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아시아나 등 IT 프로젝트 경험 살려 외부사업 진출 모색

그동안 물류 계열사나 모회사의 전산실 역할을 해왔던 IT계열사(자회사)들이 최근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단순한 솔루션이 아닌 해운, 육상, 항공 등 특화된 물류 부문의 솔루션을 개발해 판매하거나, 해당 분야의 전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 물류IT 시장의 선점은 물론, 정체돼 있는 매출 확대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물류업체의 IT계열사(자회사)들의 대외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살펴봤다.

최근 들어 일부 물류업체를 중심으로 계열사나 자회사의 물류부문 매출 의존도를 줄이고, 대외 매출의 확대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이는 향후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 한계에 부딪쳤을 때를 대비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작년부터 물류 계열사를 통한 대내 매출이 정체되면서 내부적으로 영업이나 솔루션 파트는 대외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모델 창출로 전산실 역할 탈피 시도

대부분의 물류업체의 IT계열사(자회사)는 물류업체의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위해 시스템 운영 및 개발 등의 아웃소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물류 IT시스템의 고도화, 선진화, 효율화를 이루는 것이 이들의 첫 번째 존재 목적이다. 이후 솔루션 판매나 물류 영역에서 SI 개발 등 독자 수익모델을 창출해 대외 매출을 향상시키는 것이 공식화돼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첫 번째 목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물류업체의 IT계열사(자회사)에서는 모회사나 계열사 물류부문의 전산시스템 관리와 SCM 프로젝트 일부에 참여함으로써 물류분야 매출을 의존해왔다. 이렇듯 유독 물류부문의 IT계열사(자회사)는 최근까지 모회사나 물류 계열사의 전산실 역할을 탈피하지 못하고 이같은 현실에 안주해왔다. 이는 물류산업의 환경적인 측면과 계열사(자회사)를 통한 매출 증대 및 물류부문 IT에 대한 중요성이 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뛰어난 솔루션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국내 물류업체 정서상 경쟁사 제품은 쓰지 않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좋은 품질의 해외 솔루션을 경쟁 물류업체의 IT계열사(자회사)가 유통한다고 해도 경쟁사라는 이유만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장 환경으로 인해 IT계열사(자회사)는 아무리 특화된 분야라고 해도 솔루션 개발은 대외 판매를 위해라기보다 단순히 내부 적용에서 그치는 경우가 빈번했다.

물류업체의 IT계열사(자회사)들은 또 여태까지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고, 게다가 전체 매출에서 물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10%까지 육박하나 작게는 5% 내외로 크지 않아 중요성이 떨어진다. 그 중에서도 물류 계열사나 모회사를 통한 매출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내 매출에 충실했을 뿐 대외 매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렇게 현실에 안주하려던 물류업체의 IT계열사(자회사)들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솔루션 개발과 특화 영역 진출 확대 나서

IT계열사(자회사)의 대외 매출 향상을 위한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해당 분야에서의 노하우를 결집시킨 솔루션 개발을 통한 타깃 마케팅으로 매출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업체로 KE정보기술을 들 수 있다.
대한통운 자회사인 KE정보기술은 40년 동안 대한통운 택배나 3PL 정보화의 노하우를 결집시켜 표준화된 시스템을 개발해 대외 영업을 활발히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조달물류부터 배송계획, 배송관리, 관제와 연계된 시스템을 통해 OMS, WMS, TMS단까지 아우르는 영업을 지원하는 표준화된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KE정보기술 관계자는 "경쟁사 제품은 배제하는 국내 물류산업의 정서도 문제고, 대형 물류업체들은 IT자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적합한 패키지형 솔루션으로 개발할 방침"이라고 말해, 중소기업을 겨냥한 패키지 사업에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둘째 기존 IT 프로젝트 경험을 살려 점진적인 외부사업 진출을 꾀하려는 업체로 CJ 시스템즈와 아시아나IDT 등을 꼽을 수 있다. 대규모 인력과 기술로 무장한 대형 SI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공공과 금융 등 큰 시장과는 달리 아직까지 물류IT 시장은 시장이 확대되지 않아 충분히 개척 가능한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물류부문에 RFID 기술을 적용시켜 레퍼런스를 확보해 다른 물류업체의 공급망에 적용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CJ 시스템즈는 제조/물류에 대한 핵심역량 집중이라는 사업방향을 설정하고 올해 민간 물류부문 SCM 확대에 영업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교육, 유기농 농산물, 중견택배사 등 500~1500억 원 대 중견 고객을 타깃으로 기존 IT 프로젝트 경험을 살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에 사전 물류컨설팅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CJ 시스템즈 관계자는 "올 한해는 ERP 보다는 SCM 신규 프로젝트 수요가 많을 것이며, 하반기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시아나IDT는 각 산업의 물류분야 별로 매출확대를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우선 주력인 항공분야는 항공 수하물, 항공화물 인프라, 체크인 공용시스템 사업 등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공공의 경우 국가교통기술개발사업을 경험으로 중앙정부의 물류관련시스템 분야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차세대 교통·물류 분야의 핵심 인프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ITS 분야는 민자 ITS 사업 확대와 더불어 공공 ITS 시장개척에 주력할 방침이다. RFID/USN연구소와 RFID 영업팀을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나IDT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주력 사업분야인 항공, 물류, 타이어, 화학, 건설분야에서 RFID/USN 적용 모델발굴 및 사업화를 적극 추진 중이며, 특히 항공수하물, 화물 같은 항공관련 RFID관련 물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물류 계열사보다 금융이나 유통 계열사의 IT부문에서 월등한 매출을 올리는 IT계열사는 현재로서는 물류IT 부문에 커다란 비중을 두지 않을 전망이다. 동부정보기술 등 일부 업체는 아직까지 물류IT 부문에서 대외 영업 보다는 물류 계열사나 모회사의 시스템 통합이나 관리 부문에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동부익스프레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동부정보기술은 내실 경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대외활동 강화를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으나, 작년 하반기 조직 전 부문에 대한 컨설팅을 받은 후 사업방향이 전면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부정보기술은 동부익스프레스 등 계열사의 SM과 대내 SI 발굴을 통해 IT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신세계I&C 역시 작년 택배사업을 시작하고 올해 국제물류사업에 뛰어들 계획인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의 IT시스템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물류와 유통부문의 RFID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어 대외 영업활동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류 특화 솔루션 등으로 틈새시장 개척

작년 국내 물류시장 규모는 90조 원, 이 중 3자물류시장 규모가 35조 원으로 3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류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물류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물류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한 차별화된 무기로 RFID를 비롯한 IT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대로 물류IT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물류업체의 IT계열사들은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물류I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야할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특화된 물류 솔루션과 시스템 개발로 틈새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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