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실태조사’, 업계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 고려해야

박재현

[아이티데일리] “산업계 검찰의 실태조사가 부담스럽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진행하고 있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 거래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된 기업 담당자의 볼멘소리다. 공정위의 실태조사가 국내 클라우드 산업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2월부터 고속 성장하는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클라우드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IaaS, PaaS, SaaS 등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사, 관리 서비스 제공사 등 총 32개 기업이 조사 대상으로 KT 등 국내는 물론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SAP 등 해외 유명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공정위의 실태조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뿐 더러 불공정 거래 여부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공정위가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기자가 입수한 공정위 실태조사 문항에는 ‘최근 3년간 진행한 사업 계약서를 모두 제출하라’, ‘최소 금액 3개 사업과 최대 금액 3개 사업을 제시하라’, ‘서비스 제공사인가, 사용 기업인가’ 등이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3년 동안의 계약서가 실태조사에 필요한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SaaS 제공사의 경우 IaaS를 사용하는 기업이면서도 SaaS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경우 벤더사이자 서비스 제공사다. 어떻게 분류할지 기업으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조사중 매출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클라우드 업계의 매출 구조는 기존 시스템 업체들과는 달리 매우 복잡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구조를 모르고 조사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MSP 매출은 고객이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만큼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또한 이 MSP의 매출은 CSP의 매출로도 잡힌다. 실제 MSP의 수익은 CSP에게 제공받는 수수료다. 특히 계정별로 클라우드 요금이 책정되는데, 단순히 계정을 모아 요금을 모두 더하는 것만으로는 자료로 제공할 수 없다. 계정별로 약정 할인 등 CSP에서 제공하는 할인 프로그램도 다르고, 프로그램 할인율도 다양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와 구조를 모두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클라우드의 매출 구조를 알고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공정위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위에 애매한 문항에 대해 질문한 기업에게 고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들은 공정위의 요구에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다. 법도 그렇게 되어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고압적인 자세로 압박한다면, 기업들은 성장하는 기술과 시장을 따라가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더욱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기업은 공정위 조사도 중요하지만 회사 운영이 더더욱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급성장하는 클라우드 산업을 바르게 이끌어가려는 공정위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또 클라우드 기업 간 불공정거래의 피해 기업이 없었다고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기업들에게 산업 이해도가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면, 올해 12월 공표될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