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가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둘러싼 공방전이 하나은행의 승리로 마무리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나은행이 한컴오피스를 7,000 카피 도입하겠다고 밝혀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 된다.
우선 하나은행의 결정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사용자가 IT업체에 종속을 거부했고, 두 번째는 그 동안 대다수 기업, 특히 대규모의 기업들로부터 다소 외면당했던 한컴오피스의 확산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마지막으로는 그 동안 관련 업계로부터 너무 앞서 나간다는, 속된 말로 혼자 잘 났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하나은행 CTO인 조봉한 부행장보의 결단력과 추진력에 응원을 보내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기업단위일괄계약(EA)으로 오피스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MS와 갈등을 빚었고, EA가 아닌 단품 구매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하나은행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일 IT업체에 종속되는 것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며 '듀얼 스탠더드' 정책을 발표했다. 하나은행은 이미 17개 솔루션과 한컴오피스의 연동 테스트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창사 이래 반기매출 190억 원이라는 최대 매출을 달성한 한글과컴퓨터에게 이번 일은 대기업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다시 말해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의 활로를 크게 열어 주었다는데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동안 하나은행의 행보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등을 비롯해 대다수 기업들이 한컴오피스 도입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한컴오피스는 MS오피스의 가격에 비해 3분의 1 정도 밖에 안 되고, 단품 구매가 가능해 더욱더 고객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한컴오피스의 한컴 슬라이드와 한컴 넥셀은 MS의 파워포인트와 엑셀의 사용방법과 구성 매뉴가 거의 동일하고, 이들 파일들을 그대로 사용 할 수 있어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에서의 관심은 더욱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하나은행 CTO인 조 부행장보에 대한 평가다. 특정 IT업체에 종속되고 싶어 하는 CIO나 CTO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때 특정 IT업체 제품을 계속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
특정 업체나 제품을 선호한다기보다는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이 안 된다는 이유로 다른 IT업체의 제품을 선뜻 도입하지 못해온 것이다. IT업체들이 경쟁사 텃밭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이기종 간의 통합을 외치며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은행은 듀얼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MS오피스와 한컴오피스를 모두 사용하도록 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조 부행장보가 '특정 IT업체에 종속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하나은행의 이번 한컴오피스 도입 결정은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임에는 분명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한글과컴퓨터의 공략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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