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마케팅의 다소 껄끄러운 관계 (유혁 eClerx Associated Principal - Analytics, Insights & Reporting Practice Lead)

▲ 유혁 eClerx Associated Principal - Analytics, Insights & Reporting Practice Lead

[컴퓨터월드] 유혁 대표(미국명 Stephen H. Yu)는 25년 이상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세계적인 데이터 전략, 빅데이터 애널리틱스 전문가다. I-Behavior의 공동창업자/CTO, Infogroup 부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보수집, 데이터베이스 설계, 통계학적 모델을 활용한 타깃마케팅 등 마케팅과 IT간 가교에 큰 기여를 해왔다.
유혁 대표의 오랜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사용자들과 독자들에게 보다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특별연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금융, 통신, 미디어, 유통, NGO 등 다양한 글로벌 고객들과의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애정 어린 충고와 쓴 소리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주

 

개와 고양이는 태어나서부터 같이 자라지 않은 이상 사이가 좋기 어렵다. 그것은 개와 고양이가 원천적으로 소통의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는 놀자고 할 때 꼬리를 세우고 흔드는데, 고양이에게 그 올라간 꼬리는 적대적 신호다. 화가 나있거나 흥분한 고양이를 관찰해보면 꼬리뿐 아니라 털, 발톱, 심지어는 척추까지 치솟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의 입장에서는 놀자고 꼬리를 흔든 것뿐인데 난데없이 노려보며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는 고양이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같은 행동, 다른 의미’

필자가 개를 선호하는 사람이라서 개의 입장을 먼저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고양이의 처지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햇볕 잘 드는 따뜻한 곳에 자리 잡고 낮잠을 자려고 하는데 웬 개가 나타나 꼬리를 흔들어대며 정신 사납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조우는 그래서 끝이 좋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야 다행스럽게도 인류가 진화를 거치는 동안 그 꼬리를 잃어버려 신경 써야 할 신체부위가 하나 줄어든 셈이지만, 만약에 우리가 아직도 꼬리를 갖고 있었다면 여성에 비해 비교적 둔감한 남자들은 여자들이 어떤 말을 할 때 그녀의 꼬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까지도 관찰을 해야 화를 모면할 경우가 허다했을 법하다.

물론 이런 건 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비즈니스 사회에서도 이러한 소통의 문제를 늘 보게 된다. 그리고 특히 IT와 마케팅의 관계가 그렇다.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는 말도 있지만, IT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들도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 같이 행동할 때가 많다. 모든 마케팅 메시지가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화돼야 한다는 빅데이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 IT와 마케팅의 간극을 좁힐 방도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 둘을 개와 고양이에 비교하면 싫어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 달리 비교해보겠다. IT 쪽 사람들은 모든 표현이 논리적으로 흠잡을 데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스팍(Spock)과 같은 사람들이고, 마케팅 쪽 사람들은 IT 전문가들이 보기에 무슨 텔레파시 능력까지 갖춰서 데이터 같은 것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남의 감성까지 읽을 줄 아는 외계인 같다는 말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우주선에 이런 분란이 생기면 대개 지구 출신인 선장이 중재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중재 역할을 하려면 양쪽의 언어와 문화를 편견 없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IT와 마케팅의 간극 줄여야

이와 비슷하게 IT와 마케팅 세계 중간에도 통역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책의 12장 '훌륭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란?'에서 언급했듯이 그러한 통역을 하는 사람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고 불러도 좋겠고, 혹은 데이터 전략전문가(Data Strategist)가 그 역할을 맡는 경우도 있겠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짐승과 조류의 중간에 있는 박쥐와 같은 존재라고 볼 수도 있는데, 원래 그런 주변인(Marginal Person)들은 어떤 한 세계에 전적으로 속해있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도 그 입장을 이해해주지 않고 때로는 반대편에 더 가까이 서있다고 오해받아 양쪽에서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데이터와 분석에 관해 전문가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 마당에 외교관 역할까지도 떠맡아야 한다는 말인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것이 현실이다.

