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계경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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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데일리] 지난달 유럽우주국(ESA)의 운용이 끝난 지구관측위성 ‘ERS-2’가 대기권에 돌입해 불타면서 그 역할을 마쳤다. ERS-2는 우주과학자들이 ‘유럽 지구 관측의 원조’라고 불렀던 두 개의 위성 중 남은 하나였다.

세계경제포럼(WEF) 홈페이지에 게재된 어젠다 요약글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초반에 발사된 2개의 ERS(유럽 리모트 센싱) 위성 미션은 해빙, 산림 벌채, 오존층의 상황 등 지구의 환경에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해 대기, 토지, 해양 연구를 전진시키는 성과를 일궜다.

BBC는 이와 관련, ERS가 기후 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우려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극지역의 빙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었지만, ERS의 정보에 의해 뒤집혀 이미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WEF는 우주로부터 관측된 위성 정보가 기후 변화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서 다양한 관측 위성의 실태를 요약해 전하고 있다.

1. ‘PACE’의 식물 플랑크톤 관측

플랑크톤(Plankton), 에어로졸(Aerosol), 구름(Cloud), 해양 생태계(ocean Ecosystem)의 머리글자로 구성된 ‘PACE’는 나사(NASA)의 최신 지구 관측 위성이다. 지난 2월에 발사된 이 위성은 지구의 기후를 좌우하는 중요한 존재인 바다의 식물 플랑크톤이나 대기중의 미립자를 관측한다. 생태계와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ACE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세포 물질로 변환함으로써 지구의 탄소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 플랑크톤의 분포를 추적하는 관측 장치가 탑재돼 있다. 이 장비는 어업의 건전성, 유해 조류의 번식, 해양 환경의 변화도 함께 조사할 수 있다.

그 밖의 관측 장치는 태양광이 대기 중 입자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피고 대기 에어로졸, 구름의 특성, 대기 질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2.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지구 관측

지상 약 400km 상공을 날고 있는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서는 특정 시점에 지구를 관측할 수 있다. 궤도상에서는 지구 인구의 90%가 시야에 들어간다. 약 90분마다 지구를 도는 ISS에서는 하루에 16회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

우주 비행사가 촬영하는 사진은 폭풍이나 화산 분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주요 모니터링 데이터다. NASA에 따르면 이에 더해 우주 정거장 외부에 설치된 여러 기기가 기후 데이터를 수집한다. ISS에서 수집한 데이터에는 대기 중 광물 먼지 입자에서 해양 표면 온도 및 오존과 같은 대기 가스에 이르기까지 온난화, 한랭화, 대기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3. 우주를 탐사하고 기후 데이터를 수집하는 '큐브샛(Cube Sat)'

신발장 크기의 초소형 위성 큐브샛은 ERS 미션의 손자라고도 말할 수 있는 존재다. ISS에서 발사돼 새로운 기후과학을 실험하는 큐브샛은 기후변화과학의 연구 영역을 확대한다.

큐브샛은 모듈식으로 통합되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상용 하드웨어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미션의 특정 요구에 맞추어 확장할 수 있다. 또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발사 로켓의 표준 운송 컨테이너에 쉽게 들어갈 수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이 발사할 수 있다.

4. 해양과 육지의 표면 온도를 측정하는 SLSTR

ESA의 지구 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의 일환으로 SLSTR(Sea and Land Surface Temperature Radiometer)가 발사됐다. 2016년과 2018년에 발사된 2개의 센티널 위성에 탑재된 SLSTR 시스템은 2024년과 2025년에 계획된 2개의 미션에서도 사용될 예정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에 ERS 트윈스에 의해 수행된 관측 작업을 계속하도록 설계된 SLSTR 시스템은 바다 지형뿐만 아니라 육지 및 해양 표면 온도를 정밀하게 관측한다.

향후의 추가 발사로 앞으로 40년간 해수면 온도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며, 장기적인 기후 추세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 위성은 2050년 이후 탈탄소 정책의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선 확립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 우주에서 메탄 오염을 추적하는 메탄샛

3월에 발사된 메탄샛(MethaneSAT)은 지구의 건강 상태를 감시하는 최신의 인공위성이다. 그 목적은 전 세계 유전과 가스정에서의 메탄 배출량을 확인하고 정량화하며 배출 손실률과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은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영향이 큰 가스다. 지난 200년간 대기 중 메탄 농도는 2배 이상 증가했다.

메탄샛은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환경 방위 기금(EDF)과 뉴질랜드 우주국에 의해 공동 개발돼 석유·가스 업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유럽연합과 미국에서 향후 도입될 메탄 관련 규제 준수에 대비하는 기업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이처럼 기후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가 지구상과 우주에서 생성되고 있다. WEF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이러한 데이터를 개방적이고 온라인 자원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포럼의 글로벌 생태계 아틀라스(Global Ecosystems Atlas)는 생태계 상황의 포괄적인 파악, 보전 목표 설정, 규제 준수 감시, 미래의 식량·건강·모빌리티 시스템 설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WEF는 또 자체 지구 관측 커뮤니티를 설립해 지구 관측 데이터가 비즈니스, 사람, 지구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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