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와 경쟁 앞두고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 확산

[아이티데일리] 금융권에 클라우드가 확산되고 있다. 보수적인 시장이라는 점 때문에 클라우드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각과는 달리 클라우드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9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 개시됨에 따라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규제에 초점을 맞추어 왔던 금융당국도 국민들이 혁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 배경과 상황,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금융 클라우드①] 금융권 경쟁 판도 변화
[금융 클라우드②] 국내 금융시장에 밀려드는 해외 CSP
[금융 클라우드③] 마이데이터로 클라우드 확산 기대

 국내 금융시장에 밀려드는 해외 CSP

국내 금융사들이 클라우드 도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해외 CSP들 역시 이 시장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기존 네이버클라우드, KT, NHN, 코스콤 등이 해외 CSP들을 견제하면서 국내 업체들과 CSP들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다.

사실 2019년만 하더라도 해외 CSP들은 국내 금융시장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이미 해외 CSP들은 안정성 평가 기준을 충족하며 크고 작은 금융사들의 클라우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가장 먼저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온 해외 CSP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2019년 11월 애저(Azure)를 캐롯손해보험에 공급했다. 당시 디지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전체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캐롯손해보험이 금융보안원에게 안정성 평가를 요청, 모든 요건 항목을 충족하며 MS 애저로 전사 IT 시스템을 옮겼다.

다음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든 해외 CSP는 아마존웹서비스(AWS)다. AWS는 MS와 비슷한 시기에 안정성 평가를 받았다. 해외 많은 금융사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주시하고 있는 CSP다. 금융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의 많은 금융사들이 AWS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도 해외의 금융사들의 클라우드 활용 사례를 눈여겨 보고 있는데 AWS의 금융사례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제 AWS의 서비스가 금융 서비스에 특화됐고,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금융권의 클라우드 서비스 중 41%가 AWS를, 20%가 MS를 사용하고 있다.

AWS 역시 국내 금융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5월 KB국민은행의 요청에 따라 안정성 평가를 진행했으며, 그해 9월에는 KB국민카드에 클라우드를 공급했다. 올해 6월에는 NH농협은행의 ‘퍼블릭 클라우드 표준 사업’에 중요업무 표준 클라우드 사업자로 선정됐다. AWS와 네이버클라우드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요 업무 표준 클라우드 사업자에,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비중요 업무 클라우드 사업자에 선정됐다. AWS는 이번 사업자 선정으로 향후 NH농협은행이 중요 업무 혹은 비중요 업무에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제안할 수 있게 됐다.

AWS와 MS 외에 현재 구글 클라우드도 국내 금융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안정성 평가를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에는 해외 대표 CSP 3사가 모두 국내 금융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CSP들이 안정성 평가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CSA 스타’와 같은 글로벌 인증이 유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기본보호조치 평가를 대체할 수 있는 인증으로는 국내에선 CSAP 인증뿐이지만, 미국의 ‘FedRAMP’, 글로벌 협회의 ‘CSA 스타’, 싱가포르의 ‘MTCS’ 등의 해외 인증으로도 대체 가능하다. 해외 CSP들은 글로벌 인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보호조치 평가를 생략하고, 추가보호조치 32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만으로 보다 빠르게 국내 금융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터뷰]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클라우드 파트너가 되겠다”
클라우드그램 이병윤 부사장(좌측), 이국희 서비스개발 상무
클라우드그램 이병윤 부사장(좌측), 이국희 서비스개발 상무

Q. 금융권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A.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생존과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사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사업모델 혁신을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사실,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금융권 경영진에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금융사들은 혁신하고, 생존할 수 있다면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할 것이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도입에 관한 관심도도 CIO에서 C레벨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할 때 클라우드 도입은 CIO 과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사업모델 혁신을 위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고, 또 그 기반에 클라우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사 C레벨의 과업이 됐다.

Q. 의미 있는 금융권 고객 사례가 있다면.
A. NH농협은행을 들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클라우드 사용에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NH농협은행은 지금까지 구축한 시스템은 몰라도, 향후 클라우드 구축을 위해 클라우드 표준을 지정하는 사업을 발주했다. 사업명은 ‘퍼블릭 클라우드 표준 선정 사업’이었다. 앞으로 지정된 표준을 갖고 클라우드를 도입하겠다는 의미였다.

NH농협은행 측에서는 CSP와 MSP가 짝을 지어 제안할 것을 요청했다. AWS는 클라우드그램과, 네이버클라우드는 메타넷티플랫폼과 손을 잡았다. 사실 NH농협은행은 총 3개로 나눠 클라우드 사업자를 선정했다. 중요 업무에는 AWS와 네이버클라우드, 비중요 업무에는 오라클이 꼽혔다.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정한 것은 표준이 하나일 경우 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NH농협은행은 복수표준을 선택했다.

예컨데 NH농협은행이 보유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편하는 사업을 발주한다고 가정한다면, 사업자는 AWS만 가능한 것이 아이다. SI기업들이나 클라우드 SW전문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LG CNS가 AWS와 함께 제안할 수 있다는 얘기다.