IT는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현대 조직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스템은 에러 없이 늘 제대로 돌아가야 하며, 내부와 외부에 있는 인력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기와 OS를 통해 항시 연결돼있어야 한다. 데이터는 안전하게 저장되고 또 수시로 백업돼야 하며, 그것을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 허용한도가 정해지고 또 정확하게 적용돼야 한다.

더욱이 늘 새로운 기술과 SW(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관리하며 업데이트해야 하는 임무까지도 주어진다. 그러다가 만약에 주말에 단 몇 초라도 어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난리가 나기 마련이다. 사용자들, 특히 고객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은 IT의 어떤 기능이라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마치 모든 분란이 기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처럼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마치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면 아무도 발전소나 제반시설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고 살다가, 천재지변으로 전기가 잠깐만 나가도 모든 사람들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Thankless Job'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모든 비즈니스 목표가 수학적·논리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아

그 반대편에는 마케팅, 영업, 그리고 고객지원업무를 하는, 즉 고객과 그들의 보스들을 염려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고객들은 요즘 흔히 말하는 대로 ‘갑질’은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을’쪽에 서있는 사람들을 파트너로 여기기보다는 명령하고 부리는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건 미국에서도 그렇다).

게다가 딱히 잘못된 일이 없어도 뭔가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같이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혹시 ‘갑’의 영업목표 달성에 조그만 차질이라도 생기면 ‘을’은 당연히 긴장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고객들이나 그들의 보스들은 원하는 바나 목표를 아주 애매모호하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카피는 매끄럽지 않고 어딘가가 껄끄러워”, “이 앱은 끈끈하지가 않아”, “제대로 된 타깃을 찾아야 해”라는 식이다.

도대체 그 ‘제대로 된’이란 말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말이다. 그런데 IT쪽 사람들도 알아야 할 것은, 첫째, 고객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기분 나쁜 일이며, 둘째, 모든 비즈니스의 목표가 수학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모든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도 그렇다.

IT와 마케팅 사이에서 중재를 하는 사람이 없으면 마케터들은 자주 데이터와 분석에 관한 처방을 독자적으로 내리곤 한다. 마케터들은 여태까지 쌓여온 모든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흔히들 믿는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 요구를 하게 되는데, IT는 마케팅뿐 아니라 다른 부서들도 다 지원해야 하는 부서이므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거나 보안이 염려되는 요구는 들어주지 않으려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들의 길고 지루한 협상 끝에 마케터들이 허용 가능한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치자.

마케터의 데이터 접근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양의 데이터를 갖게 된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렇다고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그 엄청난 양의 정보 때문에 일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경우 마케터들은 데이터가 이해하기 어렵게 정리가 돼있고, 뭐가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찾기가 어렵다고 데이터 사전(Data Dictionary)에 대해 불평을 시작한다. IT의 입장에서는 기껏 달라는 데이터를 다 주고 수백 페이지 이상의 데이터 사전까지 정리해줬는데도 불평이 끊이지 않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일 것이다.

그런 긴장이 계속되다보면 급기야 데이터의 질에 대한 비판이 시작되고, 데이터 관리(Data Governance)에 문제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는데, 이건 DB(데이터베이스)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IT 관계자가 듣기에는 아주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데이터 사전에 다 있는 내용을 왜 자꾸 물어보냐고 하면 마케팅 쪽에서는 그걸 이해하기도 어렵고 비슷한 내용을 가진듯한 변수가 도처에 널려 있어서 도대체 뭐가 정답인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그러면 IT에서는 새로운 툴셋이 있어야 데이터 거버넌스고 뭐고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받아친다.

