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등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시장 1등 이어 펩리스 설계 분야에서도 고속 성장

그래픽=알칩테크놀로지
그래픽=알칩테크놀로지

[아이티데일리] 대만의 AI(인공지능) 반도체 전문업체 알칩 테크놀로지(Alchip Technologies)가 모바일용 칩 설계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는 영국의 암(ARM)이나 미국 엔비디아(Nvidia) 등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알칩은 지난 10년간 기술계를 흔들었던 두 가지 트렌드 암호화폐와 AI의 붐에 힘입어 실적을 확대했다. 칩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알칩은 두 분야에 필수불가결한 고성능 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유망 기업가 발굴을 전문으로 하는 포브스가 알칩을 취재해 보도했다.

알칩은 대만 출신 전기 엔지니어 조니 셴(Johnny Shen)과 컴퓨터 엔지니어 키닝 콴(Kinying Kwan)이 2003년 설립했다. 설립 후 첫 10년 동안은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등 가전업체에 대응한 디지털 카메라, TV, 게임기용 칩을 판매했다. 안정적이지만 이익률은 낮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붐이 도래하면서 회사는 도약기를 맞이한다. 알칩의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고성능 16나노미터 칩은 비트코인 및 기타 암호자산 채굴에 최적이었다. 2015~2017년까지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채굴용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알칩 매출액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비트코인 버블은 붕괴됐지만 알칩은 이후에도 일본 고객과 채굴장비용 칩을 제조하면서 중국 본토와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첨단 고성능 칩 수요가 높아졌고, AI 붐에도 힘입어 알칩은 현재 5년 연속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4억 6000만 달러, 순이익은 23% 증가한 7700만 달러였다. 칩 설계 전문업체 매출로는 엄청난 규모다.

2022년 매출액의 거의 절반은 AI 칩 설계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는 네트워킹 기기와 가전용이었다. 알칩 주가는 2020년 이후 2022년까지 약 288% 올랐고 올해는 연초부터 약 160% 상승했다.

두 공동창업자는 각자의 담당 부문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UCLA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셴은 20년 넘게 칩 설계 분야에 종사해 왔으며, 알칩을 설립하기 전에는 현재 알칩의 회장인 콴이 설립한 알티우스 솔루션스(Altius Solutions)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일리노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콴은 2001년 알티우스를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심플렉스 솔루션즈(Simplx Solutions)와 합병시킨 뒤 반도체 장비 칩 설계 부문의 강자인 미국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에 3억 달러에 매각했다.

알칩은 7나노미터 이하의 최첨단 칩 설계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알칩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없다. 유사한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곳은 중국의 글로벌 유니칩(Global Unichip)과 미국의 마블 테크놀로지(Marvel Technology)를 포함한 5개사뿐이다. 지난해 알칩 매출의 68%를 7나노미터 이하 고성능 칩이 차지했다. 회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2022년과 2021년 약 6900만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그 결과 알칩의 설계 기술은 경쟁사를 크게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앨런 프리슬리에 따르면 칩의 소형화가 진행됨에 따라 최첨단 세그먼트 진입 장벽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완구 같은 단순 용도용 칩 개발 비용은 1000만 달러 정도지만, AI 등 고급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기업들은 칩당 약 3억 5000만 달러를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알칩은 그동안 몇몇 어려움에 직면했다. 회사의 최대 고객 중 하나였던 중국의 톈진 파이티움 정보기술(Tianjin Phytium Information Technology)이 중국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2021년 미국 금수 리스트에 추가된 것. 이 발표로 알칩 주가는 닷새 만에 50% 하락해 약 4억 6000만 달러의 시가총액이 날아가기도 했다. 알칩은 톈진 파이티움으로부터의 신규 수주를 즉각 중단하고, 손실 수익을 주로 미국의 신규 고객 수주로 메우고 있다.

미중 긴장 고조에 따라 알칩은 중국 본토 시장에서 철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부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알칩은 일본과 대만으로부터의 조달을 늘리는 한편, 동남아시아에도 자회사를 둘 계획이다. 현재는 대만(본사 등 2곳)과 중국 본토(광저우 등 4곳), 일본, 미국 실리콘밸리 등지에 진출해 있다.

알칩은 2019년 10월 북미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매출액의 약 40%를 미국으로부터 거둬들였다. 이어 중국 27%, 일본 14%, 대만 10%다. 셴은 AI 열풍에 힘입어 미국 시장이 향후 3~5년간 이 회사의 최대 시장이 될 것이며 그 점유율은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정치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매출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5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펩리스 반도체 시장은 2026년까지 280억 달러에 이르고 2019~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9%로 예측됐다.

셴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주목해 미국과 중국 시장에 전기차(EV) 자율주행용 칩을 공급한다. 자동차용 칩은 올해 이 회사 매출액의 최대 두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트너 분석가인 프리슬리는 자율주행차 보급이 AI 칩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AI 칩은 2027년까지 20% 이상의 신차에 탑재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알칩의 올해 매출액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