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업계 성장, ‘파스-타’ 성공에 달렸다

[아이티데일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주도로 개발된 국산 클라우드 플랫폼이 있다. 바로 ‘파스-타(PaaS-Ta)’다. 파스-타는 해외 벤더 중심의 클라우드 플랫폼 시장에서 국내 IT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다양한 국내 IaaS(서비스형 인프라)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운영, 유통 등 전주기를 지원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지난해에는 클라우드 파운드리(Cloud Foundry)와 쿠버네티스(Kubernetes)가 밀접하게 결합된 파스-타 5.0 버전이 시장에 출시되기도 했다.

① 단계적 고도화 절차 밟은 개방형 플랫폼 파스-타
② 물꼬 터진 파스-타, 확산이 성공의 핵심
③MSA 전환, 상용화, 기술지원 등이 숙제

현재 국내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들은 파스-타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면서 성능을 고도화시키고, 안정성까지 높여 각자의 비즈니스에 활용한다면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파스-타에 대한 상용화 문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전환 문제 등과 관련한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과연 파스-타가 향후 국내 IT 중소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파스-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물꼬 터진 파스-타, 확산이 핵심

잘 만들어진 기술이라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쓸모가 없듯 파스-타 역시 많은 기관, 기업들에서 사용되도록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파스-타가 확산되기 위해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인식과 예산 증가 등을 강조한다. 먼저, 글로벌 클라우드 플랫폼 벤더들은 연간 1조 원 가량의 비용을 기술 고도화와 적용·확산에 쓰고 있다. 이러한 비용에는 R&D가 포함돼 있지만, 개발자 교육이나 무료체험, 홍보와 확산, 파트너 생태계 구축에도 쓰이고 있다.

파스-타의 경우 글로벌 벤더들에 비해 미흡한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20억 원~30억 원 사이의 금액이 기술 고도화와 적용·확산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정도 예산 수준으로는 글로벌 벤더가 잠식해가는 시장에서 파스-타의 입지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파스-타 확산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훈 인프라닉스 부사장은 “사실 글로벌 벤더들의 막대한 투자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있는 예산으로 클라우드 플랫폼을 발전시킨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저력이 상당하고 생각한다”면서, “출발점이 다르더라도 시장선점이라는 목표점이 같기에, 경쟁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파스-타 확산의 방법으로는 업계 전반에 퍼진 파스-타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파스-타는 처음 개발 당시 대형 엔터프라이즈급 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NIA의 주도로 중소기업들이 십시일반 기술력을 모아 개발한 플랫폼이다. 그렇기에 평가나 관점, 지속 가능한 측면 등의 부문에서 파스-타에 대한 좋지 못한 인식이 퍼져 있다.

김은주 한국정보화진흥원 공공클라우드지원단장은 “오픈소스 기반이지만 클라우드 플랫폼을 연간 30억 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30억 원으로 만든 클라우드 플랫폼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는 인식도 존재한다”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확산이 시작되면 비판적인 시각 역시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고세준 비디 사업운영총괄은 “확산에 대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좋은 제품이라고 인정해주느냐가 핵심”이라며, “파스-타의 경우 오픈소스로 구성됐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확산 측면에서는 단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내가 기술 지원 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술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지속적 R&D, 공공·민간 확산, 인력 양성이 성공의 관건”
김은주 한국정보화진흥원 공공클라우드지원단장

▲ 김은주 한국정보화진흥원
공공클라우드지원단장


Q. 파스-타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A. 2013년 당시에는 클라우드 플랫폼 측면에서 레드햇, 피보탈과 같은 글로벌 벤더들이 더할 나위 없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클라우드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국산 PaaS는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정확히 하지도 못할 정도였다.

이를 정부 차원에서 개발해 국내 기업들이 파스-타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한다면, 기업 경쟁력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황 상 2013년 이후에 특정 기업이 단독적으로 PaaS를 만들어 성공시키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거라고 판단해, 정부가 민간과 함께 공조해 만들어나가는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Q. 개발하는 동안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A.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했다. 가령, 파스-타의 기술 개발 및 고도화를 위해 ISP 과정에서 클라우드 파운드리가 기반으로 적용된다고 확정된 후, 클라우드 파운드리 재단에 프로젝트 경험을 위해 3명을 파견 보냈다. 파견을 통해 프로젝트 노하우를 배운 PM들이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파운드리를 파스-타에 적용하는 작업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클라우드 파운드리 버전이 바뀐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당히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프로젝트를 경험한 3명의 PM의 높은 기술 이해도 덕분에 무난히 적용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상황은 쿠버네티스가 파스-타 4.0에 적용되면서, 쿠버네티스 재단인 클라우드 네이티브 컴퓨팅 파운데이션(CNCF)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쉽지 않았다. 이를 CNCF 재단에 1년 정도를 지원해 줄 수 없냐고 요청했고, CNCF측도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보내줘 참가할 수 있었다. 물론 현재는 CNCF 재단에 가입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파스-타의 방향이 오픈 이노베이션이기 때문에 다음 세대를 이끌 오픈소스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클라우드 파운드리, 쿠버네티스, 젠킨스, 프로메테우스, 인플럭스DB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깃허브에 소스코드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Q. 파스-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A. 파스-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지속적인 R&D다. 클라우드 플랫폼 예산이라기엔 미흡했지만, 연간 20억 원~30억 원대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 끌고 왔다. 추가적으로 R&D 관련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공공과 민간에서의 확산이며, 세 번째는 인력 양성이다. 이 3가지가 향후 ‘파스-타’의 흥망을 좌우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파스-타는 미력하나마 R&D에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개발자들에 대한 홍보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흡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되려면 이러한 부분들까지 같이 가야만 한다.