심지어 필자는 그런 갈등 끝에 마치 모든 분란이 시스템을 갈아엎으면 해결되는 양 아예 시스템 전체를 리플랫포밍(re-platforming)하는 IT총책도 본 적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많은 독자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게 들린다면 그것은 이러한 문제가 일부 조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여기서 좀 더 자세한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마케터들은 흔히 'High-Value Customer', 즉 한국식 표현으로 VIP, 혹은 고가치 고객을 원한다고 하는데, 세상을 0과 1로 보는 사람들에게 그런 표현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높다면 뭐가 높다는 것인가? 그 High-Value란 말은:

· High-dollar spenders (고액 거래자) – 그런데 그들이 자주 구매를 하기도 하는가?
· Frequent shoppers (자주 거래하는 고객) – 그런데 그들이 사용한 액수는 얼마나 되나?
· Recent customers (최근 거래자) – 흔히 '핫라인(hotline)' 고객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그런 추세가 개인별로 몇 달이나 갈 것인가?
· Tenured customers (오래된 단골) – 그런데 그들이 '지금도' 단골인가?
· Customers with high loyalty points (적립 포인트가 높은 고객) – 혹시 그런 고객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포인트만 많이 적립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아닌가?
· High activity (활동량이 많은 고객) – 포인트 등 뭔가 오고가는 것은 많은데 그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가?
· Profitable customers (이익을 많이 남기는 고객) – 별로 투자를 하지 않아도 계속 구매해주는 고객이야말로 훌륭한 고객인데, 각 고객에게 얼마만큼의 마케팅과 영업 비용을 쓰고 있는지 추적이 가능하긴 한가?
· Customers who purchase extra items (파생상품을 잘 구매하는 고객) – 어떤 사업이건 파생상품에서 더 많은 수익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런 상품들의 거래가 DB에서 제대로 구분돼있기는 한가?
· 기타 등등.

게다가 이러한 정의들은 특정변수들을 통해 숫자로 표현돼야 하는 것이고, 산업에 따라, 즉 유통, 항공, 숙박, 신용카드, 투자, 통신, 기부단체 등 비즈니스와 서비스 모델에 따라 그 간단하게 보일 수도 있는 'High-Value Customer'의 정의에 사용할 변수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어가기 위해 항공사를 예로 들자면, 그들의 입장에서야 물론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이 훌륭한 고객이겠지만, 과연 얼마나 자주 비행기를 타야 'Frequent Flyer'라는 칭호를 부여받고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또한 그 'Frequent Flyer'라는 것도 항공사의 입장과 아예 비행기를 타지 않는 일반인도 상대하는 타 여행관련 회사들의 입장에 따라 정의 자체가 달라진다. 여기서 그 예를 항공사에 국한하고, 원하는 데이터에 다 간편히 접근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많이 날아다니는 훌륭한 고객'이란 그리 쉽게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 Number of Miles - 가장 흔하게 쓰는 지표지만, 그 마일리지를 볼 때 과거 몇 년이나 감안해야 할 것인가? 너무 오랜 시간을 보면 지금 활동하지 않는 고객도 포함하게 될 것 아닌가? 그리고, 그 '활동'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가? 돈을 내고 표를 사는 것? 아니면 포인트를 쓴 활동도 포함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 다 마케팅에서 고민하고 데이터 만지는 사람들이 숫자로 정의해야 할 것들이다.

2. Dollar Spent - 이 또한 얼마나 오랫동안? 어느 나라의 통화를 기준으로?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면 어느 시점의 환율로 계산할 것인가? 숫자를 다루는 사람들은 모호한 정의를 기피하는 법이다.

3. Number of Full-Price Ticket Purchases - 제값을 다 내고 표를 산 사람부터 우대하는 것은 좋은데, 그 수많은 티켓 구분 부호들 중 어느 것이 할인티켓이 아닌지 정리가 돼있는가? 만약에 직접 구매하지 않고 여행사를 통했다면? 그들이 사용하는 코드도 통합 관리가 되고 있나? 필자는 실제로 알파벳 전체를 다 사용하고도 모자라는 티켓 종류의 코드들을 본 일이 있고, 데이터 사전이 아무리 잘 정리됐어도 태깅(tagging)이 제대로 돼있지 않으면 이런 간단한 정의도 완전히 보물찾기식이 된다.

4. Days Between Travel - 비행 날짜간의 간격을 보자는 것인데,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 예약, 지불, 아니면 탑승날짜? 여행의 시작과 끝은? 만약에 세계표준시간대로 날짜와 시간이 기록돼있다면 구매자의 현지시간으로 주로 밤에 예약하는 사람인지 낮에 하는 사람이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런 차이도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은 반드시 따져야 할 사항들인 것이다.

