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클라우드 활용 민관협력 모델’ 올해 7월 본격 시행

[아이티데일리] 정부가 상 등급에 준하는 모든 공공 정보시스템을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로 모은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올해 7월 ‘민간협력형 클라우드 운영 모델(PPP)’을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이달 말 혹은 내달 초께 사업을 발주하고 4월에는 복수의 민간 CSP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클라우드 업계는 “해당 사업이 진행될 시 더 이상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미래는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지하1층 전산동에 12개의 컨테인먼트로 구성된다. 1개의 컨테인먼트 당 28개의 랙을 배치할 수 있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지하1층 전산동에 12개의 컨테인먼트로 구성된다. 1개의 컨테인먼트 당 28개의 랙을 배치할 수 있다.

민관협력형 사업 시범 운영 추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핵심 과제인 ‘민간 클라우드 활용’의 추진 속도를 높이고자 PPP 모델을 시범 적용하기 위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공공기관이 보안 우려 없이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민간 클라우드 기업(CSP)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기반 시설을 빌려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민관협력형 사업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보자원관리원이 해당 사업에 선정된 복수의 CSP에게 대구센터 내 상면을 임대하고, CSP는 서버, 랙 등을 자체적으로 갖춰야 한다. 이를 운영할 수 있는 CSP 자체 인력도 대구센터에 상주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민간 CSP가 직접 상 등급에 속하는 공공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에게 영업하는 등 운영 리소스를 충당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구센터 전산실 지하1층(면적 2,288.11평) 전체를 민간 CSP 영역으로 할당하고 컨테인먼트(Containment) 단위로 임대하는 구조다. 민간 CSP 자원풀은 인터넷망, 행정업무망, 공공업무망으로 물리적으로 분리되며 외부와의 망 연계도 철저하게 격리된다. 민간 CSP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망 연계가 불가하다.

현재 해당 사업의 자격을 갖춘 민간 기업은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가비아, NHN클라우드, 스마일서브, 삼성SDS, 더존비즈온, 엘지헬로비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총 9곳이다. 정보자원관리원은 9곳의 기업을 불러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사업 설명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주 혹은 내달 초 사업 공고가 게재될 예정이며, 본격적인 사업은 올해 7월부터 추진된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 발전 가로막는 사업”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민간협력형 클라우드 운영 모델(PPP)’ 시범 사업을 두고 국내 클라우드 업계는 △대구센터에서만 상 등급 시스템이 운영된다는 점 △사업 준비 및 계획이 미비하다는 점 △DR 구성이 어렵다는 점 △클라우드 기본 정신에 위배 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비판하고 있다.

먼저 정책 측면에서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상 등급 시스템이 대구센터에서만 운영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 등급 시스템을 대구센터에서만 운영한다는 것은 공공기관에게 민간 CSP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민간 클라우드 선제 활용에 역점을 둔 정부의 기조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향후에는 중 등급, 하 등급 시스템도 대구센터로 들어오고자 할 것이다. 사업자 간 경쟁하며 낮아진 가격과 정부 기관 내에서 운영하기에 책임소재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내 클라우드 산업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업 추진 계획 및 준비도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추진 중인 민간협력형 클라우드 운영 모델(PPP) 사업은 민간 기업이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기와 예산 등이 제시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기존 클라우드 전환 추진 방향이 바뀌면서 기간은 늘고 예산 편성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기업들로써는 해당 사업에 투자해야 할 근거와 목적이 불분명하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사업은 CSP에게 시장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통상 기업의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은 수요조사 결과를 통해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기업들이 납득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수요 정보도 없는 상태로 상 등급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사업에 참여·투자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대구센터 입주 및 사업자 상면 최적화(PPP 아키텍처)를 위해 CSAP 상 등급 구축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또 CSAP 인증을 재취득해야 하며 KISA는 상·중 등급에 대한 상세 내용을 3월 이후에 발표한다고 고지했다. 상·중 등급 인증 기준에 따라 아키텍처 구성 및 장비 발주, 장비 입고 후 운영 플랫폼 안정화 등을 위해선 최소 3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데 올해 4월 사업자 선정·계약, 7월 서비스 운영·개시한다는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업 기간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CSAP 상 등급 기준도 명문화·구체화되지 않았고 PPP 임차 기본계획(’23년 12월부터) 발표도 순연하고 있으며, 총 ROI도 추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 여부를 확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업이 추진되면 DR 구성에도 민간 CSP들은 많은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행정망 사고로 행안부에서는 DR 환경을 구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상 등급 정보시스템을 대구센터에서 운영하되, DR은 자체적으로 구축하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외부와 단절된 네트워크 환경에서 DR을 구축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인데 이에 대해 어떠한 가이드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 중요 서비스 운영에 따른 DR 구성 문제에 대해 대구센터 측은 “수요기관과 협의할 문제”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달리 말하면 CSP들은 DR 요건을 만족할 수 있는 물리적으로 망이 분리된 인프라에 대한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업은 클라우드의 장점을 누릴 수 없다. 정부가 기조로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추진하는 이유는 클라우드의 핵심 특장점인 유연성, 탄력성, 관리 편의성, 안정성, 비용효율성 등을 공공 시스템에 녹이고자 함이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의 오래되고 경직된 IT 레거시를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에서 운영될 경우 클라우드가 아닌 기존 전산실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사업 개요에 포함된 지하 1층 전산실에 CSP별 컨테인먼트로 랙이 구성된다는 점은 탄력성과 확장성에 제한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는 기업이, 돈은 대구센터가 버는 형국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사업을 톺아보면 정부는 돈을 벌고, 기업은 돈을 투자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대구센터는 공실을 민간 CSP에게 임대해 임대료를, CSP와의 계약을 통해 기관이 이용한 시스템 단위로 사용료를 정산할 것이다. 막상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집단인 기업은 임대료와 인프라 구축 등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마치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부동산 임대를 통해 사업을 하는 모양새로 그려진다.

현재 국내 CSP들은 해외 기업에게 밀리고, 정부에 치이면서 클라우드 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클라우드 산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해외 국가들과는 상반된다. 업계 다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기를 원한다면 민간협력형 클라우드 운영 모델(PPP) 사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들을 개선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