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성시대, IDC 건립 러시

[아이티데일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황금기가 계속되고 있다. IDC는 국내 IT 산업이 태동한 1960년대부터 2020년대에 들어선 오늘날까지 수많은 기술 트렌드의 기반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등 신기술 기반의 인프라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가치 역시 급상승하고 있다. 많은 컴퓨팅 자원을 요구하는 신기술과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IDC 건립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투자가치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증권‧자산운용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과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IDC의 최근 동향에 대해 조명해봤다.


연결성 강조한 통신망 중립 IDC 각광

최근 많은 IDC 관련 기업들은 ‘통신망 중립(Carrier Neutral)’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캐리어 호텔(Carrier Hotel)이라고 불리는 통신망 중립 데이터센터는 다수의 통신망이 직접 연결된 IDC로, 고객이 유연하게 회선을 선택하고 직접 연결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단일 통신사에 통신 회선을 의지해야 하는 기존 통신사 IDC에 비해 고객에게 다양한 회선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통신망 중립 IDC는 여러 통신망과의 연결뿐만 아니라 통신망 간의 데이터 교환 허브인 ‘인터넷 익스체인지(IX, Internet Exchange)’ 등과 연결하고, 사업자가 운영하는 타 데이터센터와 직접 연결하며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다.

특히 통신망 중립 IDC 내부에는 MMR(Meet Me Room)이라 불리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돼있다. MMR은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고객들 간 솔루션을 직접 연결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직접 연결되는 MMR에는 외부망 연계 시 속도와 비용, 보안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도 접목되고 있다. 또한 통신망 중립 IDC는 입주 고객의 서버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간의 직접 연결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DC 입주 고객 서버와 CSP 서비스를 직접 연결하는 형태를 ‘클라우드 온-램프(Cloud On-Ramp)’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IDC 사업자들은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KT는 용산 IDC를 개소하면서, 용산-목동-강남-분당의 자사 데이터센터를 연결했는데 데이터센터 간 네트워크 경로를 8개로 다양화해 연결성을 강조한다.

2021년에 준공된 SK브로드밴드의 가산 데이터센터는 비즈니스 초기부터 통신망 중립 IDC를 표방하며 다양한 네트워크 연결성, IDC 내 MMR과 해외 연결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국내 진출한 해외 IDC 사업자들도 마찬가지로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리얼티는 올해 1월 준공된 상암 IDC가 국내 모든 통신사업자와 연결되는 진정한 의미 통신망 중립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지역의 IDC 간, 또는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사이 네트워크 연결을 유연하게 제공하는 별도의 서비스를 서비스형 네트워크(NaaS)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에퀴닉스는 ‘에퀴닉스 클라우드 익스체인지 패브릭(Fabric)’, 디지털리얼티는 플랫폼디지털(PlatformDIGITAL) 포트폴리오 중 ‘서비스패브릭(ServiceFabric)’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적 운영·관리 고도화 기술 접목

IDC에는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접목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요건에 부합하는 IDC 운영,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 IDC 관련 기업들도 친환경적으로 운영, 관리하기 위해 냉방 효율화와 설비 자동화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IDC 인프라(HW) 및 인프라를 관리하는 SW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은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운영과 관리 영역에 AI가 적용되기 시작했다”면서, “일례로 한 기업은 IDC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2년간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한 솔루션으로 서버실 내 기류가 특정 부분에 도달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AI 기반 솔루션으로 IDC 서버실 내부 기류 시뮬레이션을 구동하며, 기류 정체존을 찾아냈고, 완화할 수 있었다. 1년에 4~50개의 IDC를 방문하는데, 대부분의 IDC에서 현재 운영 효율성과 에너지 절감 등을 솔루션으로 해결하고자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가장 많은 IDC를 보유한 KT클라우드는 ‘지능형 운영 플랫폼(DIMS)’을 도입해 서버 반출, 출입 관리, 작업‧장애 처리 등 기존 수기로 관리해온 다양한 기능들을 자동화했다. 또한 IDC 내 온‧습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AI IDC 오퍼레이터’를 자체 개발했고, KT 목동 IDC 2센터에 시범 적용했으며 수도권 IDC에 순차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AI IDC 오퍼레이터는 IDC 내 온도, 습도 데이터를 AI가 수집·분석해 자동으로 시설들을 제어해 수동으로 개별 장치를 조절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스마트 캐비닛 화면 (출처: 한산씨엔에스)
스마트 캐비닛 화면 (출처: 한산씨엔에스)

이 외에도 데이터센터 솔루션 및 컨설팅 전문기업인 한산씨엔에스의 경우 에머슨네트워크파워의 ‘스마트솔루션(SmartSolutions)’ 포트폴리오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스마트캐비닛(SmartCabinet)’을 공급하며 IDC 운영, 관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캐비닛’은 전력, 온도관리, 랙, 전원분배, 인프라 관리와 감시를 패키지화해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기존 복잡한 컴퓨터 룸을 만들 필요 없이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다. 별도의 상면 공간을 낭비하지 않고, 운영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밀집 현상, 지방으로 분산될 것”

IDC를 두고 최근 수도권에 밀집돼있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2022년 6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IDC는 146개다. 이 중 수도권 지역에 86개(59%)가 몰려 있다. 이어 강원‧충청권 19%(28개), 경상권 15%(22개), 전라권 7%(10개) 순이다. 아울러 향후 2025년까지 지어질 IDC의 수를 더하면 수도권 밀집 비율이 대략 90%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한다.

