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배 조선대 교수 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



작년 우리나라 IT 분야 수출은 1,210억 달러로 전체 수출 3,635억 달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50%에 육박했고 휴대 전화는 30%를 넘어섰다.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과 인터넷 평균 속도는 세계 최고다. IT 산업이 아직은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지난 2년 동안 현 정부의 주요 정책에서 IT 산업이 알게 모르게 배제되면서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失策) 중 하나로 과거 정부에서 IT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 온'정보통신부'의 해체란 지적이 많다. 그 결과 IT 주무 부처 부재에 따른 조정 부재, 소통 부재로 인해 일관성 없는 정책들이 남발되고 비전 부재에 따른 IT 인프라 부문 예산마저도 미국은 300억 달러, 일본은 3조 엔을 투자하는 반면 우리는 크게 축소되었다. 이 때문에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IT 경쟁력 역시 심각한 위협을 받아왔다. 국가 기간망에 대한 7.7 DDoS 공격 대란은 IT 컨트롤 타워 부재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뿐 만이 아니다. 국제적 경제력 분석기관인'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매년 실시하는 IT 경쟁력 지수 평가에서 한국의 IT 경쟁력은 2007년 3위에서 2008년 8위로, 그리고 2009년에는 16위로 8단계나 추락했다. 그리고 세계 경제포럼(WEF)이 지난해 3월 발표한'네트워크 준비 지수(NRI)'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11위로 2007년 9위에서 두 단계나 후퇴했다.

그러나 우리와는 달리 미국, 일본 등 세계 유수 선진국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IT 프로젝트를 잇달아 발표, IT 영광 재현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선진국들은 침체된 자국 경제를 회복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IT를 다시 선택한 셈이다.

미국은 미래의 미국을 먹여 살릴 신 성장 산업으로'스마트 그리드'를 선택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의 그린 뉴딜 정책의 핵심으로 이 사업을 위해 총 81억 달러를 투자한다. 특히 미국은 댐보다는 국가정보고속도로의 업그레드를 통해 고용과 시장, 성장기의 신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은'i-재팬 전략 2015'를 중심으로 현재 IT 육성 전략을 수행 중이다. 특히 2015년, 완전한 디지털 세상 구현을 목표로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과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 등 두 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난 회복을 위해서는 IT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중국은'전자통신산업진흥안'을 계획하고 2009년부터 향후 3년 간 약 6,000억 위안(138조 원)을 투입, 3G 이동통신 사업과 디지털 TV 사업을 집중 육성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서의 충분한 인프라와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정부 당국자들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IT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물론 현 정부에서 뒤늦게나마 이를 인정, 대통령 직속의'IT 특보'직제를 신설하고, 아울러 턱없이 빈약한 SW 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소프트웨어 강국 도약 전략' 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지난 날 이룬 IT 강국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 모두 지금까지의 아날로그 사고의 틀을 과감히 깨고 21세기 시대 흐름에 부합되는 디지털 사고로 거듭나야 한다. 뿐만 아니라 IT 컨트롤 타워 역할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IT 전담 부서를 더 늦기 전에 신설해야 한다. 우리의 IT 최대 경쟁국인 미국 오바마 정부가 IT 인프라, 정책 및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백악관 안에 각료급 국가최고기술책임관(CTO) 직제를 신설한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그리고 경제 활성화와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서라도'제 2의 IT 벤처 기업 창업 붐'조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 까닭은 한국 경제가 아직 IT 산업을 대신할 만한 확실한 성장 엔진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IT 분야는 그래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서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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