이런 사항들에 관한 장시간의 토론 끝에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치자. 그러고 나서 보니 IT에서 관리하고 있는 DB는 전부 이벤트(event), 즉 클릭, 예약, 지불, 탑승 등으로 정리돼있기 때문에, 고객 중심으로 그들의 마일리지, 사용액수, 포인트 사용, 여행 수 등을 시간 별로 따져보려면 그 간단하게 보이는 'Frequent Flyer'나 'High-value Customer'를 정의하기 위해서도 데이터 구조 자체를 고객중심으로 틀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고객들을 약속된 기준으로 구분 짓고 개개인의 고객에게 최적화된 메시지를 보내 감동을 주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데이터 자체를 고객중심으로 재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작업이 과연 IT 쪽이 할 일인가, 아니면 마케팅 쪽에서 해야 할 일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답은 그 둘 다 아니고, 그 중간에서 양쪽 말을 다 잘 알아듣는 전문가가 맡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중심DB(Customer-Centric Database)의 재정리

필자는 이 책을 통해 고객중심 관점의 중요성에 대해 일관적으로 강조해온 바 있다(제4장: '데이터베이스의 디자인 개념', 제5장: '데이터베이스는 분석을 위해 최적화되어야', 제6장: '랭킹이 관건이다' 등). 하지만 여기서 그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빅데이터 시대에 고객의 과거 행적과 취향, 기타 인구 관련 데이터에 기초한 최적화된 옴니채널(Omni-Channel) 마케팅, 즉 모든 채널을 망라한 통합형 마케팅이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아직도 많은 조직에서 DB들은 통합되지 않고 일관된 룰로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조직 곳곳에 특정 부서의 목적에만 합당하게 구성돼 따로 관리되고 있다. 그래서 마케팅 전용으로 고객중심으로 통합 구성된 DB를 만드는 작업은 단순히 IT부서에 미뤄서 될 일이 아니라, 기업차원에서 전체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할 사업인 것이다.

현재 대부분 DB들은 수집, 저장, 그리고 빠른 검색을 위해 최적화돼있는데, 그러한 구조는 모든 채널을 통한 개인별 메시지의 최적화에 반드시 필요한 고객중심의 DB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브랜드, 부서, 상품, 채널이나 기기 중심의 DB 구조는 그것이 고객이 아니라 이벤트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경험의 최적화에 가장 큰 장애물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더욱이 이 글을 통해 일관되게 주장한 바와 같이 마케터나 의사결정자가 원하는 것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지 데이터의 단편적인 조각들이 아니고, 그러한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답들을 만들려면 통계적인 분석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통계적인 분석도 고객을 제대로 묘사하고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객중심으로 구성된 DB를 필요로 한다.

의사결정자가 원하는 것은 질문에 대한 대답

즉 비즈니스의 목적을 위해 분석이 필요한 것이고 데이터는 분석을 위해 최적화돼야 마땅한 것인데,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행하게도 많은 의사결정자나 마케터들은 주어진 분석 자료들의 한도 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분석가들도 그들을 위해 최적화된 DB 없이 그저 접근이 허용된 다른 목적의 DB를 갖고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징후들의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분석 프로젝트의 장기화, 고객과의 비효율적인 소통에 따른 반응율의 저하, 일부 데이터만 과도하게 사용함에 따른 그 효력의 저하, 또 여기서 강조한 바와 같이 팀과 부서간의 갈등 등이 있겠다. 특히 IT와 마케팅 간에 생기는 소통의 문제는 대부분 분석에 최적화돼있지 않은 DB의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중요한 정보는 IT가 관리하는 중앙시스템을 통해 관리돼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데이터의 사용자들에게는 단지 시작점일 뿐이고,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많은 내부와 외부 정보의 수집 과정의 일부이다. 수집·보관된 정보는 일관된 '고객'에 대한 정의를 중심으로 재구성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품, 거래기록, 이벤트, 채널 중심의 정보는 '고객을 묘사하는 형태'로 탈바꿈돼야 하며, 변환된 변수들은 또 통계적 분석과정을 통해 '질문에 대한 대답'의 모습이 돼 사용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중앙시스템이 아무런 오류 없이 작동되고 있고 또 아무리 훌륭한 마케팅 툴셋을 보유하고 있어도, 데이터의 조각들이 이러한 정제과정을 통해 가공돼야만 수학전문가가 아닌 사용자들에게도 유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툴셋에만 의지해 개개인을 위해 최적화된 마케팅 메시지를 만들려는 것은 마치 정제되지 않은 원유를 새 스포츠카에 넣고 달리려는 것과 같다.

