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저렴한 가격의 개인용 3D 프린터가 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 등장하면서 3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속 얘기인 줄만 알았던 3D 프린터가 일상생활에 등장하면서 3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3D 프린터가 알려지기 시작한 4~5년 전만해도 비싼 가격 때문에 일반 개인이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지만 최근 저렴한 가격의 개인용 3D 프린터가 보급되면서 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시사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3D 프린터 기술은 3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로 100여년 전 포드가 자동차 대량 생산을 시작한 것에 맞먹는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연두교서 발표에서 "3D 프린터는 앞으로 모든 분야의 제조방법을 혁신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3D 프린터가 이같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생산수단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의 속성 자체를 변화시켜 산업 구조를 바꾸는 혁신성을 갖기 때문이다.

개발, 생산단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제조업 프로세스 전 단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기존처럼 다수의 부품을 수급해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형태의 제품을 단 번에 찍어내기 때문에 기존 생산단계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시장규모, 2021년 108억 달러 규모…생산업체 100곳 미만 '저조'

3D 프린터는 제조업의 생산방식과 일상생활을 바꿀 혁신적 기술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고 3D 프린터 시장 역시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3D 프린터 시장은 22억 4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1년에는 5배 성장한 10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2011년 가정용·업무용 3D 프린터 보급 대수가 2006년과 비교해 100배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3D 프린터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업체는 유럽 16곳, 중국 7곳, 미국 5곳, 일본 2곳 등으로 3D 프린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100곳이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IT산업을 뒤흔든 것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산업계에 변화를 가져오기 보다는 서서히 산업전반과 일상생활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간단한 원리, 일반 사용자도 제조업 종사자로 변신

3D 프린터는 매우 간단한 원리로 일반 사용자도 제조업 종사자로 변신시킬 수 있다.

일반 PC에서 3D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설계 데이터를 3D 프린터로 전송하면 내장된 금속, 합성고무, 플라스틱 등의 원재료를 설계도에 맞게 쌓아나가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물건처럼 입체감 있는 제품이 만들어 진다.

때문에 어느 누구나 간단한 3D 도면 제작법만 익히면 자신이 원하는 조형물은 물론 작은 프라스틱 용기부터 자동차 디자인까지 쉽게 완성할 수 있고, 시장성이 있다면 판매까지도 할 수 있다.

3D 프린터가 개개인에게 보급되는 시대가 오면 누구나 제조업 종사자가 될 수 있어 직업이 매우 유연해질 수 있는 셈이다.

3D 프린터, 다양한 산업군서 활용 가능

3D 프린터는 지금도 여러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산업군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형외과나 치과와 같은 의료계에서는 의족, 의수, 임플란트, 보청기 등을 제작하는데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고 자동차 업계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포드, 이탈리아 피아트 등에서는 자동차 부품과 시제품을 만들 때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

딜라이트 보청기는 2011년 3D프린터 기술을 도입해 개인의 귀 모양에 맞는 보청기를 제조하고 있다.

김정현 딜라이트 보청기 대표는 "3D 프린터 도입으로 더 정교하고 세밀한 보청기를 제작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빠른 시간 안에 대량생산할 수 있어 많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에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암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하기도 했다. 백정환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부비동암을 앓는 여성과 남성을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부비동암 수술시 안구를 떠받치는 얼굴뼈를 많이 잘라내고 이후 다른 부위의 뼈나 근육을 떼어내 붙여 재건한다. 기존에는 컴퓨터단층촬영과 같은 영상의학검사 자료에만 의존해 수술을 진행했기 때문에 얼굴 골격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해 수술 후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백 교수는 치과용 모형물을 만드는 벤처 회사에 환자의 CT 영상을 제공해 수술 부위의 골격을 3차원으로 만들었고 얼굴 골격을 미리 확인하고 잘라낸 뼈 부위를 정확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3D 프린터 대중화 앞서 저작권·법 개정 문제 해결 돼야

3D 프린터가 대중화가 되면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지만 반면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대두될 수 있다.

저작권은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지적 소유물만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3D 프린터가 보급되면 지적 소유물이 곧 물리적 소유물이 되기 때문에 가상 매체의 복제와 달리 실물의 복제로써 논란의 여지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작은 프라스틱 용기와 같은 간단한 물건의 경우 저작권의 문제가 크지 않겠지만 많은 연구와 기술력이 들어간 물건과 같이 상업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 3D 프린터만으로도 총기와 같이 살상이 가능한 위험한 물건의 설계도를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다운로드 받아 제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D 프린터의 대중화에 앞서 법 개정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다.

3D 프린터 보급·사용자 니즈 확산, 관련업계 고성장 기대

국내 3D 프린터 시장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이 시작돼 매년 30~40%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휴대폰 케이스, 완구, 신발 등을 만드는 데 있어 다양한 제조업체 및 3D 설계 엔지니어에게까지 기술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보급 초기에 3D 프린터는 5000만원 이상의 고가로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100~200만원대의 보급형 프린터가 개발되면서 일반인들의 이용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3D 프린터의 보급과 사용자들의 니즈 확산으로 국내 3D 프린트 관련 업계 전체는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에서 3D 프린터 기술을 국산화해 기기를 출시하는데 성공한 업체는 '캐리마'와 '로킷' 등이 대표적이다.

캐리마는 1983년 사진 현상기 사업을 시작으로 지난 30년간 광학기술 개발에 입지를 다졌다. 캐리마는 2009년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하고 제품 조립 및 생산까지 국내에서 진행한 3D 프린터 '마스터'를 출시했다.

마스터는 전자부품이나 기계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일반형', 임플란트나 틀니 등을 만드는데 적합한 '의료용', 귀금속 등을 생산하는데 적합한 '보석디자인용' 3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이들 제품은 비슷한 수준의 외산제품보다 기기 가격은 30%, 소모품 비용은 50% 저렴하다.

로킷이 개발한 3D 프린터 '에디슨'은 책상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데스크톱형으로 지난 2월 출시됐다.

에디슨은 국수와 같은 형태의 플라스틱 재료를 기기에 넣으면 글루건처럼 쏘아 형태를 쌓아올리는 형식의 3D 프린터로 가격은 외산 동급제품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경제적이다. 에디슨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포토샵이나 CAD프로그램같이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