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개발 정책만 있고 보급 정책 없어…“정부가 확산보급 나서야”

중소 및 중견기업을 위해 SCM 국산 솔루션의 기본모델을 제시하고 널리 보급한다는 산자부의 SCM 템플릿 사업이 물건은 만들어놓았으나 공급이 지지부진해 '정책 실패'의 우려를 낳고 있다.

SCM 템플릿 개발 및 보급 활용사업은 산자부와 정통부가 공동으로 기업의 업종별, 비즈니스 형태별 공급망관리(SCM)의 템플릿을 개발, 중소 및 중견기업에 보급해 산업부문의 IT화를 촉진하기 위한 사업이다. 크게 SCM 템플릿 개발사업과 SCM 템플릿 보급활용사업으로 구분된다. 이 사업은 지난 2004년에 1년간 진행됐으며, 총 33.2억 원이 지원됐다. 산자부는 이 사업으로 외산 솔루션에 대응할 수 있는 국산 기본 모델을 마련해 SCM 구축비용을 절감하고, 중소기업에 보급을 확산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SCM 템플릿 보급확산은 '뒷전'

이처럼 중소 및 중견기업에서 개발한 SCM 템플릿을 널리 보급한다는 취지로 출발한 이 사업이 뚜렷한 확산 정책의 부재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애초 산자부는 템플릿 보급을 위한 예산을 아예 책정을 하지 않았다. 템플릿 개발 이후 보급확산에 관해서는 개발 업체에 모두 맡긴 셈이다. 그러나 SCM 템플릿 개발을 맡았던 중소 SCM 업체들은 시장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에게 솔루션의 보급 확산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따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개발된 템플릿은 각 사업에 참여기관 형식으로 참여했던 제조업체에만 일부 시범 적용됐을 뿐, 어느 정도 확산이 됐는지에 대해서 산자부도, 업계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SCM 템플릿 보급확산을 위해 관련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세미나를 통한 홍보와 개발된 템플릿의 디지털화가 고작이었다. 다만 동북아물류혁신클러스터의 사업에 참여하면서 개발된 템플릿을 활용해 2005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50여차례의 컨설팅이나마 추진할 수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관계자는 "시장은 자유경쟁이어서 정부가 직접 보급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산자부는 개발 단계까지만 참여하고, 이후 영업 및 보관과 관련된 제반사항은 개발 업체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결국 활용계획에 대한 방안은 뒤로하고 개발에 대한 계획만 세운 꼴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후속사업이 전혀 없이 사업이 끝나면서, 애초에 목표했던 중소/중견업체로의 보급확산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활용계획이 미진했음을 인정했다. 반면 그는 SCM 템플릿 개발 사업이 완료된 후 전국 순회설명회 18차례, 템플릿의 디지털화, SCM 도입가이드 발행, 사이트 개설 등 보급확산을 위한 노력이 있었음을 설명했다.

솔루션의 국산 모델화도 실패

또한 SCM 템플릿 사업은 솔루션의 국산 모델화도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산 기본 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은 대부분 템플릿 개발이 기존에 업체가 갖고 있는 솔루션의 일부로 개발됐기 때문에 기본 모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보니 개발솔루션의 소스 공개를 놓고 개발업체와 산자부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지원금으로 단독 솔루션을 개발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이미 개발업체가 가지고 있던 솔루션에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개발하다보니 이런 마찰도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지원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솔루션에 대한 소유권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영업을 해야 하는 업체가 영업 노하우인 소스를 오픈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솔루션의 효과 측면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측면이 많다. 기업이 SCM 솔루션을 도입했을 때 ROI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이번에 개발된 솔루션들은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급확산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인 시장가격은 산자부에서 개발비의 50%를 지원한 만큼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비용보다는 30~40% 저렴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무조건 솔루션이 싸다고 해서 도입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정부가 지원을 했다고 해서 좋은 솔루션이 아니다. 충분히 검증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업체의 도입확산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충분한 동기부여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텐데 개발업체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는 예산을 들여 솔루션을 개발만 해놓고 방치할 게 아니라, 충분한 활용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NIA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은 달라져야

한국정보사회진흥원(NIA)도 최근 2007년도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웹서비스 및 IT신기술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솔루션 공급기반 확충사업' 지원대상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과제당 1.5억 원씩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는 이 사업 역시 솔루션 개발에만 예산이 지원될 뿐, 개발 이후 보급확산은 개발업체의 몫으로 넘기고 있다.

NIA 관계자는 "NIA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의 경우 지원대상 과제를 선정할 때 업체의 제안서에 개발 후 2년간 보급확산 계획을 기입하도록 돼 있다"며 "만약 이 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그 비율만큼 정부지원금을 환수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오로지 보급확산은 해당 개발업체의 영업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정책사업은 많았지만 실패했음에도 정부지원금을 환수한 사례는 아직까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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