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형 인재 양성 통한 창조적 기술 주도 노려


▲ 삼성전자 갤럭시 S3는 인간을 위한 디자인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공계 중심의 IT 기업들이 인문계 전유물로만 여겼던 '인문학' 삼매경에 빠졌다.

대표적 이공계 인재 중심 산업군인 국내 IT 기업들이 너도나도 인문학을 강조하며 통섭형 인재 육성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이 IT 기업의 '인문학' 물들이기에 불씨를 당겼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 구글 등 IT업체들과 대항하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을 갖춘 통섭형 인재 양성을 위해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 SCSA)'를 신설,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SCSA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두 곳에서 실시하며 올해 50명씩 총 10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전제 지원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삼성SDS가 진행한 SCSA 모집에 2,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인문학도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또 SK C&C 역시 인문학을 통해 창의 혁신 인재를 키우기에 본격 나섰다. SK C&C CEO 정철길 사장이 직접 나서 'CEO가 들려주는 '오페라의 유령' 이야기'라는 주제로 인문학 토크 콘서트 서막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대학과정에서도 이공계에 인문학 수업이 추가되는 추세다.

가톨릭대는 바이오팜(BioPharm)과 디지털 콘텐츠 등 두가지 분야의 융합 연구를, 건국대는 인문사회과학·문화예술·첨단 과학 연구자들을 융합인 '소셜에코텍 인스티튜트(Social Eco-Tech Institute)'를 세웠다. 성신여대는 음악과 디자인 그리고 기술 등을 접목한 '예술적 융복합 학문'을 연구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IT 기업들이 통섭형 인재, 즉 과학기술분야 전문가가 아닌 인문학 등을 두루 섭렵한 팔방미인형 인재를 통해 창조적 상상력을 기술과 제품에 부여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 잡스를 들 수 있다. IT 시장을 SW 중심으로 탈바꿈시킨 인물로 꼽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철학 전공자다. 그는 생전에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드웨어 중심의 성능만 강조하던 삼성전자도 갤럭시 S3를 출시하면서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강조하는 형태로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최근 IT 시장의 핵인 빅데이터의 해법자 '데이터 과학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데이터 과학자는 방대한 데이터 대한 분석 능력과 함께 기업의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데이터 활용 전략까지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즉,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감춰진 패턴을 찾아내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 전문 기술 뿐만 아니라 수학, 통계학, 사회학 등 다양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즉, 통섭형 인재가 데이터 과학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이다.

SCSA를 추진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감성 기반의 인간중심 기술이 중요해지는 미래에는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통섭형 인재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기술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을 넘어 인간과 소통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기술이 경쟁력의 근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SK C&C 관계자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혁신적 성과를 내기 위해 인문학적 상상과 IT적 창조성이 결합된 창의 혁신 인재가 필요하다"며 행복콘서트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IT 기업들이 인문학을 찾는 이유는 융합이라는 이슈가 있지만 이보다 창조경제를 창출하기 위해서이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시장을 이끌어왔던 이공계 중심의 사고방식이 SW 중심의 시장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을 '혁신의 대명사'로 이야기하며 삼성전자에게 혁신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트렌드에서 한국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성능 위주의 경쟁이 상향평준화된 시점에서 하드웨어적 성능은 기업들에게 더 이상 '날이 선 무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재료로 '인문학'을 찾게 된 것이다.

IT 시장에서 SW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한 IT 기업들의 인문적 소양을 갖춘 인재 양성은 계속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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