이 데이터의 정제과정은 엄청나게 어렵게 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비정형적이고 제대로 구분돼있지도 않으며 소비자 중심으로 재구성되지 않은 데이터를 갖고 고급 분석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고통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일관된 비즈니스 룰과 정형화된 변수들을 갖춘 고객중심의 마케팅전용 DB - DB라는 단어가 IT에 속한다고 여겨지면 데이터 마트(Data Mart)라 불러도 무방하다 - 는 비로소 분석에 최적화(Analytics-Ready)됐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환경을 갖추면 통계적 모델링이나 기타 고급 분석 활동들이 탄력 받아 가속화된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분석과정의 결과로 정보의 조각들이 아닌 질문에 대한 대답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게 되면 의사결정과정도 훨씬 더 효율적이 된다. 그런 '대답'들은 데이터 사전도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고, 소비자에게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마케팅 부서들은 애초에 그런 데이터 사전을 들춰볼 시간도 없다는 말이다.

데이터 전략에 대한 단계적 접근방법 (Phased Approach to Data Roadmap)

분석과 마케팅에 최적화된 데이터 플랫폼을 계획할 때 필자는 항상 단계적 접근방법을 권한다. 그 이유는 (1)그 과정이 꽤 복잡하므로 단계로 나눠야 그 공정의 관리가 수월해지며, (2)그 각 단계마다 다른 종류의 전문성, 툴셋과 테크놀로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전체 과정을 관리함에 있어 당연히 조직 내부에서의 챔피언이 필요한데, 그 주위에는 장기적 비전과 더불어 분석, DB 등 기술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도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즉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사람은 IT 및 마케팅 부서 위에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고, 그 프로젝트 자체도 기업의 전략차원에서 기획돼야지, 단지 컴퓨터와 분석에 관련된 일이라고 IT나 분석팀에게 시간 날 때 들여다보라고 맡겨놓을 일이 아닌 것이다.

만약 조직 내에 CDO(Chief Data Officer)나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직책이 존재한다면 이런 프로젝트에 적격일 것이다. 아니면 아웃소싱(outsourcing)이나 외부에서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영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한데, 그 이유는 그들이 중립적 위치를 자동적으로 확보하고 내부적인 갈등요인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정리·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하는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 전략을 구체화하는 주요 단계들이다:

1. Formulate Questions(질문 공식화): 'All of the above'는 복잡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목적에 상응하는 DB를 구축하려면 질문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분석과 데이터를 다룰 것인가? 많은 데이터 프로젝트들은 구체적 목적과 설계가 없이 시작돼 '날기도 해야 하는 승용차'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2. Data Inventory(데이터 재고조사): 어떤 조직이든 생각한 것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모든 유용한 데이터들이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있지도 않다. 부서별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인터뷰해 고객을 행위나 생김새로 묘사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갖가지 정보를 전부 고려해야 한다.

3. Data Hygiene and Standardization(데이터 수정 및 정형화): 데이터들의 조각들은 조사되고 추려져야 하며 때로는 고쳐지기도 해야 한다. 관리하는 부서에 따라 비슷한 정보도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니 사용 시 고민을 덜려면 미리 정형화해야 한다. 자유형 데이터(freeform data)에 특별히 더 관심을 기울여 카테고리화 혹은 태깅을 제대로 해 나중에 리포트나 통계분석에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4. Customer Definition(고객 정의): 흔히 한 조직 내에도 고객에 대한 정의가 여럿 있을 수 있으니 모든 ID 시스템, 고객번호, 등록번호, 구좌번호, 이메일, 이름, 주소 등이 고려되고 통합돼야 한다. 일관적이고 신뢰할만한 고객 ID 시스템은 고객중심 DB 구축의 근간이 된다.

