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주)아남정보기술 대표이사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지금 내 나이에 혹은 앞으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할지 궁금해 한다. 특히 지금 현재 나 자신이 잘 살아가고 있는지, 지금껏 잘 해 왔는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20대에, 30대에, 4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와 같이 당신 나이에는 반드시 이 정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책들이 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속물(?)인지라 40대를 지나 50대에 접어든 지금, 내 나이에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들 중 몇 가지나 하면서 살았을까? 를 생각해 본다. 지금껏 150개(?)의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지나쳐 왔으니 이제 50대부터라도 꼭 해야 할 목표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 싶다. 서점에는 '50대, 이제는 건강에 올인 하라'라든지, ' 50대가 꼭 알아야 할 건강 비법'등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보다는 건강을 챙기고 하던 일들이나 잘 마무리 하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는 50대 이후에 무엇을 꼭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인가, 50대의 나는 무엇을 통해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자문자답을 해본다.

우선 열 가지를 정해 보기로 마음먹었지만 막상 나열하려고 하니 그것도 쉽지가 않다. 지난 1, 2년간 고민도 해 보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아직도 열 가지를 완전히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야할, 혹은 하고 싶은 수많은 일들 중 꼭 짚어 거창하게 '열 가지 해야 할 것'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짜릿한 목표…. 꼭 마무리 하고 싶은 것들로만 정리하고자 했는데 욕심껏 나열은 많이 해도 아직 순서에 올린 것은 세 가지 밖에 안 된다. 나머지 일곱 가지는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정리된 세 가지라도 실천에 옮기며 나머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 가지 중 첫 째는 CEO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다. 시작부터 그 동안 17년을 정신없이(?) 달려 왔다. 성공적으로 기업 공개도 하였고 고객 만족, 직원 만족, 주주 만족이라는 경영 목표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무리라는 표현이 조금 이른 감도 없지 않지만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준비할 시간과 준비할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고객의 뜻을 섬기고, 함께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열정이 지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가꿔 나가야 한다. '성공한 자'보다는 어디에서든 '성공할 자'라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CEO가 되고 싶다. 항상 진인사(盡人事)의 마음으로….

둘 째는 좋은 아버지. 훌륭한 가장으로 가족에게 기여할 것을 다짐해 본다. 정신없이 살며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나이에 이제는 가족들에게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여 더 많은 추억과 행복을 만들고, 만들어 주고 싶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건만 그 동안 일에 치여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기까지 하다. 이런 까닭에 1 년에 한 번 정도는 가족 여행을 가고, 1 주일에 한 번은 아내와 멋진(?) 시간도 보내려고 한다. 그리고 1 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내 마음을 가족들에게 전해줄 e-mail도 보내려고 한다. 가장으로서 얼마나 기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늦지 않게 실행해 보려고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까.

세 번째는 우연인지는 몰라도 내가 지금껏 살면서 부딪히고 느껴왔던 것들을 정리해 이를 통해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수려한 글 솜씨는 아닐지라도 그저 내 삶을, 내 느낌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서술해, 그리하여 칠순 잔치(?) 쯤에 나의 지난 인생을 돌이켜 볼 수 있도록 내 이름이 '꽉'하고 박혀 있는 책을 내는 것이 나의 소박한 세 번째 꿈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메모도 부지런히 하고 자료도 충실히 모아야겠다.

이런 세 가지 목표 외에 봉사의 생활, 오피스텔 만들기, 색소폰 불기, 사진 찍기 등등을 생각하고 있지만 언제쯤 나머지들을 결정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하고 목표를 정해 가면서 내가 그 동안 해왔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소망과 계획을 다짐하는 시간이 참으로 즐겁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살아가며 해야 할 일, 다시 말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지난 시간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지혜, 현재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여유, 나아가 다가올 앞날을 계획하고 도전할수있는용기…. 비단50대라는타이틀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나만의 'To Do 리스트'를 작성해 보면 어떨까. 그 동안 살면서 내가 무엇을 해 왔는지 혹은 하고 싶어 했었는지 정리해 보고 앞으로의 목표를 재정비 한다면 생활이 훨씬 더 정겹고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오직 한 번 뿐인 인생, 인생은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는 까닭이다.


※ 본 수필은 본지가 발간한 '창공의 빛나는 별 하나'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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