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성 한국표준협회 인증본부장

[아이티데일리] 전 산업계가 AI 기술 접목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제조‧유통 등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비즈니스 개선을 위한 사내 업무 시스템에서부터 최종 고객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AI가 적용되지 않은 영역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하지만 AI가 발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그만큼 어두운 부분도 깊어졌다. 우리는 제대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AI 서비스가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장면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I 서비스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한국표준협회는 와이즈스톤과 함께 AI 품질 인증 제도 ‘AI+ 인증’을 개발, 국내 AI 산업 성장에 마중물을 붓고 있다.

박진성 한국표준협회 인증본부장
박진성 한국표준협회 인증본부장

SW 인증으로는 한계…AI에 대한 품질 평가 필요

한국표준협회는 산업표준화법에 근거해 설립된 특별법인이다. KS인증으로 대표되는 국가표준 및 국제표준과 단체표준의 보급, 제·개정 등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품질 경영의 확산을 위해 국가품질상 제도를 운영, 매년 국내 기업들의 품질관리 활동과 품질 경영 우수성을 평가해 산업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단체 및 공로자를 선정 및 포상하고 있다. 다양한 표준을 통해 국내 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품질·제조·안전·IT·인사·경영혁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 교육과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표준협회는 표준 제정과 시행을 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직접 제정한 자체 표준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인증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인권경영 우수기업 인증, 블라인드 공정채용 인증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증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AI 기반 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AI플러스(AI+) 인증’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산업계의 열띤 노력에 의해 SW의 성능이나 품질 인증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척돼왔다. 덕분에 국내 SW 품질에 대한 평가나 인증 제도는 제법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전 산업계에 걸쳐 AI 기반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AI 기반 서비스는 기존의 SW와는 개발 방법도 작동 원리도 크게 다르기 때문에 평가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가령 SW 품질은 국제 표준(ISO/IEC 25023)을 기준으로 삼는데, 해당 표준이 평가하는 기능성·신뢰성·사용성·유지보수성·이식성·효율성·상호운용성·보안성 등 8개 항목은 AI 서비스 평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그동안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나서서 AI 품질 인증 제도의 필요성을 타진해왔다. AI 기반 서비스는 SW에 대한 평가와 데이터 및 알고리즘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므로, 두 가지 분야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품질 인증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표준협회는 10년 이상 SW 품질 관련 비즈니스를 펼쳐온 와이즈스톤과 협력해 AI+ 인증을 개발했다.

박진성 한국표준협회 인증본부장을 만나 AI+ 인증 제도 개발의 배경과 운영 현황, 그리고 AI 산업의 발전을 돕기 위한 AI+ 인증의 미래상에 대해 들어봤다.


제품성능과 기업역량 함께 점검…미래의 품질까지 챙긴다

Q. AI+ 인증이 탄생한 배경은?
제품의 ‘품질’이라는 단어를 정의할 때 ‘요구사항에 대한 충족의 정도’라는 표현을 쓴다. 즉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해당 제품이 갖춰야 하는 특성을 정의하고, 본래의 목적대로 기능해 사용자에게 편의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다양한 AI 기술을 접목한 제품과 서비스가 폭발적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AI가 갖춰야 하는 특성도, 요구사항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제각기 다양한 정의와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하나로 합의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AI 기반 서비스의 품질 문제로 인한 윤리적 이슈나 안전사고들이 빈번히 뉴스에 얼굴을 비추곤 한다.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되면 AI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성이 낮아서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에 한국표준협회는 AI 기반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나라 AI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8월부터 AI+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증 대상은 AI 기술이 적용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다. 산업 분야나 제품 유형에 관계없이 AI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기업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Q. AI+ 인증의 심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본격적인 심사 과정은 제품시험과 현장심사로 나누어 진행된다.

제품시험은 먼저 국제표준인 ISO/IEC 25023과 ISO/IEC 25051을 기반으로 전체 SW에 대한 품질을 점검한다. 여기에 해당 제품에 적용된 AI 기능에 대한 성능 시험을 추가로 실시하게 된다. 즉, ▲사용자 입장에서 입력에 대해 정확한 출력값이 나오는지 점검하는 블랙박스 테스트 ▲API를 통한 서비스 호출에 응답하는지 확인하는 API 테스트 ▲기업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테스트모듈의 정확성을 점검하고 실행해보는 모듈 테스트 등이다. 제품시험은 한국표준협회와 함께 AI+ 인증 제도를 공동 개발하고 운영 중인 와이즈스톤이 지정 시험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제품시험이 완료되면 현장심사가 진행된다. 현장심사원을 기업에 파견해 제품 및 서비스의 설계, 개발, 제조 프로세스의 적합성을 평가한다. 특히 품질 경영 관점에서 회사의 경영체계를 살펴보고, 출시한 제품의 품질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개선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당장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회사의 경영체계가 나쁘다면 지속적으로 품질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인증제도와 차별되는 AI+ 인증의 특징이다. 한 번 출시하면 거의 변하지 않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AI 서비스는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나 고객들의 요구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민첩하게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Q. AI+ 인증을 개발 및 운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국내에서 개발한 모든 인증제도는 어느 정도 국제표준이나 공신력있는 문서에 따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AI 분야는 아직 기준으로 삼을 만한 국제표준이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초기 단계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 결정하기 위해 협회와 와이즈스톤이 협력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근거가 될 만한 자료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고 AI+ 인증을 개발했다.

