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ㆍ메리츠화재 등 아웃소싱으로 전환, IT예산의 효율적인 운영이 목적

금융권 IT아웃소싱 시장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활짝 열리고 있다. 2004년 신영증권, 교보자동차보험을 비롯해 지난해 세종증권, 알리안츠생명, AIG손해보험 등이 IT 아웃소싱으로 IT 운영 방침을 전환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3월말에는 교보생명이 한국IBM과 10년간 3000억원대에 이르는 IT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금융권에서 최대 IT아웃소싱 사례를 기록됐다. 이외에도 최근 메리츠화재는 현대정보기술과 데이터센터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 지난달 이전 준비 작업에 착수해 이번 달부터 데이터센터에 대한 아웃소싱을 앞두고 있다.
대외적으로 밝혀진 사례 외에도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IT예산에 대한 대비로 IT아웃소싱을 검토하는 2금융권 관련사들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어 올해 IT아웃소싱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련업계 역시 1금융권이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2금융권에서 사례가 계속 나타나 이 시장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가고 있다. 1금융권의 경우 최근 외환은행이 IT아웃소싱을 추진, 한국IBM이 데이터센터 건립까지 추진하면서 의욕적으로 나섰으나 금감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고 매각까지 결정돼 무산된 바 있다.
1금융권에서는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각각 삼성SDS와 SK C&C로부터 아웃소싱을 받고 있으나 금감원이 이번 달 초 금융권 IT아웃소싱 범위와 규정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져 1금융권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보생명 아웃소싱, ‘달리는 말에 채찍’
이런 상황에서 현재까지 교보생명 아웃소싱 사례는 금융권 최대 IT아웃소싱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교보생명은 2금융권 2005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3월 말 한국IBM과 향후 10년간 IT인프라 운영을 위탁하는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4년 말부터 관련업체에 RFI(정보제공요청서)를 발송하면서 IT아웃소싱에 대한 준비에 나섰다. 업체를 선정하는데 만 1년 이상이 소요됐으며 한국IBM을 사업자로 선정한 지난해 11월부터 본 계약까지 3개월 이상이 걸리는 등 매우 신중한 자세로 아웃소싱을 최종 결정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계약에 따라 향후 10년간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및 OA 사무기기에 대한 관리를 포함해 데이터 센터와 재해복구 센터의 운영을 한국IBM에 위탁 운영하게 됐다.
교보생명은 IT인프라 운영 아웃소싱과 더불어 IT 전략 컨설팅, 맞춤형 직원 교육까지를 포괄하는 종합 IT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교보생명의 IT인프라 아웃소싱 결정은 비 보험사업 분야의 업무는 아웃소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위탁하고, 전략 기능과 상품개발, 보험영업 등 핵심 분야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선택의 결과였다.
교보생명은 IBM이 보유한 데이터 센터 운영 경험과 각종 서비스를 활용하고, 고정비용으로 계산되던 IT인프라 운영비용을 상황의 변화에 따라 연동되는 변동비용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함께 전산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15%를 상회하는 비용 절감은 물론 전 세계 글로벌 금융 기업들과 일해 온 IBM의 다양한 경험과 기술력을 활용해 교보생명의 IT인프라 선진화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에 이어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현대정보기술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IT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다. 메리츠화재는 삼성, 현대해상, 동부, LIG손해보험에 이어 손보업계 5위권 업체로 삼성화재 CIO 출신의 원명수 사장 취임 이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겸임CIO이던 직제를 전임 CIO제로 전환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IT 부문에 대한 변화와 투자 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IBM과 OIO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OIO계약은 IBM의 전 제품과 서비스를 망라해 3~5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맺는 것으로 제품 구매대행을 하면서 서비스와 컨설팅도 함께 제공받는 제도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본사 사옥을 이전하면서 본사 현업 본부와 IT부서가 분리됐다. 본사는 강남 사옥으로 이전했으나 IT본부는 이전 사옥이었던 여의도 부서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후 여의도 본사가 데이터센터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 현대정보기술과의 계약을 통해 전문 데이터센터로 인프라를 이전하게 됐다. 이와 함께 IT 운영도 외부 전문기관이 맡아 수행하게 됐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번 IT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웃소싱의 새로운 수요처로 각광받고 있는 2금융권 아웃소싱은 인프라 운영, 데이터센터, IT교육 아웃소싱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비록 각 사별로 계획을 세운 아웃소싱 영역과 범위는 다르지만 비용절감과 IT 개발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 등 기대하는 효과는 대략 비슷하다. 또한 IT 아웃소싱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전략적 해결방안으로도 요긴하게 활용되는 모습이다.

SI·컨설팅 업계 시장 공략 강화
금융권 IT아웃소싱이 활발한 가운데 관련업체들 역시 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상 영역도 단순 IT아웃소싱에서 구매, 콜 센터 아웃소싱 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IBM은 올해 IT아웃소싱에서 구매, 콜센터 아웃소싱까지 확대된 영역인 BTO(Business Transformation Outsourcing)를 새로운 주력분야로 삼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 교보생명의 IT 교육 아웃소싱 등을 확보해 국내에서 시장 확대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국IBM 관계자는 “기존 IT아웃소싱이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춘 단순 운영 효율화였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전략적 아웃소싱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국적 기업 외에도 삼성SDS, LG CNS, 현대정보기술 등 국내 SI 업체들 역시 올해 전략적으로 강화할 사업으로 IT아웃소싱을 첫손에 꼽고 있다. 국내 SI업체들은 IT아웃소싱에 대한 국내 금융권 기반은 갖춰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SDS 금융사업부 관계자는 “단순 IT아웃소싱보다는 전략적 아웃소싱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비용절감과 함께 혁신도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에서 아웃소싱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대정보기술은 마북리센터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아웃소싱 등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인력 반발 등 해결 과제 산적
이처럼 IT아웃소싱이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규제도 문제지만 지적자산이 외부에 있다는 데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금융권 IT 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아웃소싱의 한 형태로 제기되고 있는 오프소어 아웃소싱의 경우 아직까지 규제가 큰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액센츄어는 얼마 전 국내 IT아웃소싱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대련에 있는 딜리버리 센터를 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액센츄어가 노리는 오프쇼어 개발 아웃소싱은 시스템 개발을 해외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국내 금융권 시스템 개발을 중국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액센츄어는 이를 위해 최근 금감원 관계자들과 만나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제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이다. 지난 2004년 메트라이프생명이 데이터센터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했으나 금감원에서 불가 방침을 내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까지 오프쇼어 아웃소싱에 대한 국내 규정이나 인식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또한 국내 금융권의 특성이 보수적이라는 점도 해외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1금융권의 경우 IT 아웃소싱은 노동조합의 반발을 순조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IT아웃소싱 도입과 함께 인력 이동 문제 역시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로 남아있다.
이강욱 기자 wook@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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