Q. 클라우드 도입을 고민하는 금융사에게 조언한다면.
A. 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 클라우드 여정을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사는 민간 기업이면서도 금융산업은 규제가 존재하는 특수한 산업군이다. 법‧제도는 물론 보안 정책 등에 많은 규제가 따른다. 이러한 산업군의 특수성을 이해하면서 필요한 작업을 원활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 클라우드그램은 금융사를 상대로 각 단계별로 필요한 작업을 밀착 지원‧제공하고 있다. 탄탄한 금융사 성공 사례에서 얻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고객의 클라우드 여정 중 필요한 기술 지원‧컨설팅 등과 업계 동향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금융 클라우드 시장 공략

네이버클라우드, 클라우드그램, 베스핀글로벌, 신한DS, 메타넷티플랫폼 등 수많은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도 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6월 NH농협은행의 퍼블릭 클라우드 표준 사업자로 선정되며, 금융 시장에 강자로 부상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금융사에 적합한 클라우드 서비스인 ‘뉴로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다. 뉴로클라우드는 금융사가 보유한 중요한 데이터를 외부로 이전할 수 없을 때 해당 고객사 전용 전산실 내에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성하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 고객사 전산실에 네이버클라우드의 신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리전(Region)을 두는 것이다.

뉴로클라우드는 고객의 전산실에 있는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구성하게 된다. 아울러 네이버 이용자 데이터를 클라우드 공간에서 분석할 수 있는 상품과 클라우드 기반 DR센터 서비스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금융 마케팅과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컨테이너 방식의 스마트 서버 팜 (출처: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의 컨테이너 방식의 스마트 서버 팜 (출처: 네이버클라우드)

임정욱 네이버클라우드 금융 세일즈 이사는 “우리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진출을 도울 수 있도록, 동남아부터 글로벌 리전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외국 CSP 대비 신속한 기술지원과 고객 서비스를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센터뿐만 아니라 교육센터, 테크 블로그, 유저 커뮤니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용자 저변 확대와 클라우드 서비스 활성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그램은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LG CNS와 메가존 합작으로 설립된 클라우드그램은 “클라우드 여정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목표로 금융사가 클라우드 여정을 하며 겪는 문제를 단계적으로 분석하고 밀착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메가존이 보유한 AWS 전문 기술과 LG CNS가 보유한 SI 노하우를 결합해 고객의 클라우드 여정을 돕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부터 금융시장을 겨냥해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클라우드그램의 금융 고객 사례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메타넷티플랫폼(네이버클라우드)과 사업자로 선정된 NH 농협은행의 퍼블릭 클라우드 표준 사업과 KB금융그룹의 ‘KB 원 클라우드 통합 사업’을 들 수 있다.

‘KB 원 클라우드 통합 사업’은 흩어진 수많은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원 클라우드)에서 운영하고자 추진됐다.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클라우드에 가장 적극적이다. 실제 KB금융그룹은 수많은 시스템을 클라우드를 활용해 구축했다. 그러나 많은 클라우드 시스템들이 개별적으로 운영돼 비효율성이 늘었다. 이에 KB금융그룹은 클라우드 표준을 지정, 이를 기반으로 통합해 운영을 하고자 ‘KB 원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통합 운영 시스템 개발 사업을 발주했다. 사업자로는 클라우드그램과 KB데이타시스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베스핀글로벌도 금융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2019년 KB카드의 마이데이터 플랫폼 사업과 클라우드 기반 페이‧AI 허브 구축사업을 시작으로, SC제일은행의 마이데이터 구축사업, S투자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분석 플랫폼 및 AI 컨택센터, H사의 마이데이터 등 금융권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클라우드 도입 자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온프레미스 기반 환경에서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변화하는 과정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클라우드를 도입한 이후에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MCMP(Multi Cloud Management Platform)’ 고도화 등 클라우드 중심 SaaS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 DS 역시 적극적이다. 신한 DS는 신한금융그룹의 금융 IT전문 자회사로, 신한그룹 내 각 회사에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그룹의 IT 자회사인 만큼 금융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신한 DS는 그룹 내 고객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후 비경쟁 금융권 및 공‧금융권을 대상으로 ‘보안’과 ‘금융 컴플라이언스’에 특화된 분야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한DS 금융사 대상 서비스 (출처: 신한DS)
신한DS 금융사 대상 서비스 (출처: 신한DS)

메타넷티플랫폼은 금융사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부터 설계, 개발, 구축 등의 기술지원과 전환 그리고 운영‧사후관리 등 금융 클라우드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관련 전체 레이어(IaaS, PaaS, SaaS)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프라이빗 및 퍼블릭 클라우드를 구축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메타넷티플랫폼은 클라우드그램(AWS)과 수주한 NH농협은행 클라우드 표준 사업을 수주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NCP로 지원했으며,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과 통합 운영관리 및 기술지원, 24시간 365일 장애대응 모니터링 연계 서비스 등을 도맡아 수행하고 있다.

김용배 메타넷티플랫폼 사업총괄(COO)은 “국내 클라우드 업체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이번 ‘NH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 선정’에서 메타넷티플랫폼이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성과”라며, “이를 계기로 메타넷티플랫폼은 금융권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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