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거나이즈 이창수 대표

올거나이즈 이창수 대표
올거나이즈 이창수 대표

[아이티데일리] 최근 통신사나 금융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AI 상담원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KT의 고객상담 콜센터에는 한 달 동안 약 542만콜(올 3월 기준)의 상담 요청이 들어오는데, 이 중 AI 상담원이 응대한 횟수는 약 136.6만콜(25%)이며, 고객이 만족한 응대 성공 비율은 100만콜(73%)에 달한다. 지난 8월 신한카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AI 상담 이용 건수는 총 1660만 건으로 지난해 이용 건수 1040만 건을 이미 뛰어넘었다.

AI 상담원, AI 챗봇이 도입되면 기존 상담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AI에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 아니라, AI와 상담사가 협력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콜센터 상담사는 전화로 이용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담 내용을 키보드로 받아치고, 동시에 관련 정보를 검색해야 했다. 이제는 AI로 이용자의 대화가 텍스트로 추출되고, 자연어 이해 기술이 이용자의 질문에 맞는 답을 화면에 띄워준다. 상담사가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답변에 필요한 정보들이 빠르게 제공되어 업무 긴장도도 낮아진다고 한다.

 

단순반복문의는 AI로, 고객 경험 혁신은 상담사가

올거나이즈의 AI 챗봇 ‘알리(Alli)’를 사용 중인 ‘케이타운포유(이하 케타포)’도 상담사들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케타포는 전 세계 200여 국가의 468만 케이팝 회원과 5,800개 케이팝 팬클럽에 음반과 굿즈 등을 수출하는 케이팝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케타포가 지난해 판매한 K팝 음반이 1,030만장인데, 이중 88%를 해외로 수출했을 정도로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고객들이 상품 관련 문의를 하고, 국가별 시차도 있기 때문에 상담원이 답변해 줄 때까지 고객은 기다려야만 했다.

올거나이즈 Figure 1. 알리에서 배송 현황을 자동 확인하는 모습(제공: 올거나이즈)
올거나이즈 Figure 1. 알리에서 배송 현황을 자동 확인하는 모습(제공: 올거나이즈)

케타포의 AI 챗봇 운영팀은 고객이 자동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상품 관련 고객 정보와 알리를 연동했다. 음반의 예상 출고일, 배송 상태 등 단순 문의가 알리를 통해 60% 이상 바로바로 해결된다. 알리가 단순 문의를 해결하면서 케타포의 상담사들은 좀 더 고도화된 답변이 필요한 어려운 문제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음반의 출고부터 배송까지 다양한 파트너들이 얽혀 있는데, 제조 공장, 택배사 및 해외 물류 관련 상황을 체크하면서 배송 지연 등의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고객에게 안내한다. 앨범에 포함된 굿즈나 버전이 여러 개로 출시된 앨범 등이 섞이지 않고 제대로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작성한다. 팬클럽이나 음반 차트 등을 살펴보면서 주문량을 예측하고, 주문이 제대로 소화될 수 있도록 여러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도 한다.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전사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상담사의 업무 영역도 확장됐다. 단순 문의는 AI 챗봇을 통해 실시간으로 빠르게 해결하고, 복잡한 문제는 고객의 불만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정보를 공유하고 최대한 먼저 해결하면서 케타포의 고객 만족도는 올라갈 수 있었다. 케타포 AI챗봇운영팀은 알리에서 제공하는 변수와 스킬로 답변 시나리오를 여러 가지를 만들어 더 많은 답변을 자동화하고 있다. 자동화를 통해 얻은 시간으로 고객 입장에서 케타포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다.

 

