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률 투비소프트 마케팅그룹장

▲ 고석률 투비소프트 마케팅그룹장

[컴퓨터월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더 쉽고 빠르게 처리하고자 했던 인간의 노력은 세상에 컴퓨터를 등장시켰고, 이후 컴퓨터의 발전과 보급은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손안의 스마트 폰과 여기저기 존재하는 수많은 사물들(Smart Things)을 컴퓨터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면 이제 전 세계 모든 공간을 컴퓨터가 채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컴퓨터는 또 한 단계의 진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변화의 물결은 우리 삶을 얼마나 바꾸게 될까?


인간 두뇌에 대한 도전
올해도 어김없이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는 2018년 10대 전략 기술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인공지능이나 지능형 시스템에 대한 언급이 아젠다의 주를 이루었다는 점인데, 이런 최근의 기술 트렌드는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18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 제품 대다수가 주로 모바일·사물인터넷·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을 채용하고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그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었다. 한 전시 참가자가 이를 가리켜 ‘인공지능의 대격돌’이라고 표현했는데 현장에서 느낀 감흥은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에 대한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일컫는 인공지능은, 1940~50년대에 그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1956년에 이르러서는 정식 학문의 분야로 인정받게 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역사를 감안하면서 지금의 인공지능 상용화 시도들은 몇 십 년 이후의 미래와 비교해 볼 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일련의 기술 발전과 보급은 여러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변화의 틈에서 어떤 전환점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기술 선도자들의 행보와 현재의 큰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각 기업들에게는 앞으로의 정보 전략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
인공지능도 결국은 보다 진보된 컴퓨터이기 때문에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가치를 가진다. 그 사용 목적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상호작용의 기본 틀은 어떤 일을 하든 기본적으로는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사용자에게 보내는 일련의 반복 과정이다. 이렇게 컴퓨터와 사람이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과정 또는 그 방법, 그것을 우리는 인터페이스라고 말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사람과 사물 또는 시스템, 프로그램 등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물리적, 가상적 매체나 그 방법을 뜻한다. 최근에 와서는 사람과 컴퓨터간의 상호작용 전체로 이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키보드나 마우스로 명령을 입력하면 그 처리 결과가 모니터나 스피커로 다시 사용자에게 반환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물론 이런 전통적인 입출력 도구와 방법 또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인 지금의 청소년들 이후 세대에 와서는 손가락과 그것을 이용한 터치의 형식으로 바뀌고 있기는 하다.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대부분 요청의 처리와 결과 확인처럼 주로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있던 것에서, 그 개념을 인터페이스의 과정에서 사용자가 느끼게 되는 심리적 측면까지를 고려하는 것을 ‘사용자 경험’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UI나 UX를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 않고 함께 고려하는 것이 일반화된 추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용자 경험은 기존의 인터페이스 도구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던 측면이 강하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그 주변 기술이 지금까지의 사용자 경험을 한 차원 다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UI/UX이다(AI is new UI/UX).” 이것은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작년 가을 엑센츄어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문장이다. 엑센츄어에 따르면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 활용이 증가하는 현상은 인공지능이 사용자들과 직접 맞닿아 있는 인터페이스로서 기능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곧 컴퓨터 또는 다양한 사물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사용자 경험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생명력이 있다는 것인데, 이 주장에 적극 공감하는 바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두어 이길 수는 있었을지언정 바둑돌을 직접 놓지는 못했다면, 앞으로는 발전된 로봇 공학과의 결합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알파고로 거듭나 우리 곁에 앉아 훈수라도 둘 날이 도래할 수 있다는 말이며 이로써 그의 존재 가치가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 분야 선두 기업들은 기업 내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향상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산업 기준으로 시장의 규모와 인공지능을 가장 많이 적용한 분야를 잠깐 살펴보자.

지난 해 초 IDC에서 발표한 유럽의 인지/인공지능 관련 반기 시장 점유율 예상 자료를 참고하면, 전년도인 ‘16년에 비해 ‘17년에는 관련 산업비용이 약 40%정도 증가한 15억 달러, 한화로는 약 1조6천억 원 정도의 규모가 이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 분야로는 세일즈 자동화와 이상금융거래분석, 품질 관리, 자동화된 위협방어, IT 자동화의 순으로 해당 시장의 점유율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국내의 인공지능 및 그 실용 기술의 수준을 보자.

▲ 유럽의 인지/인공지능 관련 반기 시장 점유율 예상 자료 (출처: IDC)

지능형 추천 서비스 - 숙박업소부터 음악, 영화까지
며칠 전 국내 숙박 전문 기업인 야놀자는 기사를 통해 AI 기반 숙소 추천 플랫폼 서비스를 베타 출시했다고 밝혔다. AI 전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통해 공동 개발한 이 서비스는 가격, 평점, 사진을 보고 숙소나 음식점을 검색하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사용자의 취향 별로 맞춤형 검색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고 한다.