한 IDC 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IDC 간 이격거리가 10km로 제한돼있었다. 최근 40Km로 확대됐으나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40Km 떨어진 지역이 경기도 강화, 오산, 이천 등이다. 이격거리를 늘려도 수도권에 IDC가 밀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시설은 지방으로 분산하고자 ‘에너지합리화법’을 제안했지만, 과도한 규제 사항이라는 이유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IDC가 수도권에 밀집되고 있다는 이슈가 떠오르니 다시금 재점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IDC를 수도권 외곽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은 IDC 부지 확보가 어렵고, 임대료 또한 비싸기에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면서, “특히 서울 근교에 있는 IDC에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IDC는 일반적으로 정전에 대비해 각기 다른 2개의 변전소로부터 전력선을 이중화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의 변전소 여유 용량은 서울 북부 및 경기 북부 외에는 없다. 변전소 증설이 불가능할 경우 전력 공급 문제로 인해 IDC를 건설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전에서 변전소를 짓기 위해서는 타당성 검토부터 건립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는 상암에 첫 IDC를 짓고 다음 IDC를 경기 외각인 고양과 김포에 건설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IDC로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허브’로 만든 후 외곽에 대용량 상면 임대가 가능한 IDC를 연결하는 구조다.

지방으로 IDC가 분산될 기미가 보이자 지자체에서는 IDC 유치전에 돌입했다. 데이터센터연합회 한 관계자는 “IDC는 입지 조건이 복잡하지 않다. 건설 후에는 운영을 자동화해 구동하기에 상주 인력도 적다. 쉽게 말해 역세권일 필요가 없고, 해당 지방의 외곽에 위치해도 상관없다는 얘기다”라면서, “지방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고, 홍보 및 영업에 나섰다. 실제로 각 도 및 시가 보유한 특장점을 앞세워 IDC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에서 IDC 유치전을 벌이는 이유는 결국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통상 지방에 IDC가 건립될 경우 외각에 위치하게 되지만 그래도 지방에 IDC가 건립되면 낙수효과로 인해 지방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IDC가 지방에 설립되면 지자체는 가령 ‘네이버 IDC가 있는 지방 IT 클러스터’ 등 홍보하며 새로운 경제 활동을 추진할 것이다.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IDC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에서 IDC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이름이 있는 빅테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들이 IDC자체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부양 효과 및 마케팅 효과만 기대하고 이들 이름있는 빅테크 기업만을 원하는데, 이러한 지자체 관계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군산시와 새만금개발청이 ‘수산태양광발전 IDC’를 제안했고, SK에너지가 여기에 참여했다. 또한 부산광역시도 ‘수소연료전지 접목 IDC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 밝혔으며, 강원도에서는 ‘소양강 심층수를 이용한 냉각 IDC 클러스터’를, 인천광역시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IDC 클러스터’ 등을 내세우며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이들 시‧도‧청과 많은 기업이 활발하게 논의하고는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없는 상황이다.

수소연료전지를 접목한 IDC 클러스터, 심층수를 이용한 냉각 IDC 클러스터 등은 실증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현재 인천광역시의 LNG를 이용한 IDC 클러스터만 과제로 구체화됐다. LNG를 이용한 IDC 클러스터는 LNG에서 발생하는 차가운 냉기를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는 개념이다. LNG는 흔히 헤어스프레이에 들어있는데,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하면 통이 차가워진다. 이를 응용해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LNG를 버리지 않고 라디에이터로 전달해 찬공기로 만들어 냉각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들 지자체가 제안한 방식이 실현된다면 환경 이슈와 지방 경기 부양 효과 등 다양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지역별 현황 (출처: 한국데이터통신연합회)
국내 데이터센터 지역별 현황 (출처: 한국데이터통신연합회)


향후 5년간 연평균 약 10% 성장 전망

데이터센터연합회 측 관계자와 국내 IDC 기업 및 관련 기업의 복수 관계자들 주장을 종합하면 2019년 기준 민간 IDC 매출액은 약 2조 7,066억 원이었다. 2020년에는 2조 9,000억 원, 2021년에는 3조 2,5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내년까지 새롭게 구축될 예정인 민간 IDC는 대략 10곳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IDC는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그리고 빅데이터 등 현재 IT 시장 흐름을 보면 그 기반 인프라인 IDC와 관련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시 된다.

실제 데이터센터연합회는 IDC 관련 매출액이 연평균 9.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시장조사기업 KRG의 보고서에 나타난 데이터센터 수요(용량)는 연평균 16%씩 증가하고 있다. 이외에 애리즈톤(Arizton)은 국내 IDC 시장이 2026년가지 연평균 7.7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시너지 앤 스트럭처(Synergy And Structure)의 리서치 분석가들은 한국 코로케이션 시장이 향후 5년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리얼티 김재원 한국지사장은 IDC 성장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한국 경제의 빠른 디지털화와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글로벌 기업 및 CSP의 국내 시장 진출 강화 등을 꼽았다.

김 지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데이터, AI, 암호화, 클라우드 등과 같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신기술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도했던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 의지 및 디지털 뉴딜 기조가 한국 경제의 빠른 디지털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기업과 CSP의 국내 시장 진출도 늘어났다. 국내 IDC와 관련된 시장은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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