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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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데일리] 구글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성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용 펀드를 출시했다고 CNN, 포브스 등 외신이 전했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은 여성들의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여러 장벽이 존재하는 곳이다. 대표저인 예로 여성 직장인의 임원 승진 비율은 서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펀드 이름은 ‘스타트업 여성 창업가를 위한 구글 펀드(Google for Startups Women Founders Fund)’이며 투자 대상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다. 펀드 초기에는 한국, 인도, 일본 등 3국의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추고, 향후 다른 국가로 투자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펀드는 올해 우선 6개의 여성 창업 스타트업에 10만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일반적인 벤처캐피탈 투자 방식인 주식 인수에 의한 지분참여 방식은 배제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투자가 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분 투자가 아니라면 프로젝트 투자, 또는 비즈니스 상용화 후 매출 또는 영업이익의 배분 등으로 추정된다.

펀드 운영은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 부문인 ‘구글 포 스타트업’의 아태지역 본부(싱가포르) 책임자인 마이크 킴이 담당하게 된다. 킴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창업자들에게 구글 펀드는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현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글 펀드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더 큰 의미는 여성 창업자들이 펀드의 지원으로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 진출, 전 세계 시장과 벤처캐피탈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의 지원을 받는 400명 이상의 창업자들이 후속 벤처 자금으로 4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 펀드는 지난 2020년 설립된 구글의 창업자 기금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펀드는 아시아 여성 창업자 지원이 주목적인데, 구글은 이미 아프리카, 브라질, 유럽 및 미국의 흑인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펀드와 미국의 라틴계 창업자들을 위한 펀드도 가동하고 있다.

투자 대상은 우선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소수자와 여성 등 대표성이 낮거나 창업 및 비즈니스에 취약한 계층은 인공지능 발전 추세를 따라가기 쉽지 않고 부당한 처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아태지역 스타트업 중 여성 창업가 비중이 6%에 미치지 못한 것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 시스템은 알고리즘 편향 현상으로 인해 대표성이 낮은 그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및 사람이 알고리즘에 입력하는 변수 등이 중요하다. 만약 인공지능이 남성과 한 가지 특정한 사고방식에 의해 지배되는 산업이라면, 데이터는 왜곡된다”고 지적한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 기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롭지만, 인공지능 산업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대표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펀드의 출범 취지를 설명했다.

전용 펀드 이전에도 구글은 아태지역 여성 창업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번 펀드 출범은 그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구글은 지난해 포브스 아시아 100대 관심기업 목록에 올랐던 한국 여성 창업 스타트업 AI포펫(AI For Pet)을 지원했다. 허은아 대표가 3년 전에 설립한 회사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양이와 강아지의 눈과 피부 질병을 감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경우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디지털화할 수 있도록 AI 기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라토나를 지원했다. 도쿄에서 설립된 라토나의 CEO는 오타와 교코로, 그녀는 2020년 ‘구글 포 스타트업 여성 창업자 멘토링 프로그램’에 초대된 7명의 아시아 계 여성 창업자 중 한 명이었다. 회사 창업자들은 기계 학습 플랫폼 텐서플로우(TensorFlow), 구글 및 업계 전문가의 멘토링 및 네트워킹 기회를 가졌다.

구글은 펀드의 지원을 통해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을 발굴하는 한편, 텐서플로우나 구글클라우드와 같은 구글 플랫폼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여성 창업가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구글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구글이 이미지 만회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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