AI 챗봇으로 미니 게임도 제작해 고객 상호 작용

AI 상담원, AI 챗봇 등을 기업에서 도입하는 이유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더 나은 고객 관계를 맺기 위함이다. 가트너는 고객 경험 관리를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거나 초과 달성하도록 상호작용을 설계하고 대응해 고객 만족도, 충성도 및 지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마주치는 AI 챗봇에서 기대를 충족하거나 초과해서 만족해 본 경험은 아직 많지 않을 것이다. 젠데스크의 ‘2022 고객 경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의 69%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챗봇을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54%는 상담사와 연결되기 전에 챗봇에 너무 많은 대답을 입력해야 해서 크게 좌절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올거나이즈 Figure 2. 알리의 다양한 변수 설정 화면(제공: 올거나이즈)
올거나이즈 Figure 2. 알리의 다양한 변수 설정 화면(제공: 올거나이즈)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게임 ‘에픽세븐’과 ‘테일즈런너’의 고객 응대용 챗봇을 도입하면서 다양한 고객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고객이 질문을 직접 입력하면 시스템이 인지해 가장 신뢰도가 높은 답변을 출력해 주는 기능이었다. 머신러닝 기능의 탑재 여부도 중요했다. 시스템이 스스로 배우고, 진화하지 못한다면 결국 고객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고객과 회사 모두에게 좋은 솔루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알리는 결제·계정·복구·버그 제보 등 다수 고객 문의가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시간에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응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의가 자주 접수되는 특정 정보의 경우 알리에 미리 이식해두고, 해당 질문이 들어오면 각 고객 상황에 맞춰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알리의 응답률은 약 85%로 최초 알리 도입 시 내부 목표는 80%였다. 응답률은 알리가 고객의 질문에 자동으로 정확한 답변을 찾고 출력해 준 비율이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이렇게 고객에게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고객과 상호작용을 위한 채널로 알리를 사용하고 있다. 알리는 변수나 스킬 제공이 다양하기 때문에 고객의 정보를 다양한 변수에 저장해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거나, 고객팀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랜덤 함수, 숫자/문자 변환, 전역 변수 등 알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와 함수, 수식을 이용해 ‘미니 게임’을 제작하기도 했다. 

올거나이즈 Figure 3. 알리에서 실행한 미니 게임(제공: 올거나이즈)
올거나이즈 Figure 3. 알리에서 실행한 미니 게임(제공: 올거나이즈)

 

더 나은 고객 경험은 직원 경험 개선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최근의 고객 경험 관련 트렌드는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케타포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직원이 단순 반복 문의 대응에서 벗어나면 고객 경험을 더 폭넓고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세일즈포스가 포브스 인사이트와 함께 직원 경험이 고객 경험과 매출 성장에 미치는 결과를 연구해 낸 ‘경험 방정식:행복한 직원과 고객이 성장을 가속화하는 방법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경험과 고객 경험 만족도가 높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했을 때, 만족도가 높은 기업의 매출 성장 속도가 1.8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원 경험에 집중하면 회사가 매출 성장을 최대 50% 이상 높일 수 있다고도 밝혔다.

소셜 디스커버리 앱 ‘위피’를 서비스하는 엔라이즈는 앱 내 고객 문의를 응대하는 직원이 한 명이다. 월간 이용자 수 20만 명이 넘는 앱이기 때문에 고객 문의도 쏟아지는데, 일일이 답변해야 해서 직원의 업무가 과중했다. 고객도 답변이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서비스 불만족 해소가 오래 걸렸다. 엔라이즈는 올거나이즈 알리를 도입해 앱 내 사용자 정보 API를 연동했고 사용자 정보에 맞춰 개인화된 답변이 가능하게 되었다. 로그인/앱 진입 시/이벤트 등 상황별로 시나리오를 적용해 질의응답을 노출하고, 결제, 계정, 인증 등 자주 발생하는 문의를 자동화해 사용자 문의의 70% 이상이 알리로 자동 해결 중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누적되는 문의 없이 자동 응대되고 있어 1인 매니저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해져서 담당자의 만족도가 높다.

올거나이즈 Figure 4. 위피 내 알리 실행 화면(제공: 올거나이즈)
올거나이즈 Figure 4. 위피 내 알리 실행 화면(제공: 올거나이즈)

SK디앤디도 직원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 자율좌석제나 연차 자가 결재 등의 시스템을 마련했다. 자율좌석제는 연이틀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없고, 앱에서 자리를 예약해 앉아야 한다. 사무실도 부서별로 자리가 나뉘어있지 않다 보니 파트원이나 동료를 찾을 때 사내 시스템에서 ‘자리 찾기’나 ‘근태 조회(휴가 등)’를 해야 하는데, 몇 단계씩 클릭을 해서 들어가야 찾을 수 있었다.

SK디앤디는 사내 시스템을 직원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올거나이즈의 알리를 도입했다. 알리를 통해 직원들의 문의사항 자동 응답, MS 팀즈 연동, 직원 연락처를 찾기 위한 인지 검색, 사내 시스템 연동을 통한 예약 및 신청까지 사용을 고도화하고 있다. SK디앤디 측은 여러 단계를 걸치지 않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빠르게 모바일에서 확인할 수 있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탁월한 고객 서비스는 평생 팬을 만들 수 있다. 기업에게 고객은 내부에도 외부에도 있다.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해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은 모든 기업의 고민이다. AI 솔루션과 상담원이 서로 협력해 훌륭한 고객 서비스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례는 이미 나와 있다. 가장 똑똑한 AI 솔루션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가장 노련한 상담원도 모든 고객 문의를 혼자 다 처리할 수 없다. 가트너는 2026년까지 대화형 AI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상담원 업무 시간의 최대 3분의 1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AI도 상담원도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각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더 많아질 것이며, 고객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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