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드롭 문제 심각, KT는 "나몰라라"며 오만한 자세

아이폰4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국내에서도 불티나게 잘 팔리고 있다. 예약 가입자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아이폰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다시 실감하게 된다.

아이폰4는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폰4는 인기만큼이나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사용자는 물론, 대리점과 서비스센터 직원들까지도 "아이폰4 문제 많다, 비추한다(추천하고 싶지 않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요즘 들어 실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아이폰4의 문제는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이폰4 고객들, "도저히 못 참겠다" 불만 속출


▲ 아이폰4는 콜 드롭 현상으로 통화가 갑자기 끊기고, 위 사진처럼 '통화실패','전화하기'라는 화면이 뜨는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아이폰4는 애플사도 시인한 데스그립(특정 부위를 잡으면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현상) 보다 통화 도중에 대책 없이 끊기는 콜 드롭(Call drop)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 통화 당 2~3분을 넘기기 힘들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하고 통화를 할 때 어쩔 수 없이 3~4번씩 통화를 다시 시도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어떤 폰이건 상관없이 전화는 통화가 생명이다. 아이폰 용도는 인터넷, 음악, 카메라, 게임 등 용도가 다양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통화다. 이동 중이든, 어떤 장소이든 통신기기의 생명은 끊김 없는 통화 품질 보장이다. 콜 드롭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전화로서의 생명은 끝난거나 마찬가지다.

주변에도 아이폰4 사용자들 대부분이 동시 다발적으로 콜 드롭 문제를 경험했고, 서비스 엔지니어를 통해 점검을 받아봤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전화가 오지도 않고 뒤늦게 '캐치콜(통화중이거나 통화불가 지역에 있을 때 걸려온 전화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서비스)'이 쏟아진다. 일각에서는 "영업사원인데 통화 불량으로 중요한 사업을 놓치고 마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더 이상 못 참겠다. KT와 아이폰을 고소하겠다"고 격한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도 많다.

물론, 사용자들 가운데는 "나는 통화를 자주 걸지 않으니까 그냥 참고 쓴다"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경우 아이폰4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나섰다가 본전도 못 찾거나 결국에는 교체폰을 받아 써야 하는데 '교체폰= 중고폰(리퍼폰)'이라는 생각에 일찌감치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4 개통철회는 웬만해서 불가능(?)
아이폰4를 손에 넣기는 쉽지만 서비스 해지 즉, 개통 취소가 웬만해서는 쉽지 않다. 통화 불량 상태를 얘기하며 아무리 호소해도 소용없다. KT 이용약관(9장 제32조, 번호이동서비스)에 따르면, 개통한지 14일 이내 '통화품질 불만'의 경우만 개통 철회가 가능하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통화품질의 불만'인데, 문제는 KT가 통화품질 문제를 특정 지역의 수신율 저하로 대부분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접수하면, 서비스 엔지니어가 직접 방문해 사용자가 있는 지역의 수신율을 점검한다. 네트워크 상황을 체크해 문제가 있으면 중계기를 설치해주고,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도 통화 불량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하면 그때는 기기 자체의 문제로 판단 내려져 인근의 교체폰을 지급하는 서비스센터로 방문하도록 안내받게 된다. 개통한 대리점을 찾아가봤자 서비스 엔지니어 점검 결과, 이상 없다면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여겨져 개통철회는 절대 불가능하다. KT의 정책이 그렇다고 한다.

콜 드롭 문제가 명백한 통화품질 불만의 사유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KT는, 통화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네트워크 점검 시 통화 감도에 대한 수치적 자료)를 확보해야만 개통철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개통 철회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통 취소 고객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KT는 더 당당히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통화를 하다보면 끊길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 세상 어디에도 100% 통화를 보장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는 없다"며 으름장까지 놓는다.

신속한 문제 규명 및 해결로 '더 큰 피해 막아야'
아이폰4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고객들의 불만이 이만큼 커지고 있는데도 '나몰라라'하는 KT의 태도다. 아이폰4 고객들은 꼭두새벽부터 서둘러 예약을 하고, 언제 받을지도 모르는 출시 일정을 눈 빠지게 기다려가며 90만원대의 아이폰을 구매했다. 이런 고객이 과연 단순 변심에 의해 "이 폰 도저히 못 쓰겠다"는 경우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증명할 데이터가 없으니, 또는 개통한지 14일이 지났으니 참고 써라"는 식의 자세가 오히려 고객들에게는 더 큰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 아이폰에 한 번, KT에 또 한 번, 고객들의 실망감은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

KT는 고객들의 이러한 불만의 목소리는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아니 아예 무시해 버린다. "판매된 20만대 폰 중 콜 드롭 현상은 몇 백개에 불과하며 전체 문제로 보기도 애매하다. 통화가 끊기면 다시 전화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본인들의 입으로 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가 알던 국내 최고의 통신사 KT라면 먼저 나서서 문제를 규명하고, 더 큰 국내 고객들의 피해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최악의 경우 리콜 사태가 되더라도 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가 힘들 듯이 당장의 자신들의 손해를 막으려다가, 그동안 쌓아온 아이폰의 인기와 KT에 대한 신뢰가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글로벌 기업은 말로만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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