Q. 파스-타 1.0과 파스-타 5.0의 반응 차이는.

초기에는 불신의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반응이었다. 하지만 파스-타 5.0까지 오면서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KT, 코스콤, NBP, NHN 등 우리나라 클라우드 기업들이 파스타를 탑재하기 시작했고, 협의 체계가 생기면서 어떻게 이걸 더 잘 쓸 것인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실패하는 플랫폼으로 끝나지는 않겠다고 느꼈다. 특히, 전자정부 클라우드 플랫폼 표준으로 행정안전부와 논의를 거쳐 파스타가 선정되면서, 더욱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작년 12월에 파스-타 5.0버전을 출시할 때에 이르러서는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하기 시작했다.


Q. 파스-타 얼라이언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파스타 얼라이언스 내 ‘서비스 얼라이언스’와 ‘레디 얼라이언스’, ‘교육 얼라이언스’ 등 3가지의 카테고리가 있다. 먼저 서비스 얼라이언스는 말 그대로 파스-타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업들이 모인 얼라이언스다. 레디 얼라이언스는 기술지원, 컨설팅, SI 등의 작업을 하는 얼라이언스다. 특히, 레디 얼라이언스는 파스-타에 SW(DBMS, 웹 WAS, 국산SW)를 얹어서 파스타가 구축되면 같이 팔리는 제품들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추가적으로 교육 부문도 추가할 예정이다. 아직 이름은 못 정했다.

이 3가지 얼라이언스는 유기체와 같은 형식으로 구성할 것이다. 물론, 이들이 쉽게 서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설립 예정인 개방형플랫폼센터에서 각 얼라이언스들의 운영과 총회 등을 지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손쉽게 파스-타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제공돼야 한다. 교육을 통한 확산 지원 사업 외에도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패키지를 다운로드 받고 IaaS 환경을 구성한 이후에 파스-타를 설치하는 방법과, 간단한 애플리케이션 개발·배포 등에 대한 쉬운 가이드 제공이 필요하다.

가령, 음식 파스타(Pasta)와 클라우드 플랫폼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파스타를 만들 때 면과 물, 소스 등의 재료만 있다고 파스타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파스타를 조리할 때의 면의 양, 물의 양, 면의 익은 정도 등 다양한 것들이 손쉽게 볼 수 있도록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파스-타 역시 패키지, IaaS 환경 구성,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배포 등에 대한 가이드가 있으면 비교적 개발과 배포가 쉽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파스-타에 대한 인식 역시 긍정적으로 바뀌고 레퍼런스가 늘면서 확산도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 외에도 파스-타 기술지원 확대를 위해 대학교와 파스-타 인력 양성 MOU를 체결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파스-타 비즈니스 활용 기업들에게 레퍼런스 확보 기회를 제공하는 등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형태의 확산 방법에 관한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공공부문 파스-타 적용사례]
부산광역시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사업

부산광역시는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및 통합관리 환경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해당 사업을 진행했다. 부산시 데이터센터 정보시스템 자원의 유연성 및 확장성을 고려한 클라우드 기반 정보시스템 모델 도입의 필요성이 증가했으며, 노후 IT 자원 교체비용과 데이터센터 공간 부족에 따른 관리비용 증가도 한몫했다.

인프라닉스는 클라우드 플랫폼에 파스-타를 적용, 오픈 SW로 표준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비용을 절감했다. 또한, 자원의 고가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성해 무중단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게 됐고, 이용자 자원 수요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와 탄력적인 인프라 운영이 가능해졌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온프레미스 환경 내 파스-타 기반의 클라우드 운영 환경을 구축하게 된 부산시는 멀티 클라우드를 활용한 파스-타 기반의 플랫폼 환경을 구현하는 동시에 DR체계까지 구축했다.

▲ 부산시의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사업(출처: 인프라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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