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영 한국SW전문기업협회 부회장


▲ 송재영 한국SW전문기업협회 부회장



2009년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의 열기는 빠른 속도로 우리들에게 다가 왔다. '스마트'란 용어는'스마트 폰',' 스마트 PAD', '스마트 TV', 그리고 모바일 인터넷과 결합된'스마트워크'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정부에서도'스마트KOREA 기본계획'을 구상중이고, 일전에 어떤 세미나에서도'스마트 Planet'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었다. 그야말로 스마트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SW산업이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35년 동안의 공직 생활을 바탕으로 국내 SW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개발 업체가 지속적인 제품의 질을 높여가야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국산 솔루션이 외국의 유명 제품보다성능이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BPM 같은 경우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령 외국 제품이 10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고, 우리 국산제품이 7가지 기능 밖에 없다고 가정 할 때 관행적으로 국내 제품에게는 없는 기능을 가지고 외국 제품이 우수하다고 얘기 할 때가 많다. 특히 어떤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7가지 기능만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국산 제품에 없는 기능을 제안 요청서에 구매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필요하지도 않은 기능을 가지고 국산이 형편없다고 하면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그런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둘째, 수요자가 이를 써 주어야 한다.
국산 솔루션을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사용해 줘야만 한다고 본다. 각 정부 부처 정보화 담당들로 구성된 정부정보화협의회나 각 공단 정보화 담당들로 구성된 한울포럼 등에서 국산 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 줘야만 국산 솔루션들이 성장할 수 있고, 아울러 국내 SW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실례로 작년 8월에 열린'한울포럼'의 주제가'국산IT솔루션의 중흥과 공공의 역할'이었다. 당시 한울포럼에서는 정부 산하 기관들에서 국산 제품을 써야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고 개발 업체는 이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의견에 제시되기도 했다.

정부 공공기관이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함으로써, 검증된 제품을 금융 등의 타 분야산업들에서 구매해 주고, 일반 기업체로까지 확산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외시장도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

혹자는 '검증된 제품을 들여오면 아무 문제도 없는데 왜사서 고생하느냐?'고 쉽게 말한다. 또한 그런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선정할 때는 그만한 이유, 즉 마치 부정이 개입돼 구매한 것처럼 아무 근거도 없이 일방적인 생각만으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투서를 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공직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직자들이 앞장서 주지 않는다면 국내 SW산업 발전은 요원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셋째, 국내 솔루션 업체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 대학교의 IT관련학과에 지원자가 넘쳐날 것이고 개발 업체에 우수한 인력이 공급될 것이다. 그래야 SW업체가 우수한 SW를 개발할 수 있고 SW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믿고 있다.

몇 가지 실 사례를 든다면 먼저 워드프로세서이다. 1980년도 중반쯤 우리나라에 16비트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워드프로세서가 같이 등장했다. 금성사의 '하나워드', 삼보의 '보석글', 큐닉스의 '큐워드'등 컴퓨터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앞 다투어 워드 프로세서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87년 제1차 행정전산망 사업이 시작됐다. 제1차 행정전산망 사업에는 주민등록관리, 부동산관리, 자동차 관리 등 6개 사업뿐만 아니라 국산 주전산기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추진됐다. 이와 함께 정부·공공기관에 1인 1대의 PC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으로 160여대의 주전산기(톨러런트)와 4,300여대의 PC보급 계획도 세웠다. PC를 보급하면서 금성의 '하나워드'가 행망용으로 지정되었고 이때부터 정부뿐만 아니라 전 공공기관에 '하나워드'가 공급되었다. 당시 내가 근무했던 기관의 어떤 여직원은 타자를 잘 치는데 왜 워드를 배우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아무튼 모든 공공기관에서 하나워드를 써 주었는데도 몇 년 후 '하나워드'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 이유는 기술 개발에 등한시했기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워드가 한글과컴퓨터의 '한글'과 핸디소프트의 '아리랑', 그리고 삼성의 '훈민정음'등이었다.

'한글'이나 '아리랑'의 기능도 좋았지만 '훈민정음'의 기능은 MS워드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핸디소프트의 그룹웨어 등 6개 그룹웨어의 기본 워드로 '한글'을 채택했다. 시기적으로 각 부처끼리의 문서 유통이 절실했고 문서의 표준화를 위해서는 워드를 통일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정부의 기본 워드로 채택된 후 한글과컴퓨터는 지속적으로 제품의 질을 높여 나갔기 때문에 오늘의 성공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룹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공공기관에 PC가 보급되자 PC를 통한 전자결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핸디소프트, 슈퍼스타, 한국정보공학 등의 많은 회사에서 발 빠르게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핸디소프트의 경우 한때는 시가 총액이 1조3,000억에 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그룹웨어 업계가 타격을 받은 건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전자정부에 대해 많은 열정을 보였다.

'온나라'라는 그룹웨어의 기본사상을 특허청에 출원하고 '온나라'를 개발하도록 하였다. 개발이 완료되자 정부 중앙부처에는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고 이를 통하여 결재하고 보고를 받았다. 그룹웨어 업계가 타격을 받은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SW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의 경쟁은 당연하다. 정부에서도 어느 특정 제품만을 선정해서 일괄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제품의 질을 높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으로까지 뻗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 온나라'같이 일괄 공급방식은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결코 국가 경제에 유익하지 않다고 본다.

미들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티맥스에서 미들웨어인 '제우스'를 처음 발표했을 때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당시 티맥스 영업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면 제우스를 소개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구매협상에 들어가면 공공기관에 납품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구매를 꺼렸다고 한다. 그러다 해군에서 대형 프로젝트에 제우스를 선정하면서 공공기관을 필두로 금융권으로, 더 나아가 민간시장으로까지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1,500여개 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고 1,200여개 프로젝트에서 채택되었다고 한다.

아쉬운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게 DBMS와 주전산기 사업이다. 일본에서는 미국에서 폐기되는 IBM360 기술을 고액을 주고 사서 그 기술을 바탕으로 FACOM을 생산했다. 또한 일본은 모든 공공기관에서 적어도 1대 이상의 FACOM을 쓰도록 권장했고, 각 공공기관에서는 이를 도입하여 사용상 불편한 점과 발생하는 시스템 오류를 즉시 피드백하여 성능을 개선시켜 나갔다. 그래서 오늘날의 후지쯔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제1차 행정전산망 사업에서 국산 주전산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으로 미국의 톨러런트 사의 주전산기를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이컴(TICOM)이라는 주전산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TICOM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과 같이 각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TICOM을 쓰도록 권장하지 않았고 일본과 같이 독점이 아닌 과점 형태로 서로 출혈 경쟁함으로써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DBMS도 '바다'라는 제품을 한국전저통신연구소가 개발했지만 정부공공기관에서 외면했고, 정부 역시 손 놓고 시장경제의 논리에 맡겼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독자 기술로 DBMS를 개발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지금은 아주 미미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 주전산기처럼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각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에서 국산 DBMS를 종류별로 하나 이상 도입하여 사용함으로써 벤더들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IBM이나 HP 같은 HW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알티베이스나 티베로 같은 DBMS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 나가자는 것이다.

오라클이나 DB2를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국내 SW발전을 위해서 국내 제품도 써 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2년7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 완료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되고 있지만 큰 문제없이 잘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제언은 송재영 한국SW전문기업협회 부회장이 모 기업의 세미나에 초청 받아 강의한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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