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12월이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올해 역시 어떤 해로 기록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해 본다.

결론부터 내린다면 그래도 올해는 의미가 있는 한 해였지 않았나? 판단된다. SW산업 발전에 다소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불기 시작한 벤처기업 설립 바람을 마지막으로 국내 SW산업은 급전직하 하향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약 7,000여 개의 SW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곤 하지만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다. 특히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많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현존하고 있는 SW기업들은 일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경영 상태가 아주 나쁘다. 아사직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대학교나 대학원에도 컴퓨터 관련 학과에는 우수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교에는 컴퓨터 관련 학과가 720여 종류이고, 매년 약 2만 3천여 명이 졸업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일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공공기관, 공무원 등의 안정적인 직장만을 선호한다고 한다. 특히 지방에 있는 기업들은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아 제대로 운영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K대학 아무개 교수는"우리나라 SW산업은 죽었다"고 단언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현실과 주장은 지난 수년째 거듭 돼왔다. 특히 정보통신부를 해체시킨 MB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더더욱 강도가 높아졌다. 기대했던 MB 정부, 특히 일부 핵심 개혁 세력들은 SW산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홀대하는 경향이 짙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MB정부는 지난 9월 IT 특별보좌관제를 별도 신설했고, 지난달에는 SW산업인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SW공학센터가 문을 열었다. 또한 정부 공공기관 정보화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국산 SW 사용이나 SW 솔루션 위주의 발주 방법을 강구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의 프로젝트 참여도 제한(40억 이상 규모)했고, SW의 지적재산권은 발주자만의 소유에서 개발자와 공동 소유로 제도를 바꿨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앞이 캄캄했던 지난해보다는 일보 진전된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가질만하다는 것이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IT특별보좌관으로 발탁된 오해석 교수의 행보다. 오 특보는 취임 이후 3개월여 동안 1,000여명 가까운 관계자들을 만났을 만큼 SW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큰 그림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SW산업 발전을 위해 한 평생을 살아온 오 특보의 진정성은 이미 널리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다.

SW공학센터 이상은 센터장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높은 연봉의 유혹을 뿌리치고 SW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공공기관에 입사했다. SW공학센터 설립을 기획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SW 기술과 제품을 한 단계 끌어올려 SW산업 발전에 기여해 보겠다는 각오와 철학이 분명한 것이다.

정부 공공기관 정보화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국산 SW 솔루션 사용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정부 부처 산하 19개 공단 정보화 담당자들로 구성된 한울포럼(회장 송재영, 근로복지공단 정보시스템실장)은 정부 공공기관들이 국산 솔루션 사용에 앞장서야만 국내 SW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만 할 일들은 산적해 있다. SW에 대한 인식, 즉「SW=공짜」라거나「SW=용역」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SW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 어느 것도 이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의 걸음처럼 느리지만 그래도 올 한 해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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