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산업계 클라우드 정책 인식조사 결과 발표’

[아이티데일리] 행정안전부(장관 전해철, 이하 행안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 클라우드 전환·통합사업’을 두고 그동안 “민간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과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당국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서서히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 이용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 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회장 윤동식, 이하 KACI)가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클라우드 정책 인식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층 더 힘을 얻고 있다. 조사 결과 상당수의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클라우드 우선 이용 정책에 큰 기대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과기정통부의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우선 이용’을 골자로 한 ‘제3차 클라우드 컴퓨팅 기본계획’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들은 민간 기업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GCP) 등 외국 클라우드 기업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국내 기업에게 유리했던 금융 시장도 AWS, MS 등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금융사의 뱅킹 코어시스템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들과 경쟁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시장으로는 ‘공공시장’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외국 기업과의 경쟁력에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 시장 공략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KT, 카카오, GS네오텍 등 굵직한 기업은 물론 인프라닉스, 나무기술 등 중소기업들까지 공공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발급하는 CSAP 보안인증(IaaS, PaaS, SaaS, DaaS)을 취득하고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의 ‘이용지원시스템’에 등록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행안부는 공공 클라우드 센터라는 이름으로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 클라우드 전환·통합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의 기대를 허물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사용할지,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할지 그 여부를 수요기관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책임 소재’ 독소 조항과 ‘민간 전환 46%’라는 유인책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공공 클라우드 센터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

‘책임 소재’ 독소 조항은 공공 클라우드 센터로 이전되는 중요정보 처리시스템이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공공 클라우드 센터 이용기관은 공공 클라우드 센터의 장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반면,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관의 경우 공공기관의 장에게 책임을 전가시킨다. 보안 사고 시 책임을 공공기관의 장에게 부담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공공 클라우드 센터로 선택하게끔 유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제3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이 클라우드 산업 발전 미칠 영향에 대한 결과 (출처: KACI)
제3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이 클라우드 산업 발전 미칠 영향에 대한 결과 (출처: KACI)

이 같은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우선 이용’ 정책이 담긴 ‘제3차 클라우드 컴퓨팅 기본계획’을 내놓자 클라우드 기업들의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공공기관이 클라우드로 전환할 때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축으로 다양한 지원 정책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라우드 정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 참여자의 약 88.4%가 과기정통부의 ‘제3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에 담긴 클라우드 방향성에 올바른 방향이라고 답했다. 특히 가장 긍정적인 정책으로 꼽은 것은 ‘민간 클라우드 이용 지원체계 마련 및 공공 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우선 이용계획’이었다. 이는 조사 참여자 절반 이상이 답한 55.8%였다.

반면 클라우드 기업들은 행안부의 정부 주도 클라우드 방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업계는 행안부의 방향성이 담긴 ‘공공 클라우드 센터(PPP 모델포함)’를 평균 긍정 척도 3.75점에 비교했을 때 3.0점으로 평가하며, 그다지 기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PPP 모델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민간 사업자가 구축하고 공공기관은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인데, 이는 곧 하드웨어 장비를 임대해주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PPP모델에 대해 39.6%의 응답자가 부적정한 사업구조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공공시장에 걸고 있는 기대는 크지만, 현재 정부의 방향성은 이와 동일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공 클라우드 센터 이관 대상 중 77.9%는 민간 이전 가능하다”

이번 ‘클라우드 정책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행안부의 “최대 46%만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다”는 의견과 기업들의 견해에는 차이가 있었다. 인식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의 77.9%는 “중요 정보 시스템의 일부라도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그 중 27.9%는 “중요시스템 전부를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다”고 답했고, 50%는 “일부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행안부의 “최대 46%만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다”는 행안부의 의견에 동조한 참여자는 22.1%였다. 

‘행정·공공기관 정보자원 클라우드 전환·통합 추진 계획’에 대한 부정 척도 (출처: KACI)
‘행정·공공기관 정보자원 클라우드 전환·통합 추진 계획’에 대한 부정 척도 (출처: KACI)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행정·공공기관 정보자원 클라우드 전환·통합 추진 계획’에서 전부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은 27.9%로 현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22.1%보다 5.8%p 높았다. 또 중요 정보 시스템이라도 일부는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다고 답한 경우가 절반에 해당하는 50.0%를 차지했다. 

또한 ‘행정·공공기관 정보자원 클라우드 전환·통합 추진 계획’ 중 부정적인 정도를 확인하는 문항(5점 만점)을 통해서는 중요 시스템과 비중요 시스템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해당 문항은 ▲판단 기준의 객관성 부재 ▲책임범위의 상이성 ▲이용료의 상이성 ▲PPP모델의 사업구조 ▲데이터 수집 등 한정적 역할 수행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 가능성 등 6개로, 그 중 ‘판단 기준의 객관성 부재’가 전체 평균 3.39점보다 높은 3.5점을 기록했다.

이밖에 민간 클라우드 사용 기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으로 국가안보, 수사·재판 등의 중요 정보 처리 시스템과 민감 정보 시스템을 제외한 나머지라고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분류하는 정확한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 행안부는 공공 클라우드 센터로 중요 정보 처리 시스템을 옮길 것이고, 공공 클라우드 센터의 보안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개 주장하는 측에선 공공 클라우드 센터의 물리적인 보안 요소와 규격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면서, “결국 공공 클라우드 센터의 보안과 직결된 운영, 관리는 민간 기업에 하청을 줄 것으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예상하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발생하는 문제들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만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데, 직접 관리·운영하는 단계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현재 행안부는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 클라우드 전환·통합사업’ 대상 10,009개의 정보시스템 중 46%를 민간 클라우드로 이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도 표면적인 수치일 뿐이라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기획재정부에서 2차 예산 예산운용회의를 통해 행정·공공기관 정보자원 클라우드 전환·통합 사업과 관련된 예산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기획재정부는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행안부는 변동 가능성을 담은 수치인 46%를 내세웠다. 만약 그것이 정확한 수치라면 비중요 시스템과 중요 시스템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제시해 줬어야만 한다. 이는 곧 업계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미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행정, 공공기관 정보자원 클라우드 전환 및 통합 추진계획’ 중 가장 긍정적인 항목(5점 만점)으로는 ‘공공·행정 서비스의 클라우드 전환(4.1점)’인 것으로 나타났고, ‘민간·공공 클라우드 센터 이용 시 초기 1년간 이용료 지원(4.1점)’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클라우드 정책 인식조사 결과’에서 긍정적인 내용과 부정적인 내용을 종합해보면,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정부의 클라우드 전환은 환영하지만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국내 클라우드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환 계획을 명확한 기준 아래 가능한 세밀하게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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