가령 ‘석양이 멋진 호텔’이나 ‘조식이 맛있는 호텔’같은 내용부터 ‘화장실이 깨끗한’이나 ‘SNS하기 좋은’ 등 특별한 상황에 맞춘 검색 결과까지도 추천이 가능하다고 한다. 자사가 보유한 방대한 관련 데이터에 인공지능을 더해 기존 서비스의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예다.

유사한 예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큐레이션도 함께 꼽을 수 있는데, 사용자의 각종 텍스트 데이터와 취향 분석 자료 및 영화, 음악, 도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빅데이터 허브를 기반으로 분석된 추천 답변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이런 인공지능 기반 추천 서비스 활용은 소셜 미디어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링크드 인은 사용자를 위해 랭킹 검색 결과나 사용자 맞춤형 광고 전달, 뉴스피드 업데이트, 친구 추천 등의 기능에 머신 러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지능형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추천 서비스가 사용자 측면에서 바라볼 때 긍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존 스팸과의 분명한 차별화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나쁜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은 자사의 사업과 서비스 성격, 사용자 및 기존 데이터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와 충분한 테스트를 선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챗봇 기반 고객상담 서비스
인공지능을 상담에 적용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위비봇’은 외환이나 환전 상담과 일반 상식 분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KEB 하나은행은 SKT가 함께 개발한 ‘핀고’를 통해 계좌와 카드 이용 현황 및 소비 패턴 분석 등 이용자의 금융 생활 전반에 대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최근 부산대 병원에서 챗봇을 통해 의료진의 진료 일정이나 병동 위치, 부대시설, 서류 발급 등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보면 인공지능 챗봇의 활용폭이 점차 확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이나 카드사 콜센터에 문의 전화를 걸었다가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라든지, “저희 운영시간은 오후 6시까지이니 다음날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하는 ARS응답 메시지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제한된 인력과 시간으로 운영되는 상담 센터에서 인공지능 기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제한된 시간에만 제공이 가능했거나 상담원이 부족해 고객이 장시간 대기하는 등의 불편한 상황에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다. 그러나 시스템 적용 이후 기존 상담원의 구조조정 같은 갈등 요소 또한 올바른 해결점을 모색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한편, 산업화와 개인화가 지속되면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한 인공지능 기반 심리 상담 서비스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의 경우 심리 상담 자체에 대한 사회적·정서적 장벽으로 해당 상담을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상담 과정에서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 인공지능 상담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듯하다. 아직 상용화 전 단계이지만 국내 유망 중소기업에서 야심차게 준비 중이라고 하니 기대해 봄직하다.


지능형 이상거래 감시
오늘날 전자 금융거래는 PC와 스마트 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서비스 되고 있는데, 여러 경로의 취약한 곳을 통해 침입하는 해킹이나 보이스 피싱을 통한 사기로 금융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raud Detection System, FDS)이다.

단말기 정보와 사용자의 접속 정보, 거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의심되는 거래를 탐지하는데,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A씨가 갑자기 제주도에서 카드 결제를 요청한다면 A씨의 생활 패턴을 통해서 ‘이상 거래’로 판단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비슷한 금액을 여러 번에 걸쳐 계좌이체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은행으로부터 확인 전화를 받아 본 일이 있을 텐데, 모두 이 FDS 덕분(?)이다. 다만 기존의 FDS가 이상거래를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나 정상 거래를 이상 거래로 오탐하는 것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탐지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탐지 시스템의 정확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얼마 전 부산은행은 기존의 FDS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 적용 전 3개월여의 테스트 기간 동안 사고데이터 탐지율 98.6%과 이상거래탐지 오탐율 0.018%의 우수한 딥러닝 모델을 확보했다고 전한다.

이 시스템은 머신러닝 기반으로 향후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에 따라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전자금융사기기법을 지속적으로 학습함으로써 더욱 완벽한 이상거래 탐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얼마 전 금감원에서도 향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주가조작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인공지능 로봇
인간에게 있어 로봇이라는 주제는 특별하다. 사람의 형상을 한 기계. 그래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쉽게 해내는 로봇.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도와주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많은 사례가 있지만 인공지능이 부여된 로봇이 상용화하면서 더욱 진보된 로봇의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지능화된 로봇의 실생활 영역에서의 접목은 아무래도 기계적 특성 보다는 지능적 특성의 활용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듯하다.

한컴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통역 로봇인 ‘한컴 지니톡’을 통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9개 언어의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전 세계 29개 언어의 통역이 가능하다고 하니 주목해 볼 만하다. 특히 한컴은 ‘로봇 AI 서비스 서버 플랫폼’을 기반으로 여러 목적을 가진 로봇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현재 안내 서비스, 교육,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로의 확장이 가능해 보인다. 조만간 관공서 등을 방문할 때 기존의 키오스크를 대신해 방문객을 알아보고, 가까이 와서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로봇을 볼 수도 있겠다.

