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S 통해 기업시장 침투…신도리코 등 기존 3강, 강력 유통망으로 방어

기업용 복합기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신도리코, 후지제록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이하 캐논코리아BS) 등 복사기 기반 업체로 형성됐던 기존 기업용 시장에 개인소비자 및 SOHO 시장에서 입지를 키운 한국HP, 삼성전자가 발을 내딛은 것이다.

아직까지 기업용 시장에서의 3강 업체 규모는 지속적인 안정세를 유지하며 수성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삼성전자, 한국HP는 통합출력관리서비스(MPS) 경쟁력을 통한 기업시장 공략에 점차 그 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기업고객들이 A3 사이즈 복합기가 아닌 A4 사이즈 출력을 하는 다양한 프린팅 제품들로 사무실 프린팅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 A4 사이즈 프린터ㆍ복합기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삼성전자와 한국HP의 시장 침투에 더욱 탄력이 붙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용 시장이 새로운 경쟁구도로 재편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HPㆍ삼성전자, MPS 통해 기업시장 공략 = 기업용 시장은 개인 및 SOHO 시장과 달리 3강 구도 아래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했다. 기업들에 공급되는 80% 이상의 제품들은 A3 사이즈의 레이저복합기로, 기존 3사는 30%~20%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연평균 7만5,000~8만대 규모를 형성해 나갔다.

이처럼 고착된 기업용 시장을 뚫기 위해 한국HP와 삼성전자가 내놓은 주력 무기는 시작부터 현재까지 MPS(통합출력관리서비스)다.

기업 시장에 발을 먼저 내딛은 한국HP는 2005년 5월 MPS를 처음 선보인 후 알리안츠 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사 및 금융권 중심으로 확대 보급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동국제강그룹을 비롯해 대우증권에 1500여대의 프린팅 장비를 공급하면서 불과 3년만에 28개 기업에 MPS를 통한 프린팅 기기를 제공했다.

삼성전자도 뒤를 이어 2007년부터 한국일보, 에버랜드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MPS를 통한 프린팅 기기를 공급했으며, 지난해 기업은행을 비롯해 농협, 메리트화재, 동양종금 등과도 계약을 맺었다.

국내 MPS 도입율은 전세계 시장을 놓고 봤을 때 채 1%를 넘지 못해, MPS 도입의 성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는 MPS 수요가 커질수록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HP와 삼성전자가 기업시장 판도를 장악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HP와 삼성전자는 ▲효율적 출력장비 재배치를 통한 업무흐름 개선 ▲EMC,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기업들과의 제휴 관계를 통한 통합문서관리 솔루션 보강 등으로 MPS 경쟁력을 보다 강화시키고 있다.

◆A3에서 A4로 전환, 프린터 기반업체 유리 = 한국HP와 삼성전자가 MPS를 통해 공급하는 프린팅 기기는 대다수 A4 사이즈 제품이다. A3 사이즈 일색이었던 기존 기업시장에 변화를 몰고 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98% 가량의 사무실 문서가 A4 사이즈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최근 기업의 업무 환경은 A3 기반의 사무기기에서 A4 기반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따라서 기업 고객의 출력 효율화를 위해 이제는 크고 비싼 A3 복합기를 A4로 대체해가는 추세다"고 말했다.

본지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7만590대를 형성했던 레이저복합기 시장에서 A4 사이즈는 13만7,558대를 판매했으며, 이는 약 7만1,400대를 판매했던 지난해 상반기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반면 A3 레이저복합기는 약 3만5,000대 규모로 지난해와 큰 변동사항이 없다.

이 같은 사이즈 전환은 A3 레이저복합기 기술력이 부족한 한국HP, 삼성전자로서는 기업시장을 공략하는데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는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용 시장은 개인 및 SOHO 시장보다 약 1.5배의 매출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 기업들이 비용절감 효과를 얻기 위해 MPS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프린팅 기업들 특히 한국HP, 삼성전자로서는 개인 및 SOHO 시장에서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3강 업체, 차별화 MPSㆍ강력한 유통망 있다 = 물론 한국HP와 삼성전자의 기업 시장 진출이 곧바로 신도리코, 후지제록스, 캐논코리아BS의 아성을 무너뜨릴 정도의 직격탄이 되지는 못한다.

한국HP가 2005년부터,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기업의 프린팅 환경을 A4로 전환시키고 있지만 기존 3강 업체들의 판매량 및 매출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우선 강력한 유통망을 통해 시장을 굳건히 수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업계 분석가는 "기업시장에서 3강 업체가 구축한 유통망을 단기간 구축하기는 힘들다. 삼성전자가 프린터 사업을 개인 및 SOHO 시장에서부터 시작한 것도 유통망 구축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를 이용하겠다는 전략에서였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 600여개 대리점을 두고 있는 신도리코는 강력한 유통망을 통해 기업시장에서의 입지를 보다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이들 3강 업체들 역시 기업시장을 위한 저마다의 MPS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HP, 삼성전자와의 MPS 경쟁이 충분히 가능하다. 무엇보다 MPS의 초기단계인 소모품 교체, 고장수리 등을 오래 전부터 해 온 업체들이기 때문에 이미 구축된 유통망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MPS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도리코의 경우 2006년부터 솔루션 영업부를 신설하고, 이듬해에는 솔루션 사업부로 조직을 확대, 2008년에는 솔루션 개발부를 신설해 기술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후지제록스 역시 46개에 이르는 다양한 솔루션을 다양한 기업환경에 맞도록 재구성하고, 시뮬레이션까지 제공하는 등의 차별화를 두고 있다.

한국HP와 삼성전자가 기업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이들 3강 업체들도 A4 사이즈의 복합기를 선보여 SOHO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시장점유율은 미약하지만 이들 업체는 지속적으로 A4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