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법 일부개정안 입법정책토론회, 법안은 통과된 뒤 토론하는 촌극 연출

[아이티데일리]  입법에 대한 토론을 통해 나온 의견을 수렴해 법안 심사에 반영돼야 하지만 일단 법은 통과시키고 입법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국회에서 벌어졌다.

특히 이 본말전도된 상황을 주도한 장본인이 국회의원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문희상 국회의원이 주최한 ‘전자정부사업 PMO 도입과 감리의 역할에 관한 입법정책토론회’가 국회 소희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희상 국회의원, 박병석 국회부의장,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김태환 위원장, 김현 국회의원, 진선미 의원이 참석했으며, 정보통신기술사 및 감리 등 약 150여명이 참석해 고정된 좌석 외 추가적으로 이동식 의자를 투입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 날 주제는 안전행정부가 최근 도입한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활성하기 위해 감리를 PMO로 대체한다는 조항을 넣은 ‘전자정부법 일부개정안’이 정보시스템감리협회의 맹비난을 받은 가운데 법안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책을 공개석상에서 논의하는 취지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오전에 이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해 이날 참석했던 사람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는 등 촌극이 연출됐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점은 토론회를 주최한 문희상 국회의원과 축사로 나온 김태환 국회의원이 국회 안행위 위원과 위원장이라는 것이다. 즉, 논란의 입법정책에 해결 실마리를 찾자고 하면서 법안은 통과시켜버리는 황당한 일을 그날 토론회에 모인 사람들이 직접 목격한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은 축사로 나선 김태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장이 “김빠진 토론회가 됐다”는 말과 함께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PMO는 발주자를 대신하기 때문에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어 감리를 생략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토론을 통해 최적의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다한다”고 말했지만, 이날 오전 전자정부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킨 사람 중 한명이 본인이었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시선이 좋을 리 없었다.

씁쓸한 것은 이번 입법정책토론회 결과를 안행부에서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며 김태환 의원은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지만, 토론회가 시작되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김태환 위원장은 주최자인 문의상 의원과 함께 동시 퇴장했다. 마치 집주인이 손님을 초대해놓고 자신은 약속이 있다며 외출하는 꼴이 된 셈이다.

토론회 내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전자정부사업에서 PMO 도입과 감리의 역할이란 주제로 생산적인 의견들 냈음에도 이를 경청할 인물은 없는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소모했다.

그들은 과연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고 유사성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한기준 건국대 교수의 목소리와 “서로 다른 취지와 역할에 대해 기능적 유사성을 이유로 제시하면서 동일한 기능이니 예산 절감을 위한 방안이라고 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라고 주장했던 이종호 키삭 대표의 목소리를 듣기나 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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