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등 전문기업 장벽 높아…국내 시장 파장은 클 듯

삼성전자가 외장하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하는 외장하드 시장 상황에 따라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업체라는 장점으로, B2C 분야를 적극 개척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외장하드 시장 진출이 국내 시장에는 보다 탄력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HDD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인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등이 선점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기대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자인ㆍ가격경쟁력, 글로벌 시장서 통할까 = 삼성전자의 외장하드 사업이 출사표를 던진 곳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이다. 최근 들어 이 시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세계 외장하드 시장은 2008년 6,200만대 수준을 형성하지만 2010년 1억대를 넘어서고 2013년에는 1억5,60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규모 역시 2008년 44억달러에서 2013년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어떤 사업도 국내만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이번 외장하드 사업 역시 글로벌 시장을 우선 타겟으로 잡고 있으며, 이에 따라 면밀한 시장조사를 거쳐 제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HDD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는 국내와는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이미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이 이 시장에 진출한 상태이며, HDD 시장점유를 이용해 사업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삼성전자 앞에는 두 기업을 포함해 히다치가 버티고 있고, 2.5인치 분야에서는 도시바까지 삼성전자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은 조립형 외장하드 수요가 아직까지 많은 국내와 달리 HDD 제조기업들의 완성형 제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만큼 개척할만한 시장도 적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호주 등 외장하드 수요가 많은 국가들을 보면 조립형 외장하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시장에는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후지쯔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에서도 웨스턴디지털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그 뒤를 씨게이트 등이 잇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과는 달리 HDD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대를 더욱 불투명하게 한다.

물론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시장 상황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은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분명 성장 가도를 달리는 외장하드 시장에서 강력한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메모리 사업의 하향세와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큰 수익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외장하드가 돌파구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차별화 기능ㆍ가격경쟁력, 승산 있다 = 글로벌 시장에서 여러 가지 약점이 있지만 기존 HDD 기업들 역시 이동성을 강화한 외장하드를 선보인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삼성전자는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충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 기능과 가격경쟁력을 승부수로 띄우겠다는 심산이다.

삼성전자 스토리지 사업부 오태엽 상무는 "노트북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외장하드 시장은 연간 20%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외장하드의 휴대성, 데이터 안정성,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삼성전자만의 프리미엄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까지 만족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S시리즈에 탑재된 ▲실시간 또는 지정된 스케줄에 따른 데이터 자동백업, ▲개인 데이터를 암호화해 저장할 수 있는 시크릿존, ▲패스워드를 통한 데이터 이중보호 장치인 세이프티키 등이 삼성전자의 차별화 전략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등외 제품들은 프리미엄 가격대지만 삼성전자의 이번 제품은 디자인과 기능을 차별화 하면서 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외장하드로의 전환 이끌 듯 = 글로벌 시장과는 달리 국내 외장하드 시장은 삼성전자의 진출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존의 중소기업들의 제품보다 고성능화된 HDD 제조기업들의 완성형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 외장하드는 별도의 케이스에 PC에 부착되는 3.5인치 및 2.5인치 HDD를 부착하는 조립형과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후지쯔 등 HDD 제조업체가 외장형 전용으로 HDD와 케이스를 생산ㆍ제작하는 완성형으로 구분돼 있다.

현재 국내 외장하드 시장은 약 150만대 규모이며 새로텍, 유니콘 등의 100여개가 넘는 중소 케이스 업체들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HDD 제조업체들이 채 50%가 안되는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진출로 HDD 제조업체들의 시장점유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립형과 완성형은 제품 안정성에서부터 성능에 이르기까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기존 소비자들이 외장하드를 단순히 PC의 외부 저장장치로 인식했지만 최근 노트북 수요가 늘면서 이동성이 겸비된 디지털 콘텐츠 저장수단으로 인식을 바꾸고 있다"며 "여기에 독립적인 이동형 저장수단으로서 다양한 소프트웨어까지 탑재되는 등 점차 고성능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의 경우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등의 HDD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고성능 외장하드를 통해 이 시장에서 서서히 입지를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며,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가 고성능 제품으로의 전환 속도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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