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하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

[아이티데일리] 지난 5월 20일 열린 임시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동통신 업계는 “다양한 요금제로 경쟁이 활성화돼 가계통신비가 인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가계통신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991년 도입된 ‘통신요금 인가제’는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의 사전 인가를 받도록 명시했다. 통신요금 인가제는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 새로운 통신요금제 출시를 위해 인가를 받으면, 다른 이동통신사도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이번 개정안에서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유보신고제’로 대체한다. 유보신고제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신고했을 때, 정부가 15일 내로 문제 삼지 않으면 곧바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 측은 개정안 통과로 새로운 요금제를 준비하는 기간을 짧아져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요금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및 소비자들은 통신요금 인가제가 폐지되면서 오히려 통신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존 통신요금 인가제에서도 요금 인하는 신고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2항에는 ‘이미 인가받은 이용약관에 포함된 서비스별 요금을 인하하는 때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이런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3사가 요금 인하 경쟁을 벌인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가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이통사의 의지에 달렸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통사의 행보로는 요금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5G 네트워크 투자 비용 등을 이유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근본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통신요금뿐만 아니라, 통신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단말기 비용에 대한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가장 많이 논의돼 왔던 것은 단말기 유통구조의 개편이다. 현재의 유통구조는 이통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고 있으며, 통신요금고지서에 단말기 할부금과 할부이자가 함께 청구된다. 예를 들어 할부원금이 100만 원인 스마트폰을 2년 약정으로 구매했다면, 통신요금과 더불어 할부원금 및 5.9%의 높은 할부이자가 부과된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계통신비를 높이는 데 일조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통사와 단말기 유통구조를 분리한 자급제 방식이 꼽힌다. 자급제 방식의 유통구조가 활성화되면 통신요금과 단말기 구매 비용이 분리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계통신비가 낮아진다. 더불어 기존 단말기 지원금 기반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통신사 및 알뜰폰 사업자들의 통신요금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일명 단통법)’의 제정 취지였던 불법보조금 대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통사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통신요금 및 단말기 유통구조 개편은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어려운 과제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목적을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통신 업계, 단말기 제조사, 국회 및 정부기관은 물론, 시민단체·소비자까지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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