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휴대폰 요금인하와 연계하면 안돼

OECD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촉발된 이동통신 요금 인하 논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동통신 요금이 전혀 비싸지 않다'는 여론 몰이에 여념이 없다. 시간은 사업자들의 편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의도 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줄이고 그만큼 통화료를 인하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동시에 소외계층에게는 통신료 할인 폭을 넓힐 방침임을 시사하고 있다. 정책당국도 그 정도 수준에서 이동통신요금 논쟁을 마무리 지을 태도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보조금을 줄이고 줄어든 금액만큼 통화료를 감면한다는 것이지 요금 인하는 아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단말기가 비싸지면 단말기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소비의 위축에 따른 간접적인 인하 효과는 거둔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든 사업자든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다. 본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요금은 싸지 않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요금이 가장 비싸다는 미국과 비교해 보자.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도 각종 할인요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 내 최대사업자인 버라이존은 기본요금만 내면 버라이존 가입자끼리는 무제한 통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화를 걸든 받든 추가 요금이 없다는 말이다. 기본요금은 자신의 월평균 사용 시간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한다. 가입자간 메시지 서비스는 무료다.

미국도 단말기는 사실상 공짜다. 어느 사업자든 2년 정도 약정만 맺으면 스마트폰까지도 공짜로 준다.

물론 버라이존 사용자가 다른 이동통신 가입자와 통화하면 요금은 갑자기 비싸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같은 사업자를 선택해 가족요금제처럼 이용한다. 버라이존이 무섭게 시장을 잠식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쯤 되니 다른 경쟁사업자들도 앞다퉈 버라이존의 마케팅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미국에서 MVNO(무선망을 임대해 재판매하는 이동통신사업) 모델로 진출했다가 지지부진하게 된 교훈을 돌아봐야 한다. 저렴한 요금으로 가입자를 늘릴 생각을 하지 않고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비싼 단말기로 승부를 걸어 현지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실리콘밸리에서 IT사업을 하고 있는 K씨는 4명의 가족 모두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월 평균 통신료가 200달러 내외라고 밝혔다.

OECD 보고서에는 미국의 이동통신 요금이 대단히 비싼 나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도 할인요금 일부는 이 조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조금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요금인하 효과를 볼 수 없다.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공짜 단말기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도 아니다. 다시 말해 통신사업자들이 단말기 금액을 마치 자신들이 부담하는 양 선심 쓰는 것처럼 착각하고 홍보하면 안된다.

단말기 보조금을 이동통신요금과 결부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실질적인 통화료의 인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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