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은 최근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낡은 관행을 완전히 뜯어 고쳐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겠다는 각오를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그는 그 동안 중소 소프트웨어 업계의 가장 큰 고질병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해 관련 업계로부터 환영의 박수를 받고 있다. 중소 소프트웨어 업계로서는 모처럼 낭보인 셈이다.

이석채 회장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기 위해 밝힌 3대 결단은 ▲소프트웨어 제값 주겠다 ▲개발사에 저작권도 주겠다 ▲유지보수비용도 글로벌 수준에 맞추겠다 등이다.

사실 이 같은 결단은 전혀 새로운 사실도 아니고, 당연히 지켜져야만 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아주 다른 새로운 뉴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거대 기업인 'KT'라는 상징성과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이 앞장서서 나서 준다면 그 효과는 정부 공공기관은 물론 전 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 때 소프트웨어 산업은 많은 돈을 벌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즉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어 붐을 이뤘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소프트웨어 산업은 3D 업종으로 전락, 우수한 인재들이 계속 떠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이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들도 후배들이나 지인들에게 다른 직종을 선택하라고 권할 만큼 홀대를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환경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원인의 근거지는 바로 다름 아닌 정부와 대기업이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겠다는 각종 정책을 매년 쏟아내고 있고, 장밋빛 청사진까지 제시하지만 정작 소프트웨어 가치를 인정해 주는 환경 조성에는 '나 몰라라'이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를 보면 개발자들의 학력이나 경력에 따른 등급과 일당만 계산하는, 즉 건설현장의 일당 노무자를 기준으로 마련한 게 다다. 소프트웨어 성능이나 가치, 그리고 미래가치 등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을 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정보화를 내세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용역회사에 개발을 맡기는가 하면 그 소유권까지 갖고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전 기관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나쁜 관행으로 지적된다. 어떤 중견 가수는 활동도 별로 하지 않고 있는데, 매년 40억 씩 통장에 입금된다고 한다. 작곡을 많이 한 이 가수는 노래방이나 방송국을 통해 저작권료를 꼬박꼬박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개발자가 아닌 발주자가 소유권을 갖고 있어 개발사는 같은 제품을 다른 회사에 판매할 수가 없다. 한 번의 개발과 대가로 끝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고객의 요구 사항에 따라 그때그때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 지원할 수 있는 유지보수도 필요로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이를 통해 그 대가를 받고, 새로운 제품 개발에 투자를 하게 된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만 소프트웨어 산업이 살 길인 것이다.

KT는 이 같은 고질적인 낡은 관행을 앞장서 고쳐 나갈 것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KT가 선포한대로만 잘 지켜 나간다면 꺼져 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음에 분명하다.

그 불씨가 하루빨리 정부 공공을 비롯한 전 산업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