다만 AI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한 기준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능한 한 최선의 평가 기준을 세우되, 후속 연구들과 AI+ 인증을 운영하며 얻은 데이터들을 활용해 꾸준히 지표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만든 평가지표들과 운영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의 AI 표준을 제정해 국내 AI 산업계의 발전과 소비자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표준화 회의에 상정해 글로벌 표준으로 만드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인증을 운영하는 단계에서는 기업들에게 인증제도와 심사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동안 한국표준협회에서 운영했던 다른 인증제도에 비해 제도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이 훨씬 더 많았다. AI에 대한 품질 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협회에서도 이를 차분히 설명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현재는 AI+ 인증에 대한 소개 자료와 함께 기업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사례들이 체계적으로 마련됐기 때문에 대부분 해결된 상황이다.

“AI 품질에 대한 국제표준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국내에서 AI+ 인증을 만들고 운영한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가 AI 품질에 대해서만큼은 선도적인 입지를 잡을 수 있도록 나서겠다.”
“AI 품질에 대한 국제표준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국내에서 AI+ 인증을 만들고 운영한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가 AI 품질에 대해서만큼은 선도적인 입지를 잡을 수 있도록 나서겠다.”

국제표준 제정이 최종 목표…글로벌 선도 나선다

Q. 그동안 AI+ 인증을 획득한 기업 수는?

AI+ 인증을 운영한 1년 여 동안 7개 기업 35개 제품이 AI+ 인증을 받았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성과가 미비한 편이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재점화되면서 오프라인 설명회나 홍보에 힘을 실을 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AI+ 인증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가전업계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AI 기능이 포함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들이 AI+ 인증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코웨이에서도 자사 제품에 대한 AI+ 인증을 받았다.

또한 금융기업인 신한카드는 자사 AI 챗봇 서비스로,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센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더화이트커뮤니케이션은 자사의 ‘클라우드게이트’ 서비스로 각각 AI+ 인증을 획득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증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외에도 그린테크놀로지나 LG CNS와 같이 제조현장의 스마트 팩토리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는 기업들도 앞다투어 AI 품질 인증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에서도 다양한 행정업무나 대민 업무에 AI가 도입되면서 AI+ 인증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많아졌다. 전 산업 분야에 걸쳐 AI가 도입되는 만큼, AI의 품질과 신뢰성·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AI+ 인증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주로 제조업계에서 품질경영이나 품질혁신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펼쳐온 게 사실이다. 이번 AI+ 인증이 SW 개발과 서비스를 주요 비즈니스로 삼는 IT 업계에서도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비즈니스 레벨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Q. AI+ 인증 활성화를 위한 향후 계획은?

앞으로 기업들만이 아니라 실제로 AI 기반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AI의 품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AI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국가 표준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AI+ 인증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다양한 홍보 기회를 마련하고, 기업들이 보다 쉽게 AI 품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자료도 개선해나가겠다.

또한 시간과 인력,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스타트업에서도 AI+ 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지금은 인증을 획득하는 비용을 순전히 기업이 부담하는 상황이다. 최근에 한 지자체에서는 관내에 있는 12개 기업들에게 정부 과제에 지원하기 위한 실증사업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관내 기업들의 육성이 중요한 과제인 만큼, AI+ 인증의 효과와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공공기관이 AI+ 인증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AI 품질에 대한 국제표준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국내에서 AI+ 인증을 만들고 운영한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가 AI 품질에 대해서만큼은 선도적인 입지를 잡을 수 있도록 나서려고 한다. 표준 지표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AI+ 인증을 통해 실증사례를 쌓아간다면 국제표준 제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AI는 ISO/IEC JTC 1 SC42라는 분과위원회에서 국제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막 시작된 참이다. 한국표준협회는 SC42의 국내 간사기관 역할을 맡아, 국가기술표준원과 함께 우리나라 기술력에 기반한 AI 표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Q. AI 산업계에서 AI+ 인증의 향후 역할은?

AI+ 인증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항상 빠뜨리지 않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AI 표준화에 참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돕는 것이 AI+ 인증의 궁극적 목표라는 것이다. 표준이나 인증은 이미 하나의 산업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인증을 통해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다.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주력 산업에 대한 표준과 인증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표준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AI 분야의 표준화에 우리 산업계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AI+ 인증을 획득한 기업들을 AI의 국가표준 및 단체표준 제정에 참여토록 독려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AI는 끊임없이 성장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반면 품질에 대한 위험성으로 인해 어두운 그늘도 더욱 짙어질 것이다. AI가 가져올 위험을 줄이고 달콤한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품질에 대한 정확한 평가 제도가 절실하다. AI 서비스의 현재 품질 수준을 측정하고 지속적으로 품질을 유지하며 개선할 수 있는 체계까지 점검하는 AI+ 인증 서비스가, 앞으로 우리나라 AI 산업계에 품질혁신의 DNA를 심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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