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효율’ 내세우며 대형 엔터프라이즈 시장 적극 공략

[아이티데일리] 2003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을 공략할 신제품 ‘윈도우 서버 2003’를 출시했다. 당시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은 이미 유닉스(UNIX)가 탄탄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서버 신제품 출시를 통해 유닉스 진영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Do more with Less’라는 표어를 내걸며, 윈도우 서버 2003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IT 운영 환경 혁신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가격과 성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당시 윈도우 서버 2003의 출시는 중소‧중견기업(SMB) 시장에서부터 대기업 시장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윈도우 서버 2003은 △웹 서버 △스탠다드 서버 △엔터프라이즈 서버 △데이터 서버 등 네 가지 제품으로 공개됐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닉스 서버 대비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인 서비스 지원을 무기로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윈도우 서버 2003 웹 에디션’의 경우, 리눅스와 유닉스 제품과 경쟁해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399달러에 출시됐다. 이는 주요 경쟁자 중 하나인 레드햇의 주력 제품 ‘어드밴스드 서버’가 799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 저렴한 가격이었다. 이에 대해 레드햇은 새로운 리눅스 서버 패키지인 ‘베이직 ES’를 349달러에 출시했고, 기존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제품 역시 25%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윈도우 서버 웹 에디션의 가격 경쟁력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터 서버 모델 역시 전문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서버 2003 데이터센터 에디션’을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의 중대한 관심사인 고가용성을 실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에디션 고객들을 위한 전용 고가용성 프로그램을 제공했는데, 해당 프로그램의 목표는 99.999%의 시스템 가용성을 달성해 데이터센터의 다운타임을 연간 5분 이하로 줄이는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11개 컴퓨터 메이커들을 통해 데이터센터 고객 대상의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데이터센터의 고가용성을 실현하기 위한 또 한가지 방법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후지원 서비스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에디션 고객들을 위해 ‘고가용성 리소스 큐(High availability resource queue)’로 불리는 서비스 지원 체계를 구성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에디션에 대한 1차 지원을 맡은 OEM업체가 문제 발생 후 45분 안에 해결책을 찾지 못했을 경우, 24시간 운영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지원팀으로 빠르게 상황을 전달해 해결을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외에도 새로운 소프트웨어(SW)나 하드웨어(HW) 컴포넌트를 추가할 때, 시스템 구성 인증 절차를 보다 신속하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보안 및 네트워크 관리 기능 대폭 향상

당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동환 차장은 “윈도우 서버 2003의 가장 큰 특징은 관리 기능과 온라인 백업의 강화”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다른 서버 제품들은 사용자가 불필요다고 생각하는 기능들까지 일괄적으로 설치해야 했지만, 윈도우 서버 2003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구성마법사를 통해 자사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와 기능을 선택적으로 설치할 수 있어 설치 시간과 공수를 줄일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서버들은 애플리케이션 오류가 발생할 경우 계획에 없었던 시스템 리부팅이 실행되기도 했지만, 윈도우 서버 2003은 이러한 문제가 없이 철저히 시스템 리부팅 일정을 준수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일정 시점의 데이터 복사본을 통해 이미지 그대로의 백업을 제공하는 ‘볼륨 섀도우 카피(Volume Shadow Copy)’ 기능도 새롭게 탑재됐다.

다양화된 인증방법과 향상된 보안 기능도 눈에 띈다. 윈도우 서버 2003에서는 암호나 스마트카드와 함께 사용되는 ‘케르베로스 V5(Kerberos V5)’ 인증, 보안 웹 서버에 접근할 때 사용되는 SSL/TLS 인증, 그리고 NTLM 인증과 패스포트 인증 등 다양한 인증방법을 제공한다. 이러한 인증 수단과 접근제어는 새롭게 제공되는 보안 구성 관리자(Security Configuration Manager)를 통해 손쉽게 관리할 수 있었다. 관리자 기능은 복수의 보안 템플릿을 설정하고 개별 사용자나 그룹 단위로 적용할 수 있어, 기업 내 보안책임자가 복잡한 보안 변수를 보다 쉽게 구축 및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네트워크 진단과 복구, 그리고 무선랜 지원을 위한 새로운 기능들도 추가됐다. 그 중 하나는 네트워크 접근 제어 표준인 IEEE 802.1X를 지원하는 이더넷 및 무선 보안 프로세스다. 모바일 비즈니스 확대에 맞춰 무선 네트워크 보안을 위한 PEAP(Protected Extensible Authentication Protocol) 지원 기능이 포함돼 있으며, 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접근이나 무선 클라이언트 통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능도 추가됐다. 또한 VPN 서버를 보다 빠르게 선택하도록 전용 프로필을 구성할 수 있는 ‘커넥션 매니저 어드미니스트레이션 킷(Connection Manager Admanistration Kit)’을 추가했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는 VPN 구성을 위한 별도의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아도 관련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우수한 성능에도 시장 상황 불투명

터미널 서비스(현재 원격 데스크톱 서비스) 관련 기능도 강화됐다. 윈도우 서버 2003는 기존 윈도우 2000에 탑재된 터미널 서비스의 애플리케이션 서버 모드를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윈도우XP에 탑재된 클라이언트 및 프로토콜 기능들을 추가했다. 윈도우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신속하게 배포하는 것은 물론, 원격지에서 데이터 접근에 필요한 네트워크 대역폭을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윈도우 이외의 다른 OS를 탑재한 데스크톱이나 저전압 HW 등 모든 디바이스 상의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생산성을 더욱 높였다.

