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보다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의 무기로 IT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견제조업체 중에서 이미 ERP, SCM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최근에는 아웃소싱을 감행, 운영효율을 높이고 IT수준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업체도 생겨났다. 또한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기업에게 IT인프라 정비는 필수사항이다. 외국 투자자의 경우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살펴보는 목록 가운데 CIO의 여부, IT시스템, 내부 회계시스템 등 얼마나 신뢰할만한 IT인프라를 갖췄느냐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IT업체들, 전방위 영업 강화

이러한 추세에 따라 IT업계에서도 금융, 제조, 공공 등 집중 공략대상 업종을 나눠 영업하던 방식에서 업종과 무관하게 돈되는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들 업종과 별도로 최근 중요하게 부각했던 분야가 바로 중소기업(SMB) 시장이었다. SMB 시장은 중견제조기업으로 대기업과 거래하기 때문에 IT인프라 정비가 필요했던 경우도 있으나 해외 시장으로 활로를 넓히면서 중국, 미국, 유럽시장이 원하는 글로벌 경쟁력과 글로벌 IT화를 갖추려고 했다.
최근 IT업체들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안주했던 금융들도 해외 영업을 강화하려고 한다면 IT도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IT업체들에게는 업종 불문하고 ‘글로벌’ 전략을 내세우면 반가운 손님이 됐다. 액센츄어 서울사무소가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그룹사 중견제조기업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SAP ERP 컨설턴트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 GBS사업부를 신설한 것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전략’을 수립한 기업은 규모에 상관없이 IT선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IT업체들은 기업의 경영전략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또한 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 역시 집중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카스·본텍·길병원 등 ERP 도입

전자저울 제조업체 카스는 세계 판매 1위인 국내 중견제조업체이다. 카스는 이미 오라클 ERP를 도입했고 전세계로 확대한 사례다. 자동차오디오 업체인 본텍은 현대-기아차에 자사의 제품을 제공, 현재 내수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나 앞으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것을 대비해 최근 SAP ERP를 채택했다.
의료시장 개방에 맞서 글로벌 IT화를 선언한 가천의대 길병원은 ERP를 도입하기 전 SAP와 오라클 등 글로벌 표준만을 검토하고 오라클 제품을 최종 선택했다. 교보생명은 중국 북경에 영업사무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준비중이며 이 회사 역시 일부 SAP 유가경로관리와 인사(EHR)부문을 사용했으며 최근에는 오라클의 재무회계 모듈을 도입했다.
이미 일본시장에서 자리잡은 NHN 역시 올 6월 한국IBM과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으며 NHN은 앞으로 핵심역량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NHN은 한국IBM과 계약함으로써 IBM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얻게 됐으며 앞으로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층 더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외자유치 위해 IT정비 필요

길병원은 앞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병원들이 인천 경제특구에 진입했을 때 글로벌 경쟁력으로 맞서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해외 자본 유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길병원 이언 기획 부원장은 “어차피 병원은 건강보험 때문에 어느 정도 재무상황이 공개돼 있다”며 “ERP로 이를 좀더 투명하게 내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전 국내 그룹의 한 계열사가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CIO, ERP 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부랴부랴 CIO를 영입하고 ERP 구축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원래 이 회사는 그룹 계획에 따라 ERP를 추진하고자 했으나 해외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구축 시기를 앞당겼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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