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올’·‘정부24’ 장애, 노후화된 라우터가 원인…충분한 예산부터 보장해야

[아이티데일리] 지난 1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인 ‘시도·새올 행정정보시스템’과 대국민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가 장애로 멈춰서면서 전국에서 민원 서류 발급 업무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경 새올의 사용자 인증 시스템(GPKI)에 문제가 생겼고 사용자인 공무원들이 업무 시스템에 로그인을 할 수 없어 전국적으로 현장 민원 발급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현장 서류 발급 수요가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로 몰리면서 오전부터 문제가 발생, 오후 1시 55분부터는 정부24까지 서비스가 완전히 중단됐다.

정부 24 서비스 중단 안내문
정부 24 서비스 중단 안내문

이 같은 행정망 먹통으로 필요한 서류를 제때 발급받지 못해 전국에서 민원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정부24는 다음날인 18일 오전 10시께 서비스가 재개됐고, 새올 시스템은 56시간이 지난 19일 오후에야 완전히 복구됐다. 정부의 중요한 행정전산망이 복구되는 데 56시간이나 걸렸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과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여러 의혹이 쏟아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행정망 먹통의 원인은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일부 포트에 이상이 있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라우터에서 패킷을 전송할 때 용량이 큰 패킷이 유실되는 현상이 발생, 통합검증서버가 서비스에 필요한 패킷을 정상적으로 수신할 수 없었고, 지연이 중첩돼 작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해당 라우터는 시스코 제품으로 2015년 말 도입됐으며, 행안부는 노후장비가 아니라고 했지만 지난해 사용연한을 기존 8년에서 9년으로 늘리며 수명이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만 8년여가 다 된 노후화된 장비를 계속해서 사용하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기치로 내건 현 정부의 체면이 크게 구겨졌다. 하지만 이를 정권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지난 수십여 년간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쌓여온 폐단들이 너무나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 SW사업의 예산이 기획재정부의 검토를 거치면서 예산을 절감하라는 지적을 받아 흔히 30%가량, 많게는 반토막이 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필요한 장비나 SW를 충분히 도입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개발자의 인건비마저 부족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비는 줄었는데 과업은 늘어나는, “해도 해도 너무한” 상황들이 겹친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 SW사업은 업계에서 수익을 못 내기로 악명이 높다. 1%대도 감지덕지다. 2013년 이전에는 대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공공사업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신규뿐 아니라 유지·보수 사업 역시 마찬가지로,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지 않고 연한만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은 제품 품질이 올라가 예전보다 연식이 오래 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지만,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 역시 없다.

공공SW 사업의 문제는 연쇄적이다. 발주자의 전문성 부족, 거기에서 비롯된 설계 미흡과 과업 추가, 그리고 예산 삭감에서 오는 수익성 악화, 마침내 질이 떨어지는 결과물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이번과 같은 사고로 이어진다. 하나하나 근본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언젠가 비슷한 사고는 또 다시 벌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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