5. Data Consolidation(데이터 통합): 일관된 고객 ID 시스템이 구축되면 부서별로 곳곳에 흩어져 있거나 한 곳에 있더라도 일관되게 정리돼있지 않은 데이터들을 새 ID를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고객중심 DB가 모양을 갖추게 되는데, 처음으로 DB를 구축하는 것보다 고객중심으로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으니 (예를 들어 기존 고객이 새로운 거래를 하거나 ID를 새로 만드는 경우 등) 성공적인 업데이트를 몇 회 정도 마칠 때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6. Data Transformation(데이터 변형): 고객중심으로 모인 거래 및 이벤트 중심의 데이터는 카테고리화와 집적과정을 거쳐 개개인 고객을 묘사하는 새로운 변수로 재탄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거래별로 정리돼있는 날짜나 액수도 개인별 총액, 평균거래액수, 최종거래일로부터의 날짜 수 등으로 집적·변형돼야 한다.
흔히 말하는 RFM 데이터에 상품 종류와 구매채널, 거기에 기간까지 조합하면 수백 가지가 넘는 새로운 변수가 창출될 수도 있다. 마케팅과 그 반응 관련 데이터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 개인별 반응율과 수익률이 나오게 된다.
이것은 이 모든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도 한데, 비즈니스, 데이터, 그리고 분석에 관한 지식이 고루 필요한 작업이며, 앞으로의 분석과 리포팅의 초석이 되는 변수들이 창출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게다가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수성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변수들의 형태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요한다.

7. Analytical Projects(분석 프로젝트): 새로운 고객중심의 플랫폼이 구성되면 그것을 토대로 시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실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리포팅과 더불어 복잡한 통계적 모델도 샘플링과 모델 구축을 모두 실행해 작업시간, 정확성, 일관성, 사용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처음부터 모든 걸림돌과 애로사항들을 다 찾아낼 수 없으므로 반복적인 테스트가 중요하다. DB란 고정되고 경직된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유기체라고 여겨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DB나 그에 관련된 분석 툴셋도 다른 일반도구들과 마찬가지로 반복적인 사용으로 길들여야 하는 법이다.

8. Applying the Knowledge(정보 적용): 분석 프로젝트의 결과는 전체적인 DB에 적용되고 또 실제적으로 마케팅 캠페인에 이용돼야 그 빛을 내게 된다. 흔히 많은 모델들은 적용단계에서 잘못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비교적 작은 샘플로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그 결과인 모델공식을 수백만 줄이 넘을 수도 있는 DB에 적용시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DB가 고객중심으로 구성돼있고, 변수들 또한 일관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면 요즘 흔히 말하는 '인DB 스코어링(In-Database Scoring)'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정보를 집적하고 있는 모델 점수가 확보되면 거꾸로 그 점수들을 IT가 관리하고 있는 메인DB에 적용시켜 마케팅뿐 아니라 모든 부서가 접근하게 할 수도 있다.

9. Result Analysis(결과 분석): 제대로 된 마케팅 DB라면 모든 마케팅과 캠페인에 대한 결과를 재입력해 새로운 정보를 다음번 노력에 적용시키는 능력까지도 갖춰야 한다.(이것을 흔히 'Closed-Loop Marketing'이라고 한다)
불행히도 DB 마케팅이 자리를 잡은 지 오래인 미국에서도 이런 과정을 간과하고 전임자가 하던 그대로 과거 관례를 계속 답습하는 마케터들이 흔하다.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은 그들이 사용하는 DB가 캠페인과 채널 중심의 데이터를 개인고객별 정리·통합된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해서다.
만약에 이벤트, 채널, 오퍼(offer) 중심의 분석뿐 아니라 고객 중심으로 분석이 가능한 환경이 주어지면 단순히 누가 얼마나 많은 양의 이메일을 받았냐를 따지는 것을 넘어 고객별로 누가 과도하거나 적당하게 접촉되고 있는지, 혹은 누가 간과되고 있는지도 (over-, under-, or adequately promoted) 자극과 반응의 개인적 비율로 따져볼 수 있게 된다.

