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SW 및 데이터 분야 핵심 이슈 조명

[아이티데일리]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19(COVID-19)는 2021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안정세에 접어들어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가도 재차 급등하는 일일 확진자 수나 새로운 변이의 등장 등이 이어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만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익숙해지면서 근무 환경을 유기적으로 갖출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 대한 ‘백신’을 접종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SW 업계에서는 메타버스나 NFT와 같은 새로운 용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전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다만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 방식의 변경 등 실체가 없는 트렌드라며,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는 SW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22년 소프트웨어 시장 전망

장기화된 코로나19가 BCP 마련 도왔다

정부는 지난 11월 1일 코로나19에 대한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를 선언했다. 이는 흔히 ‘위드(with) 코로나’로 불리며, 총 3단계에 걸쳐 코로나19로 인해 야기된 일상생활과 비즈니스의 제한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목표다. 위드 코로나 정책은 지난 수 년간 코로나19가 가져온 어려움들이 점차 풀려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출현, 안전할 것이라 여겨졌단 백신 접종자 사이의 돌파 감염 확산, 위드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나며 폭발적으로 증가한 일일 감염자 수 등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위세가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로 복귀하며 업무 정상화를 완료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 추세를 보이면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일부 기업들은 전 직원에 대한 자율출퇴근제를 다시 시행하며 코로나19의 재확산 방지에 나섰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이는 코로나19가 끝날 것 같다가도 재차 고개를 치켜드는 사례를 여러 번 겪으면서 비즈니스적인 ‘항체’가 생성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화상회의나 원격제어 제품과 같은 비대면 근무 환경에 대한 수요가 적었다. 일은 사무실에 출근해서 하는 것이고, 회의는 당사자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제한하는 코로나19가 도래하자 많은 조직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이 마련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부랴부랴 비대면 근무 환경을 갖춰나갔다. 화상회의나 원격제어 도구, 근태 관리 도구, 그룹웨어와 같은 협업도구 도입이 크게 늘었다. 초창기에 많은 기업들은 자사의 비즈니스 형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빠르고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는 비대면 근무 솔루션에 몰려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대면 근무 환경은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치는 동안에 한시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재난 상황에도 비즈니스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해야한다고 조언했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만약 전 세계적으로, 혹은 최소한 국내에서만이라도 방역 대책이 계획대로 잘 진행돼서 코로나19가 조기에 종식됐더라면 당장이라도 비대면 근무 솔루션들을 걷어내고 원래의 업무 시스템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코로나19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끝날 것 같다가도 다시 기세를 회복하며 끈질기게 전 세계를 괴롭혔다. 덕분에 오늘날 대다수 기업들은 돌발적인 재난 상황에도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는 유기적인 업무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른바 ‘항체’가 생긴 셈이다. 오히려 초창기에 부랴부랴 구축했던 비대면 근무 환경들을 다시금 점검하고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은 내년에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비대면 근무 환경을 최적화하고 비용효율적으로 내재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메타버스는 ‘트렌드’인가, ‘패션’인가

지난 2021년 IT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른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메타버스일 것이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연결된 디지털 가상세계를 의미하지만, 정확히 그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콘서트나 간담회 등의 행사들이 ‘제페토’나 ‘로블록스’ 같은 온라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일반인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에게도 매력적인 키워드로 다가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디지털 뉴딜 2.0에서 메타버스를 핵심 과제로 추가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메타버스 기술 육성과 콘텐츠 제작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금융이나 통신,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자체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와 싸이월드가 협력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월드 한컴타운’

한편 오늘날 메타버스가 받고 있는 관심과 주목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지원되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기존의 온라인 채팅 플랫폼이나 SNS, MMORPG 게임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해 크게 상반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현실 세계의 사회적‧경제적 관계가 온라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디지털 혁신의 중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들과 차별화되지 못한 채 금방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후자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배타적인 정의가 세워지지 않는 이상 그저 마케팅 용어로 남발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나 ‘로블록스’조차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들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PC나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누구나 멋진 3D 공간과 아바타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AR/VR 디바이스가 보급되면서 실감형 콘텐츠도 늘어났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은 개념이다. 극단적으로는 모뎀 시절 이용하던 온라인 채팅방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자사를 홍보하기 위해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과도하게 노출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패션 메타버스’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다만 메타버스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현재 메타버스가 시장에서 너무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 세계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트렌드 자체가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나 기업의 세미나, 졸업식이나 결혼식 등 많은 행사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치러지고 있고, 다수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같은 콘텐츠를 누리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들이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표현으로써 충분히 메타버스라는 용어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데이터댐…민간의 노력 부족 지적도

오늘날 중요한 비즈니스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규모가 크든 작든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조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에 정부에서는 통계청 등 우수한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들을 중심으로 공공데이터 개방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 디지털 뉴딜 전략에서도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공급하기 위한 ‘데이터 댐’이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부각됐다.

그간 정부 주도의 사업들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들이 개방 및 공유됐지만 여전히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연구와 서비스 개발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늘날 AI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알고리즘이나 컴퓨팅 파워가 아닌 데이터”라며, “기존에 수집돼있는 데이터들은 확실한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국가와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이라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몇 년 간 국내 데이터 생산 및 유통 생태계가 정부 주도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 주도의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개방을 통해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더 큰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음에도, 민간에서 자생할 수 있는 데이터 유통 생태계를 만들려는 노력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민간에서는 대규모 데이터 유통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며,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업들은 조직 내부에서 생산하고 수집한 데이터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포털 구축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어 데이터 품질 관리와 거버넌스 마련 역시 많은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조직 내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빠르게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확보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비정형 데이터 활용 확산…영상 데이터가 특히 주목

국내에서는 몇 년 전부터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형 데이터로 구축할 수 있는 단편적인 서비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훨씬 방대하고 분석에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비정형 데이터로 기존에 없던 새롭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추세다. 가령 트위터 등의 SNS에서 텍스트를 추출 및 분석해 시장 트렌드를 알아보거나, 녹음 파일에서 발화자의 음성을 추출해 회의록과 같은 텍스트 문서를 만드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단연 영상 데이터다. 코로나19의 위세가 한 풀 꺾이면서 일부 오프라인 행사가 재개됐는데, IT 기술 관련 컨퍼런스에서 많은 부스를 차지한 것은 단연 영상 데이터를 활용한 비전 AI(Vision AI) 서비스들이었다. AI 기반 영상분석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향상되고 충분한 컴퓨팅 파워가 갖춰지면서 실시간으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기술과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은 물론, 전국 지자체들 역시 CCTV 등 영상 데이터 인프라를 활용해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시티 서비스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 등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지자체들 역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성과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CCTV를 활용해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사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역시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구축사업’을 통해 CCTV 등으로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유관기관과 공유하며 새로운 대국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CTV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객 정보를 분석하는 메이아이의 ‘매쉬’
CCTV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객 정보를 분석하는 메이아이의 ‘매쉬’

서비스 업계에서의 영상 데이터 활용도 눈에 띈다. 최근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무인매장들을 포함해 많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CCTV 영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무인매장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매장 내에서 발생하는 상품 도난이나 쓰레기 투기, 폭력, 화재 등의 돌발 상황들을 감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방문객 분석에 CCTV 영상을 활용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문객 정보 수집이 어려웠으나, CCTV 영상을 분석함으로써 방문객의 연령이나 성별 정보 등을 수집하고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특히 방문객들의 매장 내 이동 경로나 오랜 시간 머물렀던 상품들을 분석해 매장 내 인테리어나 상품 배치 변경에도 활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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