또한 LG전자의 인공지능 로봇 ‘클로이’는 집안의 스마트 가전을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해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기능부터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답하는 간단한 비서 역할까지를 아우르는 폭 넓은 기능을 제공해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이미 여러 나라에서 외형적으로는 사람과 피부까지도 유사한 형태의 로봇이 활용되고 있고, 2족 보행 구조로는 불가능할 것처럼 여겨졌던 안정된 걸음과 달리기, 점프나 덤블링 등을 할 수 있는 로봇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미 기계적으로 완성도가 한 단계 높아진 신체를 가진 로봇과 인공지능이 만나게 되면 또 다른 차원의 로봇 산업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산업의 현장에서 생활공간으로 그 폭을 넓히고 있는 지능형 로봇의 출현은 로봇의 적용 분야를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공룡들의 행보는 어디로?
지금 인공지능 관련 플랫폼 주자들은 주도권 싸움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기업들이 기존의 독자 생존 방식에서 주요 기술 보유 기업들끼리 자유로운 동맹을 통한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다. 기업간 동맹은 인공지능 기술 자체가 어려운데다 폭 넓은 활용 기술과의 융합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카카오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카카오 아이(I)’를 삼성전자의 지능형 인터페이스인 ‘빅스비’와 연동하면서 음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입력·전송할 수 있고,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기능이 담긴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보다 조금 늦게 LG전자와 네이버가 손잡고 LG전자의 ‘씽큐 허브(ThinQ Hub)’에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를 탑재, 각자 가전 모니터링과 제어와 음악·교통·생활정보·번역·뉴스·검색 등 서로 자사의 강점을 살려 구성된 서비스를 탑재해 현재 호평을 받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가정용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아직까지 인공지능의 접목 대상이 주로 스피커 형태의 소형기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스피커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사용자의 음성을 듣고 소리로 응답할 수 있다는 기본적 속성에, 이동성이 높으며, 관련 기술을 집약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디자인으로 커버할 수 있는 등 여러 모로 강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아마존을 필두로 구글, 애플 같은 글로벌 공룡사 그리고 국내 이통 3사와 네이버에 카카오까지 모두 다 스마트 스피커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 스피커 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구일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스마트 스피커 이후 인공지능의 허브로서 또 어떤 것이 새롭게 등장할지 또한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한편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은 주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이들 기업이 보유한 음성인식 기술이 한글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지금 당장으로서는 해외에서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인공신경망 번역기술(Neural Machine Translation, NMT)처럼 인공지능의 언어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관련 기술을 개발할 때 ‘언어 장벽’의 문제를 먼저 고민하지 않으면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덧붙여 국내 기업들의 연합 전선 구축과 관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의 국내 진출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분야를 목표로 손을 잡은 지 1년 가까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과 비교해보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연합 형성과 그에 따른 실체적 성과를 굳이 폄하할 필요가 있을까 한다.


몇 가지 난제들
지금까지 인공지능의 실 사례를 통해 앞으로 변화하게 될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의 면면을 함께 살펴보았다. 물론 인공지능이 아직까지 기술적, 사회적으로 풀어내지 못한 다양한 난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해 와이어드지에서 꼽은 내용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인간의 언어 이해 능력의 완성도”
아직까지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말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특히 인간이 사용하는 은유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인간이 다양한 환경과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여러 개념을 결합해서 다른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인공지능은 이러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 언어의 완벽한 이해라는 문제는 쉽게 넘어서기 힘든 장벽이다.

둘째, “인공지능 해킹에 대한 우려”
인공지능도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정확히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해킹은 일어날 수 있는데,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그 결과는 참혹할 수 있다. 금융사고 같은 문제는 자율 주행 중 발생하게 되는 대형 사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셋째, “인공지능의 윤리”
트롤리의 딜레마와 같이 인간 윤리의 문제가 상충할 때 인공지능이 어떤 판단을 내리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합의점 도출도 요원해 보인다. 이것은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 난제들 또한 인공지능과 그 주변 기술 개발 주자의 끊임없는 노력과 많은 시행착오, 지속적인 사회 논의를 거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맺으며
인공지능과 그 기반 기술의 융합을 통한 서비스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기업들은 기술 경쟁은 물론 산업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제 대다수 기업에게 이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발전, 적용은 미래가 아닌 오늘의 일로 다가왔다.

지난 몇 년간 새롭게 출현하고 이후 많은 과정을 거쳐 적용됐거나 발전된 다양한 기술이 있다. 이를테면 빅데이터나 가상·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머신러닝·딥러닝, 대화형 시스템, 디지털 메시 같은 기술은 앞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융합하면서 그 가치를 더욱 높여나갈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기술 변화는 지난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우리가 컴퓨터와 상호 작용해 오던 방식을 어쩌면 송두리째 바꿀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기술들이 그 태동의 시기에 겪었던 어떤 갈등보다도 더욱 광범위하고 깊은 수준의 진통 또한 우리가 치러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지금 인공지능은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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