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SI업체에게는 모두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다. 바로 그룹 내 수많은 계열사들이다. 이들 계열사들은 지난 1980년대부터 그룹 내 전산실 조직을 통합해 탄생하기 시작했던 SI 업체의 주요 수요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 외 SI 사업에서는 까먹고 내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아웃소싱 서비스로 손해를 메우는, 거의 모든 SI 업체의 이러한 이익 구조는 내부 계열사의 위력을 잘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를 ‘Captive Market’이라고 부른다. 자기들만의 고정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를테면 삼성그룹의 IT자회사인 삼성SDS는 LG CNS가 버티고 있는 LG그룹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봉쇄돼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Captive Market의 가장 큰 폐해는 업체 간의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고, 중소 전문업체들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제품이라도 자기 계열사의 것이 아니면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 SI 업체들이 중소 전문업체가 할 만한 사업 아이템을 따로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도 확실한 잠재 수요처인 계열사가 있기 때문이다.
Captive Market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SI 업체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마저 “문제는 Captive Market이다.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은 하고 있지만 먼저 이 문제 해결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 똑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SI 업체들의 합종연횡이나 구조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불공정 경쟁을 막고 중소 전문업체도 살릴 수 있는 Captive Market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리고 대안은 무엇일까?
그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일단 SI 업체 간의 합병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똑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SI 업체들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 합병으로 그 수를 줄이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와 합병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른바 경영에는 ‘상위 3개사가 시장을 주도한다’는 ‘빅3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렇게 볼 때 빅3를 제외한 마이너 업체간의 인수합병은 충분한 현실성이 있지 않을까.
모그룹이 자기의 IT 자회사에 대한 지원 규모를 법이나 제도로 강도 높게 제한하는 것도 그 대안 중 하나일 듯 싶다. 밀어주고 싶어도 밀어줄 수 없으며, 만일 위반할 경우에는 제재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