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IT부문 첫 글로벌 보고서 발간…4개국 30개사 재생가능에너지 성적 발표

[아이티데일리] 국내외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친환경 점수를 매기면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은 ‘A’ ▲네이버는 ‘C’ ▲삼성SDS는 ‘D’ ▲KT와 LG유플러스 등은 ‘F’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기업들 (자료: 그린피스)

10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미국과 한국, 대만, 중국에 소재한 주요 IT기업들의 친환경 성적표를 담은 글로벌 보고서 ‘2017 깨끗하게 클릭하세요(Clicking Clean)’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실태를 비교·분석한 것으로, 이는 기업들에게 화석연료나 원자력에너지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쿨 아이티(Cool IT)’ 캠페인의 일환이다. 우리나라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을 동일 기준으로 나란히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성적은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실적과 이행 약속, 정보 공개의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매겨졌다.

평가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센터의 친환경 성적은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미국 애플은 이미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운용에 들어가는 전력을 모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어 A를 받았다. 내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용할 계획인 구글 역시 A를 받았다.

반면, 국내의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자료 공개조차 하고 있지 않는 LG CNS는 F를 받았으며,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공개적 약속에 나서지 않고 있는 삼성SDS가 D를, 공개적 약속은 했지만 이후 재생가능에너지 확충을 위한 추가 조치가 없었던 네이버는 C를 받았다.

주요 IT기업 데이터센터 친환경점수 성적표 (자료: 그린피스)
주요 IT기업 데이터센터 친환경점수 성적표 (자료: 그린피스)

‘탄소 제로’ 경제시대…“재생가능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미 80개가 넘는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협력업체들에게도 사용 전력의 일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비롯해 스탠포드대학교 등 미국 대학 기금들은 잇따라 석탄 관련 기업의 투자를 철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 협정’이 발효되면서, 정부와 기업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탄소 제로’ 경제시대를 맞아 재생가능에너지의 사용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는 게 그린피스의 주장이다. 여기에 재생가능에너지 가격 또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국내 IT기업들, 동아시아 최초 100% 재생가능에너지 데이터센터 추진

이러한 가운데 강원도는 수열과 수상태양광을 통해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를 추진 중이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춘천에 건립될 예정으로, 입주 기업 유치를 곧 시작할 계획이다. 수상태양광 설비용량은 200메가와트로, IT기업 5~6곳의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규모다. 이로써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아시아 최초로 탄생할 전망이다.

이현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IT운동가는 “그동안 국내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어렵다고 강조해온 국내 IT기업들에게는 그들의 의지를 증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일부 IT기업, 진전된 모습 보여

한편, 그린피스가 지난 2015년 국내 IT기업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재생가능에너지 캠페인을 진행함에 따라 그동안 일부 기업들이 진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자사 웹사이트에 공개하며 투명성을 높였고, 삼성SDS는 재생가능에너지 구매가 가능해질 경우 우선 구매하겠다는 내용을 사칙에 담았다.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고 있는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운영사에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앞서가고 있는 해외 IT기업들에 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그린피스의 입장이다.


한국,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1%’…중국, 대만에도 뒤처져

한국은 전체 전력 가운데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1%로 중국 5%, 대만 4.2%보다도 뒤쳐진 상황이다. 여기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 또한 한몫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구매를 수월하게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다음달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숙 캠페이너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법제화의 큰 동력이 될 것”이라며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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