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관 (주)e-nection 대표이사

내가 남을 위해 배려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처음으로 실행하게 되었던 기억은 아마도 유년시절 시골의 샛강에서 물놀이를 한 후 몸을 말리기 위해 한여름의 뜨거운 모래 바닥에 앉아 귀에 물이 찬 것을 빼내려고 주워 든 조약돌을 친구에게 먼저 사용하라고 건네 준 것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 매년 여름철은 임진강 지류에서 동네 꼬마들과 어울려 미역을 감으며 한나절 이상을 놀다가 집에 들어가는 것이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장구를 치며 서로간의 잠수실력을 뽐내며 놀다보면 어느새 귀에 물이 차게 된다. 물놀이를 즐기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의 하나였다. 이 때 귀 속의 찬물을 빼는 데 요긴하게 쓰인 물건이 바로 한여름 땡볕에 뜨겁게 달궈진 조약돌이다.

뜨거운 조약돌을 물이 찬 귓가에 대고 머리를 기울이고 있으면 개운하게 물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샛강 주변에 알맞은 조약돌이 그리 흔치 않았으니 쉽게 구할 수 없었고 그것을 얻으려면 이리저리 찾아 다녀야 하는 수고가 뒤따르게 마련이었다.

물장구를 치며 놀던 친구들이 귀에 물이 차서 서로가 불편해져 있을 때 조약돌을 먼저 쓰라고 내미는 것은 대단한 배려가 아닐 수 없었다. 친구를 향하는 고마운 마음, 감사하는 마음, 뭔가 배려하는 마음의 자세가 없다면 조약돌을 상대방에게 제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남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생각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정성이 수반되지 않는 행동은 배려의 범주에 드는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각박한 경쟁 환경 속에서 자라난 우리에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는 그리 익숙치 않은 대상이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척박했던 과거에는 우선 배를 곯지 않는 것이 중요했고, 열심히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다. 남을 돌아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미가 살아있었다. 이웃이란 개념이 있었고 공동체 의식 또한 강렬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부족하고 척박한 생활환경 속에서도 나눔의 배려가 있었고 비록 하찮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정과 여유가 있었다.

물질의 풍요 못지않게 중요하게 우리의 정서 순화와 인성을 함양하는데 모토가 되었던 과거의 미풍양속을 그리워하는 것은 너무 커다란 욕심은 아닐까 생각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사회의 정서가 변화되었고 삶의 터전과 사회활동을 위한 주변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되었다.

이 같은 사회변화와 경제발전의 규모만큼 우리의 정서는 심화되어 긍정적인 면으로 진화되었는가?를 우리 스스로에게 반문하여 본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 의문 시 된다.

사회생활에서나 지인 간의 관계에 있어 배려의 마음가짐과 행동은 큰 맘 먹고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단면에 숨어있다. 내가 상대방에게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 말 속에, 내가 내미는 손길에, 내가 바라보는 눈가에, 나의 가슴속으로부터 묻어 나오는 마음가짐 속에 배려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수단인 전철과 시내버스 안에서 내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배려는 얼마든지 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나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부터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거나 받아주는 것, 타고 내릴 때 노약자를 부축하며 거들어 주는 것, 상대방에게 불쾌감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행동 등 작은 공간에서도 내가 해야 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많이 존재하고 있다.

얼마 전 회사에서는 사회 기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봉사활동을 기획하여 실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시작 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봉사활동 예정기관의 사회 복지사로부터 사전교육 및 안내를 받았다.

형식적인 봉사활동보다 실질적이고 진심 어린 마음을 보태 봉사활동을 시행하고자 함이었다. 봉사활동의 대상기관은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아니었으며, 봉사자의 손길이 넉넉한 형편도 아닌 곳을 일부러 택하였다.

또한 봉사활동의 시행도 휴일이 아닌 평일을 택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봉사활동 영역도 다양하게 구성하여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무의탁 노인 목욕시키기, 장애 우와 함께 놀아주기, 극빈 가정 청소도우미, 지체 장애인 교육 프로그램 도우미 등 복지관 운영의 전반에 걸친 참여를 목표로 봉사활동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 같은 행사시행의 목적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의 양식을 간직하기 위함이었다. 나눔과 배려와 도움의 시간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귀함을 느껴 봄도 필요하고 진정한 봉사의 의미도 되새겨보면서 자성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함이었다. 이 같은 과정에 동참했던 직원들의 평가는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이 같은 시간을 통하여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커다란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 년에 한두 번 거치는 행사이지만 참여하는 임직원 개개인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계기와 시간이 되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버스 안에서 전철 안에서 겸연쩍게 타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곤 할 때 잠시 어색하지만 나의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 내내 왠지 가슴이 뿌듯하고 행복함을 가지게 되는 것은 나의 양보와 배려를 통해 상대방에게 편안함과 감사함이 전해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같은 타인과 주변 이웃에 대한 나로부터 시작되는 작은 따뜻한 마음의 배려가 사회저변에 확산되어 풍부해질 때 자칫 메말라 가는 사회생활 정서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 본 수필은 본지가 발간한'창공의 빛나는 별 하나'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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