이 단계들은 물론 간추려진 정리이고, 그래서 이 각 단계들은 주 목적을 공유하되 독립된 프로젝트들로 기획·관리돼야 한다. 어떤 단계들은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겠으며, 스텝마다 다를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와 관련된 사업지식이 성공의 관건이다. 요는 이런 순서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면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이 일을 맡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느 부서의 누가 이런 막중한 일을 책임지고 도맡아 할 것인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프로젝트는 중역 급의 챔피언이 필요한 일이며, CDO라는 직책에 어울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스텝은 다른 기술과 지식이 필요하므로 어느 정도의 아웃소싱은 필연적이다.(다음 장에서 이 주제에 대해 더 자세히 다룰 것임)

분명한 것은 이러한 프로젝트는 IT, 마케팅, 혹은 분석팀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그들 중간 어디엔가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그에 관한 의사결정 또한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이뤄져야지, 만약에 CDO나 이 프로젝트의 총책이 IT적 관점으로만 일을 처리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작업은 정보를 사업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데이터를 대답의 형태로 재구성하고 변형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존의 데이터가 양질이고 에러로부터 자유롭더라도, 그것은 사용자에게는 광산에서 갓 캐내온 원석과 같은 존재일 다름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수백 가지의 정보의 조각들이 아니라 그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다. 사용자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데이터란:

· 수학이나 분석에 관한 전문지식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 산더미 같은 데이터가 아니라 소화할 수 있는 작은 정보여야 하고,
· 일관되고 정확하며 또 손쉽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consistent, accurate and easy-to-use) 도구여야 하며,
· 포괄적이어서 한정된 경우에만 쓸모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도움 되는 것이어야 하고,
· 사용자가 선호하는 기기나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변환해 이렇게 만들어주는 것은 IT와 마케팅 중간에 있는 통역가가 할 일이다. 그들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라고 부르건 데이터 전략기획자(Data Strategist)나 혹은 그냥 데이터나 분석 전문가라고 부르던 상관없다.

요는 그런 사람들은 IT나 마케팅 어느 한 곳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니지만 그 둘의 입장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모든 파일럿이 공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군이나 해병대에 소속되기도 한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IT와 마케팅 사이의 교량 역할’

마지막으로, IT의 편에 서서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마케터들에게 한마디 덧붙이자면, 제발 나쁜 환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즉 의사를 만나 상태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고 어떤 특정 약물을 당장 투여해달라고 조르는 환자가 되지 말라는 말이다.

필자는 일전에 난데없이 뉴럴넷(Neural-net) 모델을 만들어달라는 중역을 만난 적 있다. 속으로 “최근 어떤 분석 컨퍼런스에 다녀왔겠군”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전혀 다른 처방을 내려준 기억이 있다.

마케터들은 요즘 유행하는 테크니컬하게 들리는 단어들을 거기에 대한 이해도 없이 장황하게 늘어놓고는 그걸 가감 없이 IT 쪽의 누군가가 해결해줄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흔히 사용자들은 어떤 기술적인 문제를 마주쳤을 때 그 근본 원인보다는 피상적인 증상만을 보게 되므로, 그런 유행어를 나열하는 식의 소통은 남에게 헛수고만 시키고 정작 원하는 바를 제대로 얻지 못하게 되는 첩경이 된다.

두서없이 기술적인 단어를 열거하는 대신 비즈니스에 대한 고충이나 문제를 가능한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백번 낫다. 소통이 잘 돼 IT나 분석 전문가들이 당면과제를 이해하게 된다면 제대로 된 처방을 내려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듣는 IT 쪽 사람이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이나 외계인처럼 비논리적인 요구는 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통역가를 부르는 것을 권한다. 필자는 그 입장들을 너무도 잘 아는 것이, 필자의 경력을 단 한 줄로 요약하자면 'IT와 마케팅 사이의 교량 역할'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런 주변인으로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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