번 M&A는 오라클이나 썬 제품을 현장의 제일선에 영업하는 협력사의 대폭 수술로 이어질 것으로 예고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자못 심각하다. IT 산업을 지탱하는데 실핏줄 역할을 하는 협력사의 대거 몰락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불황 탓에 앞으로 2~3년 안에 전체 채널 가운데 1/3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형 M&A는 전체 IT 인구의 감소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임에 틀림없다. 현재 양사의 채널수는 한국오라클이 350여 개, 한국썬이 250여 개인 것으로 알려진다.

오라클의 M&A는 이번 썬에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의 말대로 오라클은 썬의 인수로 IT 전 부문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됐다. 하지만 2%가 부족하다. 바로 서비스 업체가 없다. IBM이 PWC, HP가 EDS를 인수했던 것처럼 컨설팅이나 서비스 업체의 인수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라클의 썬의 인수처럼 IT 기업의 대형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궁극적으로 상위 몇 개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단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IT 생태계가 서서히 깨지는 현상을 물끄러미 쳐다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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