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3G 아이폰(아이폰2)이 출시 3일만에 10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애플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기업들은 애플 3G 아이폰의 대항마를 내놓는데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대항마라는 것들이 썩 신통치 않아 보인다. 대항마라고 하면 3G 아이폰의 특징을 모두 겸비하면서 그보다 더 향상된 성능을 발휘하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봐도 3G 아이폰의 유사 제품을 선보여 시장 흐름에 그저 발이나 맞추겠다는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 애플이 첫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도 국내 기업들은 이와 유사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선보였던 터치폰 'E490'은 아이폰의 디자인만을 따라했을 뿐 '기존 휴대폰과는 다른 스마트폰'이라는 궁극적인 벤치마킹은 하지 못했다.

더 거슬러올라가 보자. 몇 해 전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레인콤,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들의 주도권이 애플 아이팟에 휘청거리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당시 국내 업체들은 아이팟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대항마를 선보였지만 바 형태의 디자인, 혁신적 UI 등을 원하는 소비자는 아이팟으로 충분함을 느꼈다. 급기야 마진폭 감소를 견디며 아이팟의 강력한 특징인 저렴한 가격까지 따라하기에 이르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이팟과 유사했으나 소비자들은 유사 상품이 아닌 애플의 고유 디자인과 UI를 원했다.

자금력과 유통망에서 견고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레인콤, 엠피오 등의 업체들이 상당한 위기를 겪었고, 급기야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근근히 버텨나갔다.

이제 애플 아이폰2를 보자. 혁신적 UI는 여전히 애플의 특징답게 아이폰2에 담겨있으며 GPS 탑재, 맥 OS를 통한 인터넷 구현 등 다양한 기능들을 담고 있는 스마트폰이면서도 출고가는 50만원대에 불과하다.

벌써 삼성전자, LG전자는 다시 한번 3G 아이폰의 대항마라는 작전명으로 각각 '옴니아폰', '데어폰'을 선보였다. 이제야 본격적인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아이폰2로 가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수 있을까. 물론 옴니아폰, 데어폰이 아이폰과 같은 인기를 얻게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근본적인 벤치마킹이 절실할 때다. 소비자들이 왜 애플 아이폰에 열광하는지를 해부해봐야 한다. 미국에서 MP3플레이어는 곧 아이팟이라고 하며, 애플이기 때문에 구매한다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라고 한다.

이제는 애플 3G 아이폰을 회의실에 갖다놓고 뜯어볼 것이 아니라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기업, 소비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긴 서류를 책상에 가져다놓고 머리를 싸매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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