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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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데일리] 전기차(EV)의 대규모 도입을 추진하던 미국 렌터카 업체 허츠는 유지비 증대로 힘든 한 해를 보낸 뒤, 보유한 EV의 3분의 1, 약 2만 대를 매각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 매각으로 얻는 돈은 화석연료의 상징인 가솔린 차량의 추가 구입에 충당한다. 포브스지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EV 메이커들이 기대 이하의 시장 상황에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츠의 결정은 EV 시장이 안고 있는 광범위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EV 판매 증가세 둔화를 보여주는 많은 징후 중 하나일 뿐이다. 신모델 출시, 가격 인하, 세액공제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은 기대만큼 높아지지 않고 있다.

EV 분야가 직면한 과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EV 스타트업 리비안오토모티브는 2023년 4분기 결산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67% 증가하는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지만, 비 미국 회계기준(GAAP)으로는 13억 800만 달러, 주당 1.36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 생산 대수 전망은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어 EV 수요가 지극히 부진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결산 결과를 반영해 리비안은 비용 효율화, 이익률 향상, 장기적인 성장에 중점을 둔 경영적 결단을 내렸다. 당장의 재무 압력에 대처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한편 회사의 장기 존속을 위해 10%의 감원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적인 결정은 리비안의 향후 실적과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러왔고 주가 급락을 야기했다. 리비안 주식은 연초 대비 50%나 하락했다.

리비안을 덮친 사태는 결코 리비안 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다른 대형 자동차 업체들도 EV 분야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테슬라는 시장 압력에 가격을 재차 인하했고, 포드는 EV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축소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경쟁 심화에 대응해 가격을 계속 인하해야 했고, 제너럴모터스(GM)는 생산 목표를 조정하면서 새 모델의 출시를 연기했다. 혼다는 GM과의 EV 공동개발 계획을 중단한다는 큰 방침 전환을 단행했다.

EV 수요 부진의 영향은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리튬과 니켈 같은 EV용 배터리에 필수적인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에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EV 관심 저하에 따라 대규모의 감원이나 조업 정지가 발생했다.

EV 시장이 역풍을 맞는 가운데, 자동차업체들 사이에서는 신중하고 적응성 높은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GM 등 실제 수요에 맞춰 EV 생산 및 영업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고, 도요타 등은 완전 EV보다 하이브리드차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EV 시장의 현재 상황은 자동차 제조사, 부품 공급업체, 그리고 업계 전체의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 역풍을 극복하려면 전략적 조정, 비용 관리, 시장 역학의 현실적인 평가를 조합함으로써 빠르게 진화하는 EV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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