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FMC없이 물리적 결합은 위험…이질적 문화도 과제

국내 최대의 유선/초고속망 사업자인 KT와 제2의 이동전화사업자인 KTF와의 통합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꼭 통합만이 능사가 아니며 역으로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KT그룹은 남중수 사장이 지난 연말 연임이 확정된 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KT-KTF'간 합병을 공식 거론한 이후, 합병을 위한 컨설팅, 자체 임직원 교육, 그리고 그룹 IT 자회사와 물류 자회사 설립 등의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FMC(Fixed Mobile Convergence)를 대변할 만한 상품 개발과 조직혁신과 같은 대안 없는 물리적 결합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출 통합 ∙ 단순 결합상품 출시 ∙ 영업비용 절감 등의 시너지 효과로는 위험=KT그룹이 KT와 KTF의 합병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몇가지로 요약된다.

KT로서는 약 7년째 11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매출 한계를 타계해보자는 의도가 강하고, KTF로서는 점점 더 가속화되는 수익성 악화를 극복해보자는 데 일단 의기투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결산을 토대로 지금 당장 양사가 합병할 경우 매출 규모는 약 20조원에 달한다. KT가 11조 9,364억원에 이르고, KTF의 경우 7조2,933억원 이었다. 말 그대로 매머드급 통신 사업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또 양사간 합병을 통해 KTF의 길거리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고객 친화적 기업으로 거듭나고, 유휴 시설을 자본화하거나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다. 또한 백오피스 인프라를 통합 함으로써 영업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 7월을 목표로 그룹 IT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여기에 고객에게는 TPS(3종 결합상품), QPS(4종 결합상품)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고객 이탈을 막고 매출을 확대할 수 있으며, 3만7천여명과 2천8백여명으로 구성된 인력을 새롭게 정비∙재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획기적인 조직혁신 없으면 '도약'기회 잃어=대부분의 통신 전문가 및 컨설팅 업체들은 KT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KT-KTF'간 통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통신 사업자들이 거대 포탈 및 인터넷사업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FMC를 통한 가입자 이탈과 신규 서비스 창출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KT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방식의 합병은 자칫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시각이다.

KT그룹은 본체인 KT는 물론이고 KTF 또한 자기 몸조차 함부로 움직이기 힘든 공룡기업이다. KT는 3만8천여명의 임직원 중 팀장급 이상이 1천여명에 이르고, KTF는 2800여명의 임직원 중 300여명의 팀장을 거느리고 있다. KT 그룹이 이번 기회를 빌어 대대적으로 인적부담을 덜고, 조직혁신을 꾀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과연 100년 역사의 유선사업자 KT가 이 난제를 풀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미 KT와 KTF 노조에서는 이와 관련한 의견이 서로 충돌되고 있는 양상이다. KT는 원칙적으로 합병은 찬성하지만, 인적청산은 반대한다. KTF는 본체인 KT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통합 로열티 지표면에서 모바일보다 유선이 강세=이 같은 양상은 이미 유럽과 같은 해외사례에서도 나타났다. 유선/브로드밴드 사업자와 무선사업자간의 통합에서는 인적 청산을 중심으로 한 조직정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면에서도 여전히 유선사업자가 주도권을 잡은 상태에서 통합이 진행되었다.

이와 관련해 한 통신 컨설턴트는 "FMC가 진행된 유럽의 경우에도 모바일 보다는 유선/브로드밴드가 로열티 지표면에서 강세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것은 개인 중심의 모바일 가입자 기반과 가족단위 개념의 유선 가입자 기반이 상충될 때 가족개념의 가입자 기반이 확대 측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국내에서는 모바일 사업자인 KTF가 주도권을 잡을 여지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과연 KTF가 그럴만한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관련업계는 KTF가 경쟁사업자인 SKT를 제치고 1위로 등극할 수 있는 기회를 이미 한번 잃어버린 것이 다음 단계의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보장할 수 없는 약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며칠 전 가입자 500만을 돌파한 3G서비스가 그것이다. KTF는 3G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SKT를 바짝 추격하거나, 아니면 앞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KTF는 광고전략은 좋았으나, 상품개발과 채널 정비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지 못함으로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렇다고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KT-KTF와의 통합에서 진정한 FMC를 구현할 경우를 전제로 'SKT-하나로' 체제를 멀찌감치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도 만만치 않다. 또한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KT의 와이브로와 WiFi에 KTF의 이동전화서비스가 가세할 경우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혁신적인 고객 UI가 필요하다=합병에 따른 '결합상품'만을 목적으로 둔다면, 이미 이 같은 통합은 실패한 것이다. 결합상품은 결국 제살 깎아 먹기의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FMC를 추진했던 프랑스텔레콤과 오랜지가 결합상품에 실패한 전형적인 사업자들이다. 번들링, 결합상품을 통한 매출 엔지니어링이 우선시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획기적인 UI의 상품이 우선이라는 얘기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KT-KTF'의 FMC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타의 통합 이점 보다는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UI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애플의 iPhone이나 구글 폰 같은 뛰어난 UI를 가진 제품을 구비한 다음 통합작업을 진행해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도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는 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통신사업 환경상 네이트나 메직앤처럼 폐쇄된 구조의 플랫폼, 네트워크 환경에 익숙했던 사업자들이 오픈 환경의 FMC에 걸맞는 사고, 발상의 전환을 쉽게 꾀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FMC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부터 오픈하고 그 다음으로 FMC에 걸맞는 UI를 찾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네트워크를 개방해야 그나마 일정 정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KT와 KTF간 문화 차이가 가장 큰 걸림돌=KT와 KTF간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뭐니 뭐니해도 양사간 문화적 차이이다. 이것은 단지 KT와 KTF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통신기업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것으로 통신기업의 합병 실패 이유 중 첫번째에 해당한다.

KT는 여전히 공룡기업이다. 쇄신에 쇄신을 거듭했지만, 조직 구조상 아직 완전히 구태를 벗었다고 할 수 없다. 사업상의 특성을 감안한다해도 3만8천여명의 임직원이 12조원의 매출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반면 KTF는 2800여명이 약 7조3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1인당 생산성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한계 사업이라는 상품의 특성이 있다하더라도, 조직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없다. 특히 마케팅 능력이나 의사결정의 신속성 등에서 KTF가 월등히 앞선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과거 일방적으로 공급하던 전화사업 문화와 치열한 유치경쟁을 통해 성장한 이동전화사업의 근본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당연히 상호간 우월적 문화, 프로세스, 경쟁력 있는 상품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KTF가 모체인, 그리고 갑(甲)에 해당하는 KT에 흡수되는 형국이 될 것"으로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이 점이 'KT-KTF'간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며, 이것이 현실로 드러날 경우 합병은 도리어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KT관계자는 "합병은 이미 기정 사실화되었으나, 구체적인 방향 설정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고 "각론에 있어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으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한 KT그룹이 이번 합병을 통한 FMC의 구현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지 계속 지켜보는 것이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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