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고객들 "tpmC든 균형성능이든 수치 놀음일 뿐"

요즘 서버 업계에서는 '성능 평가방법론'을 놓고 공방전이 한창이다. 일부 대형 프로젝트에서 입찰조건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 이 서버성능에 관한 이슈는 점차 가열되면서, 마치 주요 벤더들의 제품 간 우열을 단박에 가를 듯이 논쟁이 비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과연 어떨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버 성능에 관한 논쟁의 핵심은 'tpmC'와 '균형성능'이다. 구체적으로 한국HP의 '균형성능론'과 한국IBM의 'tpmC 방식'이 한판 맞장을 뜨고 있는 것이다. 한국HP는 tpmC식 성능 평가에 대해 한계론을 내세우며 공격을 가하고 있고, 이에 반해 한국IBM은 자사 서버의 높은 tpmC를 자랑하며 이는 TCO 절감 효과와 직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사의 신경전이 팽팽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은 고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고객들은 "tpmC든 균형성능이든 수치는 수치일 뿐 벤더들이 주장하는 TCO 절감과 같은 사안과는 별개"라며, "이 같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 양사 모두 말장난하고 있다"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HP-IBM의 tpmC 공방
TPC-C라고도 불리는 tpmC는 공인 서버 성능 싸이트인 tpc.org에서 발표한 지 15년이 넘은 기준으로, 실 환경과 괴리가 크다. 이처럼 tpmC가 정확한 서버 성능 측정치로서 한계가 있다는 얘기는 이미 수년전부터 나온 얘기지만, 최근 한국HP가 한국IBM을 겨냥해 다시 한 번 이슈화 하고 있는 것이다.

IBM의 유닉스 서버 '시스템p'에 탑재되는 CPU의 클럭스피드는 HP의 유닉스 서버 '수퍼돔'의 CPU보다 빠르다. 이 때문에 각사의 CPU를 한 서버에 장착하면 IBM 서버의 tpmC가 더 높으며, 이는 고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즉 같은 tpmC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퍼돔이 시스템p보다 1.5배~2배의 CPU 코어가 필요하단 얘기다. 특히 IBM의 최신 CPU 'p6'는 업계 최고의 클럭스피드인 4.7기가 헤르츠로, 이를 장착한 서버의 tpmC는 훨씬 월등해진다.

한국IBM은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높은 tpmC는 TCO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한다. 서버 성능이 높으면 운영 효율이 당연히 높고, CPU 개수가 적을수록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낮게 책정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HP는 이를 의식해 "tpmC만으로 서버를 평가해선 안 되며, 균형성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tpmC는 '커트라인'일 뿐
그러나 고객들은 한국HP의 우려와는 달리, tpmC만으로 서버를 선정하고 있지 않다. 몇몇 대기업 고객들을 취재해본 결과, tpmC는 서버 선정 시 벤더에게 요구하는 최소 조건 같은 개념이다. 서버 업체들에게 RFP를 보낼 때 일정 기준 이상의 tpmC만 넘으면 '서류합격'은 된다는 얘기다.

대다수 고객들은 어떤 서버라도 CPU 개수 등의 조건만 최적화 시키면 요구된 tpmC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tpmC만 가지고 서버를 선정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보다는 벤더들의 제안설명회, BMT 결과, 사용자 선호도, 향후 서버업체의 서비스 수준, 가격 등을 고려해 최종 서버를 선정하기 때문에 tpmC가 최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 물론 고객마다 다르다. 고객별로, 상황별로 서버 선정 시 tpmC의 비중은 다르다. 그러나 고객들은 공통적으로 이 수치가 '낡은 기준'임에는 동의한다.

tpmC가 TCO 반드시 좌우하지 않아
또 고객들은 'tpmC가 높으면 TCO 절감 효과가 높다'는 한국IBM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비용이라는 것은 거래 시 서버 가격, 유지보수 계약 비용 등의 '딜'에 따라 격차가 크기 때문에 이는 이론일 뿐, 실제와는 크게 다르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사실은 tpmC 수치 자체가 실제 성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고객은 기존 IBM 서버를 p6 칩이 탑재된 p570으로 교체했다. 분명히 공인 수치상으로는 p570이 더 많은 CPU를 탑재한 기존 제품과 tpmC가 같았는데, 실제로 가동시켜 보니 동일한 성능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론처럼 클럭스피드가 몇 배가 됐다고 해서 성능이 그대로 몇 배가 된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성능이 떨어지니 비용효율도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애초에 한국IBM이 주장한 TCO 절감효과가 100% 들어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균형성능' 역시 "수치에 불과"
이렇게 되면 한국HP의 주장이 신빙성 있어 보이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한국HP는 "일부 고객들은 SAPS 성능을 평가해야할 ERP 서버를 구매할 때조차 SAPS 성능을 tpmC로 환산해 오라고 요구한다"며, 이는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고객들은 오랫동안 tpmC에 길들여져 이 수치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짙다는 게 한국HP의 얘기다.

한국HP가 내세우는 tpmC 외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는 ERP 애플리케이션 성능인 SAPS 성능, 대용량 데이터 처리 능력 측정치인 'TPC-H', 웹서버 성능치인 '스펙웹', 자바 애플리케이션 성능치인 '스펙JApp' 등이 있다. 이 기준치들을 모두 고려할 때, 자사의 서버가 균형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가졌다는 게 한국HP의 주장이다.

고객들 가운데는 한국HP의 불만대로 OLTP 관련 업무용 서버가 아닌 ERP 서버, DB서버, 웹서버 선정 시에도 이에 특화된 측정치를 요구하지 않고 무조건 tpmC만 요구하는 고객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고객도 많다. 서버의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측정치를 요구하는 고객도 있다.

주목할 것은, SAPS, TPC-H, 스펙웹, 스펙JApp 등도 수치에 불과하다는 건 매한가지라는 게 고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RFP에 tpmC만 무조건 요구하든, 혹은 이같이 다양한 기준들을 요구하든, 어차피 비중은 크지 않다. 각 업무에 맞는 다양한 기준을 요구하는 게 'tpmC 일변도' 보다는 정확할 수 있으나, 최종 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고객들은 한국HP가 tpmC의 낡은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나, 한국IBM의 tpmC 성능에 대한 자부심 모두에 공감은 가지만, 양측의 서버 성능에 대한 평가방식이 고객들의 의사결정에는 결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용론'을 내렸다.

한편, 역설적으로 고객이 특정벤더에 유리하게 작용할 만한 의도적인 '성능평가 방식'을 채택할 경우, 스스로 '무용론'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꼴이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