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점수 최하위…수수료 낮춰 가격점수로 우세 점해

▲ 지난 2월 개최된 동행복권 컨소시엄 출범식. 조형섭 제주반도체 대표(왼쪽에서 다섯째).

[아이티데일리] 차기 복권수탁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행복권 컨소시엄의 실제 사업 수행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있어 인력과 사업 수행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당초 업계 관계자들은 차기 복권수탁사업에서 나눔로또와 인터파크의 1:1 경쟁을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쟁쟁한 경쟁 컨소시엄들을 꺾고 동행복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동행복권은 오는 12월까지 차세대 복권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5년간 복권사업을 수탁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차기 복권수탁사업은 기존의 사업들보다도 SW개발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기에, 과연 동행복권이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SW개발에 대한 요구사항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새로이 적용되는 복권 온라인 판매 때문이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가 이뤄졌지만, 차기부터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관련 시스템 개발에 대한 요구들이 발생했다. 가령 오프라인 판매는 전국 7,300여개 단말기에서만 트랜잭션이 발생했지만,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게 되면 트랜잭션 집중에 의한 과부하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접속자 대기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해야 하는 것 등이다.

차기 복권수탁사업에서는 복권 온라인 판매나 기존 시스템 개선 이외에도 ▲RDB와 파일DB 병행 저장 방안 마련 ▲위변조 방지 방안 구축 ▲블록체인 기술 적용 등 새로운 기능이나 시스템에 대한 개발 요구사항이 상당히 늘어났다. 차기 복권수탁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이와 같은 요구사항들을 차세대 복권 시스템 오픈일인 12월 2일까지 충족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동행복권 컨소시엄의 시스템운영사업자인 에스넷시스템에 이목이 집중됐다. 에스넷시스템은 동행복권 컨소시엄에 SW사업자로 참가해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한다. 하지만 주된 업력을 살펴보면 SI보다는 네트워크통합(NI) 기업에 가까우며, 따라서 많은 SW개발 역량을 필요로 하는 이번 사업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SW개발인력과 사업 수행 경험이 충분치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복권시스템 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 오이지소프트와 메타CNS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10명 내외의 인력으로 구성된 이들 기업이 500~600억 원 규모의 초기 시스템 구축사업을 적극적으로 리드할 수 있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우려와 같이, 실제로 동행복권은 이번 차기 복권수탁사업에 참가한 3개 컨소시엄 중 기술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들 대비 0.2% 가량 낮은 1.1256%의 수수료율을 제시해 가격점수에서 만점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 합계 점수에서 경쟁사들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여느 때보다도 사업 운영과 기술 개발 역량이 중요한 상황인데도 가장 낮은 기술점수를 받은 기업이 선정된 것이다.

▲ 동행복권은 기술점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가격점수에서 만점을 받았다. (출처: 기획재정부)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6년에는 인쇄 복권에서 사고가 발생, 이후 해당 복권은 6개월간 판매가 중단됐으며 본래의 판매량을 복구하는 데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됐다. 대국민 서비스 중에서도 복권사업은 안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라며, “개발 역량과 위험요인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진행할 경우, 개발 요구사항이 다양해진 차기 사업에서 문제나 지연이 발생하면 수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차기 복권수탁사업은 온라인 판매나 블록체인 적용 등 여느 때보다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며, 복권 사업 특성상 투명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인 만큼 운영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행복권이 이어지는 기술협상 등에서 확고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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