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다 이근일 최고기술경영자

[아이티데일리] 

구하다 이근일 최고기술경영자
구하다 이근일 최고기술경영자

가품 논란 해결 위한 온라인 명품 유통 구조

온라인 명품 유통 비즈니스의 구조적 한계로 꼽히는 ‘가품’ 논란은 상품의 출처를 투명하게 명시할 때 비로소 완결될 수 있다. 그래서 불분명한 상품 공급 계약 하에 명품을 수입하는 특정 병행수입 업체나 이들을 포함한 다수의 셀러가 입점해 구축되는 오픈마켓 형태의 대형 패션(명품) 플랫폼에서 반복되는 가품 시비는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다.

반면 명품 브랜드 본사나 공식 판매 라이선스를 가진 중간 유통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논란의 여지를 원천 차단하려는 시장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유통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제 명품 커머스 시장도 다양한 플레이어가 참여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API 연동 통해 유럽 현지 부티크의 신상 명품을 매일 업데이트하는 ‘구하다’ (제공: 구하다)
API 연동 통해 유럽 현지 부티크의 신상 명품을 매일 업데이트하는 ‘구하다’ (제공: 구하다)

B2B·B2C 명품 유통 전문 플랫폼 ‘구하다’는 유럽 현지 부티크 50여 곳과 직접 계약을 맺었다. 자체적인 API 연동 기술을 접목해 그들로부터 20만 개 이상 명품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급받는다. 부티크란 명품 브랜드 본사가 부여한 판매 라이선스와 함께 그들로부터 가장 먼저 상품을 공급받는 공식 총판이며, 전 세계 명품 유통 프로세스의 최상위에 위치해 50% 이상 럭셔리 패션 제품의 시장 공급을 소화하는 곳이다.

이렇게 확보한 원천 데이터를 토대로 구하다는 자체 플랫폼을 통한 B2C 서비스뿐만 아니라 GS샵, 롯데온, SSG닷컴, 이베이 및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등 파트너사에까지 디지털 명품 데이터를 쌍방향으로 연동해 판매하는 B2B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다양한 시스템/OS와 실시간 데이터 연동 위한 API 개발 및 시스템 구성

구하다는 2019년 3월 플랫폼을 오픈하기 이전 3년간 API 연동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국내 고객이 유럽 현지 부티크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즉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가품 논란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며, 명품 커머스가 지닌 고질적인 ‘결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여기서 결품 문제는 주문 후 현지 재고 부족으로 인해 일방적인 품절 및 취소 통보받는 경우를 말하며 고객 이탈의 주요인이 된다.

이를 위해 뉴욕 금융사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부서에서 적게는 100만 건, 많게는 1,000만 건 이상의 전 세계 스톡 마켓 데이터 스트럭쳐(structure)를 모델링하던 필자의 경험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먼저 각기 다른 시스템과 운영 체제를 활용하는 부티크가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구하다의 패턴과 아키텍처로 구조화하는 모델링 작업을 선행했다. 1,500여 개 브랜드, 20만 개 이상의 방대한 다품종 아이템을 취급하는 명품 비즈니스의 특성상 상품 데이터의 추출 및 검증, 적재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구축은 필수적이었다. 서비스 운영의 핵심이 되는 실시간 재고 정보부터 상품명, 카테고리, 세부 옵션, 이미지와 구성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의 형식과 구조를 문서화하고 이들이 논리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매핑(mapping)했다.

다양한 시스템/OS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연동하는 구하다의 API (제공: 구하다)
다양한 시스템/OS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연동하는 구하다의 API (제공: 구하다)

특히 가장 민감한 데이터인 상품 가격은 환율, 운임, 할인, 관세 등 각종 변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데이터들을 알고리즘화했다. 이후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엔진(와처 알고리즘)을 활용해 전 세계로부터 수집된 동일 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가 대비 마진 구간과 경쟁력 구간을 나눠 전 상품 데이터에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최적의 프라이싱(pricing)을 적용했다. 그리고 위의 전 과정에서 하이 퍼포먼스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했다. 2시간에 한 번씩 3만 건 이상의 현지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빠른 시간 안에 구하다의 운영 시스템과 일치시켜 데이터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때 이상 데이터나 중복 데이터 등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데이터 클렌징 작업도 병행했다.

위 과정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는 클라우드 캐시 서버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물론 클라우드는 데이터 사일로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형태와 체계로 구성했으며 초기 시스템 기획 단계에서 상품 데이터 트래픽에 맞는 데이터 스케일링 기술을 개발해 놓았기에 데이터 손실, 불일치, 오류 등의 잠재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고객으로부터 상품 주문이 접수되면 부티크 API 접속을 통해 자동 주문이 이뤄지도록 자체 어드민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 중이며, 현지 파트너 부티크와 데이터 대시보드를 공유해 빅데이터화한 브랜드, 상품 검색 정보, 가격, 색상, 사이즈 등 주문 정보를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는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이를 통해 양 사는 다음 시즌의 프리오더나 스톡 오더의 고객 수요와 패션 트렌드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다.

판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 엔진 ‘와처 알고리즘’ (제공: 구하다)
판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 엔진 ‘와처 알고리즘’ (제공: 구하다)

 

쌍방향 데이터 연결 및 전환이 가능한 ‘온보딩 시스템’

이후 구하다는 사업 준비 단계에서 계획한 API 사용 영역을 추가적으로 구체화했다. 구하다만의 모델로 표준화한 명품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유수의 쇼핑 플랫폼과 현지 부티크를 쌍방향으로 잇는 B2B 비즈니스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한 번의 매뉴얼 데이터 모델링 변환 작업을 진행했다. 각기 다른 기업 시스템을 활용하며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전송 형식을 택하고 있는 국내 커머스에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부티크로부터 공급받은 20만 건 이상의 빅데이터는 다양한 B2B 파트너사에 실시간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00만 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아키텍처를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반복적인 퍼포먼스 튜닝과 파이프라인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상의 기술 개발을 통해 구하다는 개별 부티크와 2~3일 내 매핑 연동이 가능한 ‘온보딩 시스템’을 구축하게 돼 즉각적인 쌍방향 데이터 연결 및 전환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구하다의 명품 빅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B2B 클라이언트는 다소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현지 부티크와의 연계 및 API 연동을 별도의 인프라 구축 없이 구하다의 시스템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단순히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시간을 아끼고, 가치를 창출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하나의 비즈니스 전략 요소가 된 API 연동 기술에는 세심한 계획과 정교한 모델링 기획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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