새로운 멀티미디어 환경을 구현하는 ‘윈도우 미디어 서비스 9’ 시리즈도 탑재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윈도우 미디어 9 시리즈의 장점으로 빠른 스트리밍(Fast streaming)과 동적인 콘텐츠 전송(Dynamic content delivery)을 강조했는데, 이는 △방송 채널이나 클립이 전환될 때 버퍼링 없이 즉시 재생(intant-on)시켜주는 ‘빠른 시작(fast start)’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캐시로 가장 빠르게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상시 재생(always-on) 경험을 제공하는 ‘빠른 캐시(fast cache)’ △FEC(Forward Error Crrection)과 함께 작동해 여분의 패킷을 제공함으로써 연결 중단으로 인한 데이터 손실을 막는 ‘빠른 복구(fast recovery)’ 등의 기능으로 구현됐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서버 2003 출시에 발맞춰 DBMS 제품 ‘SQL 서버(SQL Server)’와 닷넷(.NET) 프레임워크 기반의 통합 개발 환경 ‘비주얼 스튜디오(Visual Studio) 닷넷’의 64비트 버전도 선보였다. 특히 64비트 버전 SQL 서버는 전 세계 DBMS 시장의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 서버 2003 자체보다는 여기에서 운영되는 64비트 SQL 서버에 더욱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발언하며, 64비트 SQL 서버를 통해 DBMS 시장을 흔들어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윈도우즈 서버 2003 설치 저해 요소 (출처: 컴퓨터월드 5월호)
윈도우즈 서버 2003 설치 저해 요소 (출처: 컴퓨터월드 5월호)

다만 윈도우 서버 2003의 우수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당시 미국의 IT 전문지 인포메이션위크는 현업 전문가 719명을 대상으로 윈도우 서버 2003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45%는 윈도우 2003 서버의 구매나 설치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리눅스 도입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2개월 이내에 리눅스를 사용하겠다고 답해, 윈도우 서버 제품군의 미래에 한층 더 암운을 드리웠다. 당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08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버와 데스크톱 OS 시장에서 리눅스 진영에 시장점유율을 상당 부분 빼앗길 것으로 전망했다.

윈도우 서버 2003 구매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는 높은 비용이 꼽혔다. 안정성과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역시 도입을 꺼리는 근거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저렴한 가격대와 민첩한 서비스 지원 체계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윈도우 서버의 단점이 부각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윈도우 서버 2003를 도입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보안성과 성능 향상, 관리 도구의 기능 향상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윈도우즈 서버 2003의 설치 및 업그레이드 유인 요소 (출처: 컴퓨터월드 5월호)
윈도우즈 서버 2003의 설치 및 업그레이드 유인 요소 (출처: 컴퓨터월드 5월호)

대형 엔터프라이즈 시장 적극 공략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서버 2003 출시에 발맞춰 본격적인 대형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 공략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2003년 상반기에 총 4명의 임원급 인사를 영입했는데, 이 중 3명이 대형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전문가로 구성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5월 13일로 예정된 윈도우 서버 2003 출시에 맞춰 베타 버전을 먼저 적용한 KT와 삼성네트웍스 등 30여 개 사례를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동환 차장은 “국내 시장에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한다는 목표에 맞춰 전략을 수립 중”이라며, “하이엔드 시장은 유닉스에서의 마이그레이션 작업 등 윈백 전략이 중심이 되고, 로우엔드 시장은 리눅스나 다른 유닉스에 대응해 시장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솔루션 측면에서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나 기업 애플리케이션 통합(EAI), 포털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W 업체들 역시 윈도우 서버 2003의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HP, IBM, 델, 유니시스 등 주요 글로벌 HW 벤더들은 윈도우 서버 2003 출시에 맞춰 신제품 공개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등이 신규 윈도우 OS를 적용한 서버 제품을 마련하고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SW 업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엠씨, 베리타스, 레가토시스템즈, SAP 등 주요 외국계 SW 기업들은 이미 자사의 주요 제품들을 윈도우 서버 2003에서 구동될 수 있도록 마이그레이션을 마친 상태였다.

가령 레가토시스템즈가 지난 4월에 출시한 백업 SW ‘네트워커 7.0(NetWorker 7.0)’이나 베리타스의 ‘넷백업 4.5 피처팩(NetBackup 4.5 Feature Pack)’ 등은 모두 윈도우 서버 2003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55개에 달하는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64비트 윈도우 환경에 맞춘 신제품 출시를 선언했는데, 이에 대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솔루션 공급업체들을 위한 핸즈온 트레이닝이나 세일즈 트레이닝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각도로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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