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세곡동 인근 메가패스 사용자들은 뜻하지 않은 횡재를 했다. 이 지역 인터넷 속도가 느려 전반적으로 모뎀 교환을 해준 것. 물론 모뎀 교체비는 무료이며 이로써 인터넷 속도가 5배가량 빨라질 거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어졌다.
인근 주민들은 의아해했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거나 서비스에 대한 어떠한 요구사항도 없었다. 그런데다 고객들이 집에 있는 일요일 오전 시간을 선택해 서비스를 베푸는 사려 깊은 모습에 영문을 몰랐던 것. 단지 고객 만족을 구현하기 위해 이토록 신경을 써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KT가 갑자기 착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5배 씩이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모뎀을 무상으로 교체해 줄 수 있었으면 진작 그렇게 해주지 않았을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이는 자발적인 서비스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론은 파워콤의 인터넷 시장 진출 여파로 귀결된다. 빠른 속도를 내세우고 있는 파워콤의 등장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러한 친절을 베풀고 나섰던 것.
사실 파워콤이 가정용 인터넷 사업에 진출에 나서기 전부터 하나로텔레콤을 비롯한 후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파워콤의 시장 진출에 강하게 반발했다.
2005년 3월 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가입자 수 기준의 시장점유율은 KT가 50.70%, 하나로가 22.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두루넷과 온세통신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은 대부분 적게는 30%, 많게는 90%가 넘게 파워콤의 망을 임대해서 쓰고 있다. 실제 하나로텔레콤이 약 37%, 두루넷 약 71%, 온세통신은 99%가 넘는 비중을 파워콤 망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임대해서 쓰는 기존 인터넷 사업자들에 비해 이미 깔려 있는 망을 이용하는 파워콤은 속도나 가격 면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다.
기존 고객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는 인터넷 업체들은 얼마 전 파워콤이 최대 5개월 동안 고객유치를 못하게 되자 쾌재를 불렀다.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가 최근 자체 인터넷망 식별번호(AS)를 쓰지 않고 데이콤의 AS를 사용, 상호접속 고시를 위반한 파워콤에 시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파워콤이 시정명령을 따르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터넷 업체들은 이 기간 동안 사활을 걸고 고객잡기에 나섰다. 이번 세곡동 횡재사건은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소비자로서는 업체들 간의 서비스와 가격 경쟁이 불러오는 반사적인 혜택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공정한 경쟁은 시장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서비스 개선에도 앞장서지 않았다는 사실은 씁쓸하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는 속담이 새삼 생각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파워콤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의 출현으로 당분간 인터넷 사업 시장은 뜨거운 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소비자는 변화와 개선을 늘 요구하고 있으며, 더 나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언제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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