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SK C&C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인정"

SK C&C와 교육과학기술부(구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방교육 행•재정 통합시스템 인프라 구축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변경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인 소송에서 SK C&C가 승소했다. 이로써 교육부는 LG CNS와의 협상을 중단하고 SK C&C와의 협상을 재개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으며, 프로젝트의 장기지연이 우려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말 지방교육 행·재정 통합 인프라 구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SK C&C를 선정했다가 올해 초 당시 2위 업체였던 LG CNS로 협상대상자를 임의로 변경했다. 이에 이의를 제기한 SK C&C와 첨예한 갈등을 겪은 끝에 결국 지난 1월 이 사건은 법정 공방으로까지 치달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동명 부장판사)는 29일 SK C&C가 교과부를 상대로 제기한 우선협상지위보전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교육 행재정 통합시스템 인프라 구축사업에 관해 신청인(SK C&C)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피신청인(교육부)은 신청인과의 협상이 종국적으로 불성립 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보조참가인(LG CNS)과 기술협상을 진행하거나 위 사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가까이 지연되어 온 교육부 IT 인프라 구축사업 파트너 선정안은 SK C&C→LG CNS→SK C&C 차례로 순회한 끝에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온 격이 됐다.

법원은 왜 SK C&C의 손을 들었나?
이 사업은 교과부가 재정/업무/성과 등을 하나로 통합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560억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대형 사업으로, 399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한 SK C&C가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발되었다가 갑자기 탈락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당시 교육부는 SK C&C가 제시한 서버는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 SK C&C의 협상대상 자격에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SK C&C측의 서버모델 용량 부족 부분에 대해 "평가위원들이 기술평가시 신청인의 기재 내용을 오인했거나 충분한 심사를 하지 못해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이라고 해도 이런 사유만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이 당연 무효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제안서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고 평가위원회의 평가가 부당한 경우 임의로 그 점수를 조정하거나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었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소명되지 않는다"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협상대상자의 순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표류 중인 교육부 IT 인프라 사업, 향방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SK C&C-교과부-LG CNS의 향후 대처 방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승소한 SK C&C는 "이제는 지연된 교육 행·재정 통합시스템 인프라 구축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교육부와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선뜻 승복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교과부는 "법원의 판결은 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 평가 결과에 대한 지적은 아니다"라며, "SK C&C의 제안서에 기재된 서버 모델의 용량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제안 요청 용량에 비추어 부족한 점과 침입방지시스템이 국가정보원의 보안적합성 검증을 필하지 못한 사실을 재판부 판결문에서도 인정했다. 이에 SK C&C와 우선적으로 협상을 지속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던 교육부의 평가 결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SK C&C가 우선협상자 지위를 보존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법원의 판결에 의해 SK C&C와 협상을 유지하게 될 지,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서 이의 신청을 하게 될 지,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교육부가 SK C&C와 손을 잡고 이번 사업을 함께 진행하게 될 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교육부 IT 인프라 사업이 이처럼 파트너 선정 과정에서부터 난항을 겪게 됨에 따라, 향후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사업은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등 다른 분야는 이미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 이번 논쟁이 마무리되는 대로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며 향후 사업 진행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LG CNS vs. SK C&C도 공방전 "덤핑 입찰 vs. 예산 낭비"
이번 판결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진 것은 교육부 뿐만이 아니다. 재판부가 SK C&C의 '우선협상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판결 전까지 협상을 진행 중이던 LG CNS는 졸지에 차순위협상대상자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LG CNS는 "560억원 규모의 사업을 399억원으로 덤핑 입찰해 가격 점수의 월등한 우위로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 C&C가, 제안서의 중대한 결격사유와 문제점을 기술협상을 통해 만회하게 된다면 국가 입찰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SK C&C가 제시한 가격에 이의를 제기했다.

앞서 이 같은 가격 차이에 대해 SK C&C는, "교육부가 자사가 아닌 LG CNS와 손잡는다는 것은 예산의 낭비"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500억원 대의 비슷한 가격대를 제시한 LG CNS와 삼성SDS는 "SK C&C가 제시한 가격이 턱없이 저렴하다"며 한 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했다.

LG CNS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번 가처분소송 이후 교육부가 SK C&C와 진행되는 기술협상을 통해 제안 내용의 부적합함을 지적하고 차순위자인 당사와 기술협상을 개시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